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근 증권 거래시스템에서 거래 중단 또는 지연 사고가 잦았다.
지난달 4일 넥스트레이드(대체거래소) 출범 뒤 시스템 오류의 빈도가 늘었다. 3월 이후 '사고' 중엔 직접 연관성이 파악된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섞였지만, 발생 시점을 볼 때 인과관계를 배제하긴 어렵다는 지적이다.
▲ 미래에셋증권이 3월4일에 이어 4월18일에도 주식 거래 시스템 오류를 일으켰다. |
특히 국내외적 정치·경제 상황 탓에 요즘 국내 증권시장의 변동성이 높다. 투자자들의 불안도 그만큼 커지고 있다.
20일 증권업계 안팎에선 주식 거래 시스템 관련 오류가 또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지난 18일 미래에셋증권 트레이딩 시스템에서 프리마켓(오전 8시~9시) 시간대에 약 10분간 주문이 지연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증권업계는 미래에셋증권이 대체거래소 출범에 맞춰 선보인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언론은 이번 오류가 직원의 실수로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미래에셋증권의 직원이 실수로 자동주문전송시스템 초기화를 수행하지 않은 상태로 거래소와 연결되는 시스템에 접속하면서 문제가 생겼다는 추측을 내놓았다.
미래에셋측은 직원 실수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통화에서 “직원 실수가 아니라 자동주문전송시스템을 초기화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의 거래오류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래에셋증권은 넥스트레이드 출범 당일인 3월4일에도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과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에서 주문 체결 조회 지연 사고가 발생했다.
키움증권도 최근 들어 두 차례 전산 사고를 일으켰다.
키움증권은 4월3일부터 4일까지 이틀 연속으로 HTS와 MTS에서 매매 주문이 지연되거나 아예 접수되지 않는 오류가 발생했다.
▲ 키움증권이 4월3일과 4일 거래 시스템 오류를 일으켰다. |
증권업계에서는 넥스트레이드 출범에 맞춰 키움증권이 자체 개발한 자동주문전송 시스템의 취약점이 들어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통화에서 “주문량이 몰리며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 오류 원인”이라며 “피해를 입은 고객이 있다면 절차에 따라 보상할 것”이라고만 했다.
3일과 4일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편·상호관세 발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선고가 이뤄진 날이었다.
당시 증시 변동성이 커지며 거래주문이 몰려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동시에 변동성이 높은 상황에서 시스템 오류를 겪은 투자자들의 피해도 적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증권시장에서 정치테마주가 과열상태인 점을 고려하면 향후 국내 증권시장에서 정치적 상황에 따라 이런 사고가 반복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국내 증시에서 상한가를 기록한 4개 종목인 성신양회, 성신양회 우선주, 계룡건설, 삼호개발 모두 세종특별자치시 행정수도 이전 관련 테마주로 알려졌다.
상지건설, 대상홀딩스, 오리엔트정공, 형지글로벌 등 정치인 테마주로 알려진 종목들도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이처럼 정치테마주가 큰 변동성을 보일 때 거래 오류가 발생할 경우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사고'로 분류할 순 없지만, 넥스트레이드 거래 시스템 자체의 문제점도 여전히 아쉬움을 남긴다.
프리마켓에서는 적은 주식수의 거래 체결에도 주가가 상·하한가로 직행해 변동성 완화 장치(VI)가 발동하는 사고가 계속되고 있다.
4월10일에는 SK하이닉스 주식이 프리마켓에서 108주 거래로 상한가를 기록하자 변동성 완화 장치가 발동했다.
SK하이닉스 주식은 넥스트레이드 거래 첫날인 3월24일에도 프리마켓에서 50주 거래로 하한가로 주저앉았다.
프리마켓의 가격 급등락 현상은 넥스트레이드의 최초가격 결정법인 '접속매매'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의 단일가매매와 달리 호가를 제출하면 해당 가격에 즉시 거래가 체결되는 방식이다.
빠른 거래가 장점이지만 소규모 거래에도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부작용이 있어 지난달부터 꾸준히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
넥스트레이드 관계자는 통화에서 “간헐적으로 주가가 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면서도 “발생 빈도는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거래소의 거래 시스템도 한 차례 소동을 겪었다.
3월18일 한국거래소 호가 시스템이 넥스트레이드의 호가 시스템과 충돌해 오류를 일으키며 코스피시장 주식 매매 거래 체결이 약 7분간 전면 중단됐다.
1956년 거래소 출범 이후 코스피 시장에 상장된 모든 종목의 거래가 멈춘 첫 사례다.
3월 대체거래소 체제 도입 이후 잦은 거래사고를 겪고 있는 증권업계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한 개인투자자는 “(최근 관세 영향으로) 주가가 떨어진 것도 화가 나는데 자꾸 거래 오류를 내면 어떡하느냐”며 “증권사들이 돈을 벌어놓고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