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5-05-07 14:25:08
확대축소
공유하기
▲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사진)이 쿠팡의 대만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의 입에서 ‘대만’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김범석 의장은 한국에서 쿠팡을 성장시킬 때 이른바 ‘계획된 적자’ 전략으로 시장을 조금씩 장악했다. 이 때의 성공 경험을 대만에도 그대로 이식하고 있는데 가시적 성과도 조금씩 나오고 있다.
이 전략이 대만에서도 블루스팟(바둑인공지능이 알려주는 다음 수)으로 통한다면 쿠팡 영업이익 1조 원 시대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7일 공개된 쿠팡의 1분기 실적을 뜯어보면 성장사업부문의 급성장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성장사업부문은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인 쿠팡플레이와 배달 플랫폼 쿠팡이츠, 대만사업, 명품 이커머스 플랫폼 파페치 등을 아우른다.
성장사업부문은 쿠팡의 주력사업인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을 포함한 제품커머스부문과 비교하면 덩치가 크지 않다. 2023년 기준으로 성장사업부문의 매출은 제품커머스부문의 3.3%에 불과했다. 2024년 파페치 인수 효과에 힘입어 몸집을 불렸으나 여전히 제품커머스부문 매출의 13.4%에 그친다.
하지만 1분기 실적만 보면 성장사업부문 성장을 더 이상 간과하기 어려워 보인다.
쿠팡은 1분기 성장사업부문에서 매출 10억3800만 달러를 냈다. 1분기 고정 원/달러 환율인 1452.66원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 돈으로 1조5천억 원이 넘는데 이는 2024년 1분기보다 78% 늘어난 것이다.
쿠팡의 1분기 전체 매출 성장률이 원화기준 21%였고 제품커머스부문의 매출 성장률이 16%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사업부문이 외형 성장에 핵심으로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매출총이익 측면에서도 성장사업부문의 약진이 돋보였다.
성장사업부문은 1분기 매출총이익 1억6500만 달러를 거웠다. 원화기준으로 성장률 87%를 기록했는데 이는 제품커머스부문 성장률인 28%의 3배를 넘어선다.
성장사업부문이 아직까지는 돈을 버는 사업부문이 된 것은 아니다. 쿠팡이 1분기 이 사업부문에서 거둔 조정EBITDA(상각전영업이익)는 마이너스 1억6800만 달러였다.
그러나 지난해 1분기보다 적자 규모를 10%가량 줄였다는 점에서 외형이 커지고 손실이 줄어드는 ‘규모의 경제’ 효과가 본격화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 의장이 성장사업부문에서 유독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곳은 바로 대만사업이다.
그는 이날 쿠팡의 1분기 실적발표 관련 콘퍼런스콜에 직접 나와 성장사업부문과 관련해 약 2분20초 발언했다. 이 가운데 대만사업을 설명하는 데 할애한 시간만 1분20초가 넘는다.
파페치와 관련해 25초, 쿠팡이츠와 관련해 18초 설명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 의장이 대만사업에 얼마나 관심을 두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는 모건스탠리 소속 애널리스트의 대만사업 관련 질의에서도 거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 대신 직접 마이크를 잡고 2분7초가량 대답하며 열의를 보였다.
김 의장은 “성장사업부문의 흥미로운 기회 가운데 하나는 대만”이라며 “한국 소비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과 같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와우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거대한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 쿠팡은 현재 대만에서 유료멤버십인 ‘와우멤버십’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쿠팡>
김 의장에 따르면 쿠팡은 현재 코카콜라와 펩시, P&G, 유니참과 같은 글로벌 회사뿐만 아니라 대만 고객에게 중요한 현지 브랜드와 직접적인 공급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쿠팡이 밝힌 1분기 대만사업의 상품군은 지난해 4분기보다 6배 늘었다.
한국에서 쿠팡의 폭발적 성장을 견인한 유료멤버십 ‘와우멤버십’도 대만에 이식했는데 이 또한 쿠팡 대만사업의 성장을 촉진할 매개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와우멤버십의 경우 월 2600원만 내면 무료 로켓배송과 30일 이내 반품 혜택 등을 제공하는 형태로 제공되고 있다.
김 의장은 “이 프로그램은 회원들에게 엄청난 가치와 절약을 제공하며 한국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멤버십 회원들의 지출 수준을 높일 것”이라며 “쿠팡은 대만을 향한 투자를 기대하고 있으며 강력한 성장의 수치가 훨씬 더 높아지길 바라고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김 의장이 이끄는 쿠팡의 대만사업이 순항한다면 영업이익 역시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1분기에 낸 영업이익은 고정환율 기준으로 2337억 원이다. 2024년 4분기 기록했던 4353억 원과 비교하면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에 덕평 물류센터 화재보험금 2441억 원 반영된 것 감안하면 사실상 분기 기준 최대 영업이익이다.
쿠팡의 영업이익은 2024년 1분기 531억 원에서 2분기 적자로 돌아섰다가 3분기 흑자 1481억 원으로 전환한 뒤 3개 분기 연속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영업이익 추세만 봤을 때 올해 쿠팡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 원 시대를 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이커머스업계 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