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ournal
Cjournal
시민과경제  기후환경

거대기업 상대 '기후피해 소송' 확산, 1990년대 미국 뒤흔든 '담배 소송'처럼 될 수도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5-05-30 13:11:07
확대 축소
공유하기
페이스북 공유하기 X 공유하기 네이버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유튜브 공유하기 url 공유하기 인쇄하기

거대기업 상대 '기후피해 소송' 확산, 1990년대 미국 뒤흔든 '담배 소송'처럼 될 수도
▲ 거대기업을 상대로 기후피해  소송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 피해를 입고 있는 시민들이 기후변화에 직접 원인을 제공한 기업들을 상대로 피해 배상 소송에 나서고 있다.

전문가들은 법리적으로 봤을 때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이 근거가 있어 보인다며 기업들이 실제 거액의 배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2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는 2021년 발생한 폭염으로 사망한 피해자의 유가족들이 기후피해로 인한 '부당한 죽음(wrongful death)'을 사유로 글로벌 화석연료 기업 7곳을 상대로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그동안 여러 나라에서 정부 기관이나 환경단체들이 기업들의 허위광고 및 정보 유포 등의 책임을 물어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있었으나 기후피해로 인한 사망에 개인이 거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후변화가 개인의 사망에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원고 측은 국제 연구단체 세계기상특성(WWA)이 내놓은 분석 보고서를 근거로 들었다. 이 단체는 해당 보고서를 통해 2021년 미국을 포함한 북아메리카 태평양 연안 일대에서 발생한 폭염은 기후변화가 없으면 발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원고 측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된 화석연료를 채굴하고 판매한 기업들이 기후피해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인과관계가 성립된다고 주장했다.
 
거대기업 상대 '기후피해 소송' 확산, 1990년대 미국 뒤흔든 '담배 소송'처럼 될 수도
▲ 2021년 폭염 사망자 줄리아나 레온(오른쪽)의 딸 미스티 레온(왼쪽)이 2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주 법원에 엑손모빌, 쉐브론, 쉘 등 7개 화석연료 기업들을 상대로 기후피해로 인한 '부당 죽음'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제기했다. <연합뉴스>
또 해당 기업들이 기후피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화석연료의 기후변화 영향을 축소하고 은폐하려고 시도한 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원고 측 변호인들은 28일(현지시각) 워싱턴주 법원에 제출한 소장을 통해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자사 제품이 지구 대기를 위험할 정도로 변화시킬 것이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그 위험을 알면서도 제품을 계속 생산했을 뿐만 아니라 대중이 이와 같은 위험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게 억압하려고 시도했다"고 지적했다.

실제 2021년 미국 하원 위원회가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엑손모빌, 쉐브론, 쉘 등 기업들은 화석연료 사용과 기후변화 사이의 연관성을 흐리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 정보를 유포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신디 조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법학강사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번 고발에는 매우 타당한 근거가 있다"며 "인과관계가 명확이 있고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매우 타당한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소송은 개인이 생명권 문제를 들어 거대 기업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라는 점에서 1990년대 중반에 결과가 나온 '담배 소송'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소송을 제기한 미국 시민들은 담배 회사들이 제품의 악영향과 중독성을 과대 축소해 발표하거나 유해하지 않다는 허위 정보를 퍼뜨려 미국민들의 생명을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주 정부들까지 시민들의 편에 서면서 결국 기업들이 2천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뉴욕타임스는 앞서 버몬트주, 뉴욕주 등 주 정부들이 화석연료 기업들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승리를 거둬 이를 기반으로 기후적응기금을 조성한 전적이 있는 만큼 이번 소송도 원고의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워싱턴주 법원에 소장에 제출된 것과 같은 날 원고 측 주장을 뒷받침만할 사례가 유럽에서도 나왔다.

28일(현지시각) 독일 연방 고등법원은 페루의 한 농부가 독일 에너지 기업 RWE를 상대로 제기한 기후소송을 기각했다.

이 농부는 RWE가 자행한 온실가스 배출에 본인의 자택 인근 빙하가 녹아 집이 침수될 위기에 처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RWE가 앞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재산 피해 일부를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거대기업 상대 '기후피해 소송' 확산, 1990년대 미국 뒤흔든 '담배 소송'처럼 될 수도
▲ 28일(현지시각) 독일 함에 위치한 고등법원에서 열린 독일 에너지 기업 RWE의 기후피해 책임을 묻는 소송에서 원고 측 변호를 맡은 로다 베르헤옌 변호사가 법정을 나서고 있다. 베르헤옌 변호사 뒤에는 한 시민이 '기후 정의를 위한 역사적 승리'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은 "원고의 집이 잠재적 홍수로 인해 재산에 구체적 위협을 받을 것이라고 볼 근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예방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오염 배출자는 실제로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배출량에 비례한 비용을 부담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로다 베르헤옌 원고 측 변호사는 가디언을 통해 "유럽 역사상 최초로 고등법원이 대규모 온실가스 배출 기업이 배출 결과에 따른 책임을 질 수 있다고 판결했다"며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기후소송에 추진력을 불어넣어 전 세계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는 움직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 전문가들도 해당 소송이 매우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고 평가했다.

노아 워커 크로포드 영국 그랜텀 기후환경변화연구소 연구원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번 판결을 중요한 선례를 남겼다"며 "기후과학이 기업의 기후 관련 위험 기여에 대한 책임을 묻는 근거를 제공할 수 있음도 확인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최신기사

롯데손보 지급여력비율 119.93%, 금융당국 권고치 150% 대폭 밑돌아
롯데웰푸드 롯데상사와 합병 추진 계획 접어, "경영환경 고려한 결과"
삼양홀딩스 '삼양바이오팜' 합병 4년 만에 분리, 인적분할 뒤 11월 상장 계획
법원 뉴진스 독자 활동 제동 걸어, "위반 때 어도어에 1회당 10억 지급"
이준석, 의원 21명이 발의한 징계안 두고 "국회서 제명하려 해" "반민주 폭거"
신세계그룹 경영지원총괄에 김수완 임명, 이마트 미국법인장서 승진
GC지놈 공모주 일반청약 경쟁률 484.1 대 1, 청약 증거금 2조5415억
현대건설 가덕도신공항 부지공사 참여 중단, "후속사업자 선정에 협조"
[현장] 익산 하림 '퍼스트치킨' 가보니. 김홍국 "최고의 맛" 노력 곳곳에
코스피 외국인 순매도에 2690선 하락, 원/달러 환율 1380.1원
Cjournal

댓글 (0)

  •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 저작권 등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댓글은 관련 법률에 의해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등 비하하는 단어가 내용에 포함되거나 인신공격성 글은 관리자의 판단에 의해 삭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