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영 기자 lilie@businesspost.co.kr2025-05-08 15: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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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롯데손해보험(롯데손보)이 후순위채 조기상환을 놓고 금융감독원(금감원)과 정면 충돌했다. 금감원은 자본건전성을 들어 ‘조기상환 불허’ 입장을 밝혔다. 롯데손보는 ‘강행 의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올해 초 후순위채 발행 철회에 이어 이번 콜옵션(조기상환권) 행사 불허까지 논란의 중심에는 지급여력비율(K-ICS)로 평가되는 자본건전성이 놓여있다.
▲ 롯데손해보험이 금융감독원과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 관련 갈등을 빚고 있다.
8일 롯데손보는 후순위채권 콜옵션을 확정적으로 행사하며 공식 상환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는 일부 언론 보도에서 제기된 ‘후순위채 조기상환 연기’와 배치되는 입장이다.
롯데손보는 “콜옵션 행사 요건 일부 미충족과 관련한 비조치의견서를 금감원에 요청했다”며 “하지만 7일 불승인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행사 요건 일부 미충족은 보험업감독규정 제7-10조에 따른 것이다. 보험사는 채무를 상환 뒤에도 지급여력비율이 150%를 넘어야만 조기상환이 가능하다.
2024년 말 롯데손보 지급여력비율은 경과조치 후 기준 154.6%다. 하지만 금감원은 이날 오후 발표한 입장문에서 “3월 말 기준 롯데손보 지급여력비율은 150%에 현저히 미달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후순위채 상환까지 이뤄질 경우 자본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콜옵션 행사를 승인하지 않은 것으로 읽힌다.
그럼에도 롯데손보는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투자자 보호 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상환 강행을 주장하고 있다. 시장 신뢰와 신용등급 방어를 염두에 둔 결정으로 해석된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이날 오전 금융상황 점검회의에서 “롯데손보가 지급여력비율 저하로 조기상환요건을 미충족함에도 일방적으로 조기상환을 추진하는 것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며 “롯데손보가 계약자 보호에 필요한 재무건전성을 갖추고 있는지를 면밀히 평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겠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롯데손보 사례가 채권시장 전반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금감원은 개별 건전성 이슈인 만큼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원장은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채권시장 유동성이 풍부하고 기업 자금조달도 원활하게 되고 있다”며 “개별 회사 이슈에 따른 시장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손보는 이번 후순위채 조기상환과 관련해 앞서 2월 후순위채 신규 발행으로 기존 채권 상환을 준비해 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금융당국 요구에 당시 발행이 철회되며 자금 조달 계획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반면 2월 후순위채 발행 철회와 관련해서도 금감원의 입장은 달랐다.
금감원은 입장문에서 “롯데손보는 2024년 가결산 수치가 내부적으로 산출되었음에도 2024년 3분기 수치만 기재해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며 “실제 롯데손보는 후순위채 발행 예정일이었던 2월12일 바로 다음날인 2월13일 잠정실적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2024년 별도기준 순이익은 242억 원으로 1년 전보다 90% 이상 급감했다. 금감원은 “중대한 투자정보가 기재 누락돼 투자자 판단에 영향을 줄 수 있어 관련 위험을 기재토록 지도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 한편에서는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과 관련해 금감원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점이 자본건전성 산정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이어졌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금융당국은 롯데손해보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와 관련해 우려를 표했다. 사진은 2월 ‘보험회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백브리핑을 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금융당국은 지난해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이 과도히 낙관적으로 책정돼 보험사들의 실적 부풀리기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며 ‘원칙모형’ 적용을 요구했다.
하지만 롯데손보는 원칙모형을 도입하지 않고 개별로 마련한 ‘예외모형’을 채택한 유일한 보험사다. 원칙모형을 도입하면 롯데손보 지급여력비율과 실적 등이 큰 타격을 입기 때문으로 파악된다.
롯데손보 대주주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대외적 지표 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롯데손보가 발표한 2024년 말 지급여력비율은 경과조치 후 기준 154.6%였다.
그러나 금감원은 예외모형을 적용하지 않고 원칙모형을 적용하면 127.4% 수준이라고 추산했다. 롯데손보가 발표한 수치보다 27.2%포인트나 낮은 것이다.
이처럼 지급여력비율 평가에 차이가 발생하면서 예외모형의 적절성 여부가 자본건전성 논란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은 이날 입장문에서도 “롯데손보가 2월 후순위채 발행 증권신고서를 제출할 당시 무저해지보험 해지율과 관련해 회사에 유리한 예외모형만 기재했다”고 재차 짚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상황이 계속 변화해 지금 당장 어떠한 상태라고 확고히 말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금융당국과 계속 소통을 추진하고 있으며 채권자들의 상환의사도 들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