장상유 기자 jsyblack@businesspost.co.kr2025-06-02 14:5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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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 정부가 대형 SOC 추진을 놓고 부담이 커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기대받고 있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과 위례신도시 주민들의 해묵은 숙원인 위례신사선 경전철사업이 공회전을 넘어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주요 대선 주자들이 가덕도신공항과 위례신사업 적기 추진을 약속하고 있지만 지연이 일상화한 대형 SOC 사업들을 놓고 새 정부 출범 이후 꼬인 실타래를 풀기가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된다.
2일 부산시에 따르면 오는 5일부터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에 편입되는 토지 등에 관한 손실보상협의를 시작해 올해 안에 보상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부산시는 2023년 6월 국토교통부, 경남도와 보상업무 위·수탁 협약을 맺은 뒤 손실보상 전반을 본격화했다. 대상 토지는 사유지668필지, 37만9천㎡(약 11만5천 평) 규모다.
올해 4월 감정평가를 마무리하고 보상액을 산정한 뒤 소유자 및 관계인과 손실보상협의 절차에 돌입한다.
▲ 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조감도 <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부산시는 협의 장소를 모두 3곳에서 운하는 등 적극적으로 보상협의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보상절차를 빠르게 마쳐 최근 지역 주민 사이에서 극한으로 치달은 공항 건설 지연 우려를 조금이나마 줄여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을 놓고 여러 제반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핵심인 부지조성공사는 시공사 선정 절차가 중단되며 사업지연 우려는 이미 현실화한 상황으로 여겨진다.
총공사비 10조5300억 원 규모의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는 우선협상대상자였던 현대건설 컨소시엄과 계약이 무산된 뒤 주관사 현대건설이 공식적으로 발을 뺐다.
현대건설은 정부에 제출한 기본설계도서의 권리를 포기하고 후속사업자 선정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설명했다.
다만 사익을 추구해 국책사업이 지연되고 추가 혈세 투입을 조장한다는 부당한 오명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참여에 확실하게 선을 그으면서 부지조성공사는 다시 입찰공고를 통해 시공사를 찾아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10대 건설사의 컨소시엄 참여업체 제한, 공사기간 및 공사비 문제 등이 있었음에도 첫 번째 입찰공고를 진행하며 시공사 선정에 기대감이 있었던 1년 전과 비교해보면 오히려 사업진행 과정이 뒤로 후퇴한 셈이다.
2기 신도시 위례의 ‘악몽’이 되어가고 있는 위례신사선 경전철(도시철도) 사업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민간투자사업 지정이 취소된 뒤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된 위례신사선은 지난 4월 신속예비타당성(신속예타) 조사 대상에 선정돼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위례신사선 경전철(도시철도) 노선도. <서울시>
신속예타는 긴급한 경제·사회상황 대응 등 정책수요에 적기 대응을 위해 2022년부터 시행된 제도로 기획재정부 심의를 거쳐 결정된다. 철도부문의 신속예타는 조사 기간을 기존 2년가량에서 9개월로 단축할 수 있다.
위례신사선은 2008년 광역교통대책에 처음으로 제안되면서 본격화했다. 위례신도시 수분양자들은 2010년 분양금액에 모두 합쳐 3100억 원에 이르는 광역교통분담금을 납부하며 경전철 구축 약속이 지켜지기를 기다렸지만 첫 제안 이후 17년, 실제 입주 이후에도 10년 이상이 지난 현재까지 첫 삽을 뜨는 것조차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시점으로 시계를 돌려보면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보유하고 있던 GS건설 컨소시엄이 공사비 증액 필요성을 이유로 사업을 이탈할 것이란 말이 흘러나왔다.
이후 지난해 6월11일 공식적으로 GS건설 컨소시엄의 우선협상대상자 지위가 취소되고 민간투자사업·재정투자사업 모두를 검토하는 동시에 재차 민간사업자를 모색했다.
서울시가 공사비를 1조7천억 원대에서 775억 원을 높이는 등을 거쳐 3차 재공고 과정을 거쳤지만 위례신사선은 민간사업자를 선정하지 못해 재정투자사업으로 전환됐다. 신속예타가 적용되기는 했지만 자체 사업성을 따지는 이전 단계로 다시 돌아간 셈이다.
주요 대선주자들이 앞다퉈 가덕도신공항과 위례신사선 조기 재추진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이 사업들이 매번 선거철 단골 공약인 데다 과거와 다르게 사업의 존립 자체를 향한 의구심마저 나오는 상황으로 새 정부에서 실마리를 찾기 쉽지 않을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가덕도신공항은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2위인 현대건설이 공식적으로 이탈을 결정했고 이전 정부가 유치에 실패했던 2030 부산엑스포와 연결돼 추진돼 왔다. 공사기간, 안정성, 공사비 전반에서 문제점이 있다고 말이 나오는 만큼사업 추진 동력이 크게 쪼그라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례신사선은 결국 사업성 검증을 통과해야 재정투자사업으로 진행이 가능한 만큼 신속예타 통과 여부를 놓고 지역 주민의 우려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건설업 부진이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부의 건설투자 확대를 향한 요구가 더 거세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연합뉴스>
특히 가덕도신공항이나 위례신사선은 공사비를 포함한 단순 규모뿐 아니라 사업 지연으로 인한 속도전이 요구되는 만큼 새 정부의 세밀한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건설투자액은 1년 전보다 12.2%(7조9천억 원)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4분기 17.7%(12조1천억 원)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말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건설투자가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4%가량인데 건설경기 침체 정도가 심화한 것이 전체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짚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위례신사선 사례를 보면 기재부의 민자활성화 방안이 반영돼 공사비가 올랐어도 결국 참여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시간이 너무 오래 지연된 대규모 SOC 사업들은 공사비뿐 아니라 다른 사업 조건도 업계를 모을 수 있는 적절한 수준이 마련돼야 재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에서 “가덕도신공항은 단순한 지역 사회간접자본(SOC)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와 직결된 핵심 국책사업”이라며 “사업자를 다시 찾아야 해 온전히 새 정부의 책임이 된 셈인데 문제가 무엇인지 찾고 신속하게 사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지난 28일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신공항도 현재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반드시 지역의 꿈이 이뤄질 수 있도록 확실히 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후보는 모두 위례신도시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위례신사업의 신속한 추진, 빠른 착공 등을 지역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