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경 기자 huiky@businesspost.co.kr2025-05-07 16:3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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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가상자산 위믹스(WEMIX)의 두 번째 상장폐지 결정에 위메이드가 강하게 반발하며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닥사, DAXA)를 상대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3년 전과 같은 상황이 재차 반복되고 있는 셈이지만, 위메이드가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며 강경 대응에 나선 만큼 다른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박관호 위메이드 창업주 겸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 6일 주주서한을 통해 거래소들의 결정에 끝까지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7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위믹스재단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빗썸, 업비트, 코인원, 고팍스 등 주요 거래소를 상대로 가처분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닥사의 결정에 따라 위믹스를 오는 6월2일부터 거래 지원 종료하기로 하자 위메이드는 이를 막기 위한 법적 대응에 착수한 것이다.
김석환 위믹스PTE 대표는 2일 성명을 통해 “거래지원 종료 결정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며 “가처분을 통해 과정을 성실히 소명하고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가처분 소송 시기에 대해 “연휴 직후 최대한 빠르게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태는 지난 2월 발생한 위믹스 해킹 피해 이후 소명 절차가 미흡했다는 이유로 닥사가 재상장폐지를 결정하면서 벌어졌다. 한 번 상장 폐지된 가상자산이 다시 상장됐다 또 다시 상장 폐지된 이른 바 ‘재상폐’ 사례는 이번이 처음인 만큼 관심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닥사는 3월 초 위믹스를 거래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뒤 두 달 가까이 소명 기간을 거쳤다. 당초 예상 공지 일정은 3월18일이었지만 기간을 재차 연기해 5월2일 거래 지원 종료 공지를 냈다.
위믹스 측도 그간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내놨다. 블록체인 관련 서버 인프라를 전면적으로 이전하는가 하면 탈취 규모를 넘는 시장 매수(바이백)를 진행했고 2차 바이백도 예고했다.
재상폐 결정이 내려진 뒤에도 위메이드는 이에 공식 입장 발표와 긴급 기자회견, 박관호 회장의 주주서한 등을 연일 연달아 내면서 총력 대응에 나서고 있다.
특히 위메이드는 이번 사태를 2022년 상장폐지 당시와는 다른 상황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당시에는 유통량 허위공시로 인한 회사 과실이 인정됐던 반면 이번에는 외부 해킹이라는 불가항력적 요인이 작용했으며, 이후 보완조치와 적극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들이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박관호 회장은 전날 주주서한을 통해 “국내 거래소들이 아무런 법적 권한이나 실체도 없는 사적 모임 ‘닥사’를 내세워 자의적이고 일방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상폐 결정 뿐만 아니라 닥사의 합법성 자체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 모습이다.
위메이드는 가처분을 비롯한 모든 법적 수단을 통해 닥사의 상폐 결정을 저지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의 로고.
법원의 판단이 위메이드에게 유리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2022년 위믹스의 첫 상장폐지 당시에도 효력정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기각된 바 있다.
법원은 당시 위메이드의 행보가 닥사로부터 신뢰를 상실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며 위믹스의 상장폐지 효력을 유지했다. 자율규제기구로서 닥사의 필요성도 인정했다.
위메이드는 2022년 당시 신청 이후 2주 내외로 가처분 신청 결과를 받아들었다. 가처분 신청이 이르게 이뤄질 경우 위믹스의 거래중지 예정일인 6월2일 이전에 결과를 받아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위메이드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거래지원 종료가 연기되거나 무효화될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지난 번 사례와 동일하게 기각될 경우 그대로 거래지원이 종료될 전망이다. 이 경우 2022년과 마찬가지로 위메이드 주식과 가상화폐 위믹스의 가격이 추가로 급락해 투자자들의 피해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위메이드는 대량 매도 논란, 정치권 로비 의혹 등 지속적인 잡음에도 불구하고 위메이드는 블록체인 사업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사건으로 위믹스 재단의 사업기조는 변하지 않는다”며 “블록체인의 글로벌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