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유심 해킹 사고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신뢰회복위원회'를 출범시킨다. 사진은 유 사장이 4월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에서 열린 방송통신 분야 청문회에서 유심 해킹 사태에 대해 사과하는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유심 해킹 사고로 추락한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조만간 ‘신뢰회복위원회’를 출범시킨다.
유 사장은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위원회를 구성해 가입자 보상, 정보보호 강화 등 해킹 사고에 대한 전반적 후속 대책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위원회의 실질적 독립성과 실행력을 둘러싼 회의적 시각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권과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SK텔레콤이 이번 해킹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동통신사 번호이동이 쉽게 가능하도록 '위약금 면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는 가운데 회사가 신뢰회복위라는 외부 전문가 조직을 외부 공격의 방패막이로 사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15일 SK텔레콤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회사는 다음 주 신뢰회복위원회의 구체적 구성과 운영 방식에 대해 발표한다.
김희섭 SK텔레콤 PR센터장은 이날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열린 일일 브리핑에서 “저희가 리스트를 작성하고, 외부에서 추천한 분들도 같이 해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위원들을) 정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위원회는 회사가 마련한 신뢰회복 방안에 의견을 제시하고, 외부에서 고객이 회사에 바라는 역할을 전달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위원회는 해킹 사고에 대한 후속 대책으로 만들어지는 것으로, 유 사장이 지난 8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해킹 관련 청문회 자리에서 처음으로 언급했다.
유 사장은 당시 “신뢰회복위원회를 조속히 설치해서 SK텔레콤의 신뢰가 상실된 많은 부분에 대해 조사하고, 고객 목소리를 듣겠다"며 "위약금 문제를 포함해 전체적 고객 신뢰 회복을 다루겠다"고 말했다.
위원회는 유 사장이 예고한대로 유심 해킹 사태로 인한 소비자 신뢰 훼손을 회복하기 위한 고객보호, 번호이동 가입자 위약금 면제 문제, 보안체계 강화 등의 전반적 사항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위원회 지위가 독립적이지 않고, 결정 사항도 강제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에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외부 전문기관을 통한 객관적 전문가 섭외가 아닌 회사에 우호적 인사 위주로 위원회를 구성, 후속 대책 마련 과정에서 SK텔레콤에 유리한 입장을 반영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위원회가 의사결정기구가 아닌 자문기구 형태로 운영되는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위원회 논의 결과를 경영진이나 이사회가 반드시 채택할 필요는 없기 때문에 위원회가 제시하는 권고안이 실질적 효력을 갖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 유영상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이 25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SK T타워 슈펙스홀에서 열린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설명회’에서 사과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일각에서는 위원회가 SK텔레콤의 해킹 사고를 무마하기 위한 보여주기식 방패막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한다.
유 사장은 지난 8일 국회 과방위 청문회에서 번호이동 가입자에 대한 위약금 면제 여부를 묻는 일부 의원들 질문에 “신뢰회복위원회에서 논의하겠다”고 답하며 즉답을 회피했다. 또 지난 7일 공개 사과에 나선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위약금 면제에 대해선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처럼 해킹 사고 수습 방안과 위약금 면제 등의 대책을 위원회에 넘김으로써 회사가 책임에서 벗어나는 도구로 삼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6월 새 정부 출범 이후 발표될 예정인 민관합동조사단의 해킹 사고 조사 결과가 신뢰회복위원회 향후 활동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변수로 꼽힌다.
새 정부의 통신정책 방향과 규제 기조가 SK텔레콤에 대한 책임 수준을 결정짓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사 결과가 통신사 책임을 강하게 묻는 방향으로 발표될 경우 신뢰회복위원회의 위상도 자연히 커질 수 있고, 이에 따라 위원회가 보다 구체적 실행 방안을 회사 측에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그룹 차원에서 위원회를 만들고 위기감을 느낀 일은 잘 한 일이다”라면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계속 가는 것이 중요한데 그렇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