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약한 그룹 지배력으로 인해 고민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씨저널> |
[씨저널]
이우현 OCI그룹 회장이 지배력을 어떻게 강화할 수 있을까?
이우현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지주회사 OCI홀딩스 지분은 숙부들인 이화영 유니드 회장과 이복영 SGC그룹 회장의 그것에 비해 적다.
이런 지분 구조는 이 회장이 경영 권한을 행사하는 데 잠재적 위험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회장은 경영 지배력 확대를 위해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 이우현의 OCI홀딩스 지분이 숙부들보다 적이진 이유
이우현 회장의 지분이 숙부인 이화영 회장과 이복영 회장보다 낮아진 이유는 아버지 고 이수영 회장이 2017년 10월 작고하면서 OCI홀딩스 출범 전 OCI 지분 10.92%를 상속받는 과정에서 부과된 상속세 약 1천억 원 때문이다.
이우현 회장은 주식을 매각하면서 6년 동안 연부연납을 통해 2023년 상속세 납부를 완료했다. 하지만 상속세 마련을 위해 주식을 팔다보니 개인 최대주주 지위를 내주게 됐다.
이우현 회장은 2018년 4월 상속과 기존 주식을 합해 OCI 지분 145만9925주를 확보해 최대 주주에 올랐다가 같은 달 25만7466주를 주당 15만8천 원에 매각하면서 3대주주로 내려앉았다.
그 뒤 OCI가 2023년 지주회사 전환을 발표하면서 인적분할을 단행함에 따라 오너일가 및 특수관계인들의 지주회사 OCI홀딩스 지분은 일부 늘어났지만 이 회장 개인의 지배력은 줄었다. 인적 분할 과정에서 두 숙부의 지분이 늘어서다.
2025년 4월 기준 OCI 홀딩스의 지분 구조를 살펴보면
이우현 회장이 7.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반면 숙부인 이화영 회장은 7.81%, 이복영 회장은 7.7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우현 회장의 경영 지배력은 전적으로 숙부들의 지지 위에서 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 이우현의 승부수, OCI와 한미약품 통합 무산
이우현 회장은 경영권 강화 방안으로 OCI홀등스와 한미사이언스의 통합을 시도하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무산됐다.
구체적으로 이 회장은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 지분 27%(구주 및 현물출자 18.6%, 신주발행 8.4%)를 취득하고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구상을 갖고 있었다.
이 회장의 구상이 예정대로 진행됐다면 임주현 사장을 비롯한 우군을 확보하면서 OCI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2024년 3월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OCI와 통합을 추진했던 송영숙 한미약품 회장과 임주현 부회장 측이 제안한 이사 후보 6명의 선임안건이 모두 부결되면서 통합은 물거품이 됐다.
이 회장은 한미사이언스와 통합이 무산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서로 힘을 합쳐서 같이 해도 사실 쉬운 일이 아닌데 생각이 다르면 강요할 수 있는게 아니다”며 “적극적으로 힘을 합도 어려운 과제인 만큼 우리는 다른 기회를 찾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미사이언스를 품고 있는 한미약품그룹도 2025년 약 1년에 걸친 경영권 분쟁을 마치면서 전문경영인체제를 확립하기로 하고 OCI와 통합 재추진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우현 회장이 추진한 한미사이언스와 통합이 불발된 것은 경영권 방어의 측면에서도 이 회장에게 큰 고민을 안겼다.
◆ 지배력 강화를 위한 지분 거래 빛바래
이우현 회장이 OCI그룹을 향한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미약품그룹과 협력만을 추진했던 것은 아니다.
이 회장은 앞서 2021년 OCI 자사주 29만 주와 금호석유화학 자사주 17만 주를 맞교환하고 해당 자사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른바 지분 스와프를 진행하면서 우호세력 확보에 나섰던 것이다.
보통주가 자사주로 상태로 남아 있을 때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넘기면 의결권을 갖게 된다.
당시 315억 원을 들여 확보한 금호석유화학의 지분(0.59%) 가치는 2023년 장부가액 기준 90억 원 수준의 손실을 본 바 있다.
이는 의결권 자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가 2024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회장의 사내이사 선임을 반대한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당시 ‘OCI홀딩스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보고서에서 “OCI홀딩스는 2021년 12월 자기주식 29만8900주를 금호석유화학에 매각하고 동일한 금액만큼 금호석유화학 주식을 매입해 상호주를 보유하게 됐다”며 “이는 OCI홀딩스 자산으로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우호지분을 확보해 지배권 유지에 활용하는 것으로 주주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다”고 평가했다.
◆ 경영권 방어를 위해 다시 지분 모으는 이우현
이우현 회장은 2024년 8월 OCI홀딩스 주식 2만8490주(20억 원 상당)을 매입하면서 지배력 강화에 다시금 고삐를 죄고 있다.
이 회장이 이처럼 지배력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들은 숙부들의 지지를 장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이 회장은 OCI홀딩스에만 지분이 있는 반면 숙부들과 그들의 자녀들은 각각 OCI홀딩스 지분뿐만 아니라 OCI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이우현 회장으로서는 조바심이 날 것으로 보인다.
숙부와 사촌들이 경영권을 공격할 경우 방어가 쉽지 않다는 측면도 있는데 더해, 숙부들과 사촌들의 지분을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로 매입하는 것도 자금 부족으로 현실성이 낮다.
이우현 회장이 미약한 지배력을 극복하고 OCI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