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미국 정부가 한국에 고율의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 사장은 해외 최대 시장인 미국 수출 전략을 놓고 고심이 클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전창원 사장. <빙그레> |
[비즈니스포스트] 빙그레의 1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내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국내 식품업체의 해외 확장은 필수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만 빙그레는 미국에서 고율의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큰 악재를 맞았다.
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미국 시장에 예측할 수 없는 짙은 안개가 끼면서 유럽 등지로 수출을 다변화하는 데 한층 더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28일 금융정보회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빙그레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커센서스(증권가 추정치 평균)는 전년 동기보다 6.4% 줄어든 197억 원으로 집계됐다. 한 달 전 영업이익 컨센서스(218억 원)와 비교해도 9.6% 감소한 수치다.
최근 IBK투자증권은 빙그레의 1분기 영업이익이 157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4% 급감한 것으로 추산했다. 내수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코아, 커피 등 주요 원재료 가격 상승과 인건비·물류비 등 각종 비용 상승이 수익성 후퇴의 주요 요인이 됐을 것으로 분석됐다.
빙그레는 지난해 1967년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인 1313억 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2023년 기록한 최대 영업이익 1123억 원을 1년 만에 다시 경신했다.
일단 빙그레는 2분기부터 가격인상 효과를 본격화하며 원가 부담에서는 상당 부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빙그레는 3월 “최근 원부자재 가격 상승과 인건비, 에너지 비용 증가에 따른 원가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며 커피와 과채음료, 아이스크림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김혜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가격인상 효과는 성수기에 접어드는 2분기부터 본격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식품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어 성장이 정체되고 경쟁이 심화하면서 식품업체들에 있어 글로벌 시장으로의 확장은 필수적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빙그레는 어린이가 주 수요층인 만큼 저출산과 인구 감소에 따른 내수 시장에서 한계를 더욱 빠르게 체감하고 있다. 빙그레는 우유·유음료 등 냉장 품목군과 아이스크림 등 냉동 품목군 제품 제조·판매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작년 기준 매출 비중은 냉장 42%, 냉동 58%다.
2020년 해태아이스크림을 인수한 빙그레는 롯데웰푸드와 국내 빙과업계를 양분하고 있다.
전 사장이 올해도 회사 성장세를 이끌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는 도널드 트럼프 신정부가 한국을 향해 25% 상호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해외 최대 시장인 미국 사업을 키우는 일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빙그레는 모든 제품을 국내에서 만들어 수출하고 있어 관세 부과는 제품 가격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법인(BC F&B USA) 매출은 804억 원으로 2023년(598억 원)과 비교해 34.6%의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다만 지난해 현지 매출 성장에 집중하면서 판관비용이 높아져 이익 증가분은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빙그레 관계자는 “미국은 회사가 키워가는 시장으로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며 “지난해 현지 이익 증가분이 소폭 감소했지만 올해는 판촉비를 줄이면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빙그레의 미국 대표 제품은 메로나. 지난해 메로나는 미국 코스트코 전체 매장에 입점했고, 현지 메인스트림 시장 내 제품 입점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빙그레는 수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2014년 중국 현지법인을, 2016년 7월 미국 현지법인을, 2019년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지난해 중국 법인 매출은 421억 원, 베트남 법인 매출은 106억 원이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시장은 국내와 비교해 판매 수익성도 더 높다. 국내 식품업체들은 내수 시장에선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의 통제가 있고 소비자들의 가격 저항도 높아 가격을 올리기가 쉽지 않지만, 한류로 K-푸드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해외시장은 높은 가격을 책정하고 그만큼의 가치를 인정받는 프리미엄 전략을 펼치기에 유리하다.
빙그레 관계자는 “한국에서 메로나는 92년 출시 뒤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해외에서는 새로운 제품”이라며 “그런 만큼 해외에서는 가격을 유연하게 설정할 수 있고 해외 실적이 수익률도 높다”고 말했다.
더욱이 해외에서는 메로나 등 대표제품을 묶음 상품으로 팔고 있어 판매마진이 더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 빙그레가 유럽 등에 판매하는 식물성 메로나 제품 이미지. <빙그레> |
미국에서 악재를 맞은 가운데 전 사장은 올해 해외 빙과 시장 다변화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식물성 메로나로 새로운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식품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식물성 메로나는 유럽시장 공략을 위해 유성분을 모두 빼고도 식물성 원료로 대체해 기존 메로나 맛을 구현한 수출 전용 제품이다.
유가공 업체인 빙그레에 있어 유럽 시장은 불모지로 여겨졌다. 유성분이 포함된 아이스크림 제품은 수출할 때 여러 통관 장벽의 제약을 받는데 특히 유럽 지역에서는 수입 유제품에 높은 비관세 장벽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빙그레 관계자는 “빙그레 제품은 모두 유제품을 포함하고 있어 유럽시장 수출은 사실상 어렵다고 인식되어 왔다”며 “식물성 메로나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유럽 등지로 수출 국가를 다변화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이라고 말했다.
2023년 네덜란드,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을 중심으로 식물성 메로나 수출을 시작했고 지난해 상반기 유럽 지역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3배가 늘었다.
빙그레는 현지 입맛에 맞춘 식물성 아이스크림 신제품을 출시하고, 수출 국가와 입점 채널을 넓혀 메로나 판매 확대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전 사장이 사령탑에 오른 2019년 이후 빙그레의 전체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8.4%에서 2023년 10.5%, 지난해 12.2%로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도 해외 사업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 사장은 1961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부산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빙그레에 입사한 뒤 40년 가까이 ’빙그레맨‘으로 활약하고 있다. 빙그레에서 인재개발센터장, 관리 담당, 경영관리 담당 등을 역임했고, 2019년 1월1일 대표이사에 올랐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빙그레는 냉동 제품군의 계절 수요가 본격화되는 2분기부터는 외형 및 수익성 모두 추가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3분기에는 빙과 제품의 수요 계절성과 해외 채널 확장이 맞물리며 실적 모멘텀이 재차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