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증권업계와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SK가스는 1분기 발전사업에서 높은 수익성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SK가스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8270억 원, 영업이익 1129억 원, 세전이익 1068억 원을 냈다. 1년 전보다 각각 5.9%, 51.3%, 205.5% 늘어난 것인데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전망을 웃돌았다.
LPG-LNG 복합발전소 울산GPS가 지난해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 기대 이상의 수익성을 보여주며 실적 상승을 이끌었다.
울산GPS는 1.2GW 규모의 LPG-LNG 혼소 발전소로 코리아에너지터미널(KET)과 함께 LPG 단일사업구조를 지녔던 SK가스의 LNG로의 사업확장 디딤돌로 여겨진다.
SK가스 1분기 발전 부문 영업이익은 514억 원, 세전이익은 443억 원, 영업이익률은 22.3%로 집계됐다. SK가스 전체 영업이익률이 그동안 4% 수준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사업 진출과 함께 ‘캐시카우’도 마련한 셈이다.
유재선 하나증권 연구원은 “울산GPS 상업운전 이후 확인된 첫 실적이 상당히 긍정적”이라며 “1분기 이용률은 원자력 등 기저발전량이 늘어난 영향에 60% 초중반 수준으로 추정되지만 입지·연료비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 가동 안정화에 따른 개선 여지가 충분하다”고 바라봤다.
윤병석 사장이 지난 3월 SK가스 주주총회에서 재연임에 성공한 뒤 만족할 만한 첫 성적을 받아든 셈이다.
SK가스는 그동안 오너일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과 전문경영인이 함께 이끄는 체제였다. 하지만 윤 사장이 2021년 첫 단독대표에 오른 뒤 재신임되며 입지를 단단히 다진 것으로 평가됐다.
▲ SK가스의 울산GPS 전경. 울산GPS는 LNG터미널 KET 등과 함께 SK가스가 올해를 LNG/발전 사업의 원년으로 삼는 배경으로 꼽힌다. < SK가스 >
윤 사장이 특히 그동안 LPG 단일사업으로 성장한 SK가스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에서도 이번 실적이 만족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SK가스는 지난해 기준 매출의 97%를 LPG판매에서 거둬들였다.
3월 기자간담회에서도 윤 사장은 “LPG 사업만으로는 SK가스의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울산GPS 생산이 안정화되면 1단계, LNG탱크 증설과 벙커링 진출 등으로 2단계 실적 점프가 가능할 것이다”고 내다봤다.
다만 윤 사장은 석유화학 자회사 SK어드밴스드의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부진은 여전한 고민거리로 안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어드밴스드는 프로판을 원료로 프로필렌과 수소 등 부산물을 생산하는 자회사다. 프로판은 LPG 주요 구성성분으로 SK어드밴스드는 SK가스에서 전량 원재료를 구입해 SK가스의 LPG 가치사슬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다만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요 회복 지연, 프로판 가격 상승 등 겹악재에 SK가스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 나이스신용평가과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4월 SK어드밴스드 신용평가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기도 했다.
SK가스는 1분기에도 SK어드밴스드 적자에 따른 지분법 손실로 133억 원 가량을 반영했다. 지분법상 적자 규모는 이전 분기보다 소폭 줄었지만 어려운 업황에 반등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르다는 시각이 많다.
윤 사장은 울산GPS 본격 가동으로 확실한 현금창출원을 마련한 만큼 주력 LPG사업에서 벗어나 LNG로의 쌍두마차 전략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LNG사업 확대에는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수소경제로의 진입 교두보로도 활용될 수 있다는 계산도 녹아 있다.
현재로선 100% 수소만을 이용한 발전은 기술적으로 어려운 만큼 LNG 혼소발전 등이 현실적 중간 단계로 평가된다.
SK가스는 현재로서는 울산GPS에서 LNG와 LPG 혼소발전에 머무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수소도 발전 요소로 활용한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윤 사장은 미래성장전략을 발표하면서 "수소와 암모니아를 통한 탄소제로 사업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그때까지 연결고리로서 LPG 일변도에서 벗어나 LNG로 중간 매개체가 될 사업을 만들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