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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와 오비맥주는 어떻게 1등이 됐나

임수정 기자 imcrystal@businesspost.co.kr 2014-08-20 21:3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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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와 오비맥주는 어떻게 1등이 됐나  
▲ 이해진 네이버 의장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1등을 하는 기업도 날개없이 추락하기도 하고 만년 2등 기업이 1위에 오르기도 한다.

이제는 인터넷 검색시장에서 절대강자인 네이버도 한 때 2등이었다. 네이버는 후발주자의 이점을 충분히 살려 1등에 올랐다.

오비맥주는 1등 자리를 빼앗기고 절치부심해 다시 1등을 되찾았다. 1등의 안일함을 파고 들었다.

그렇다고 1등 기업이 얼마나 오래갈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다시 거센 도전에 직면한다. 네이버는 다음카카오라는 새로운 2등을 만났다. 오비맥주도 하이트의 도전에다 이른바 ‘신동빈 맥주’로 알려진 클라우드라는 새로운 상대도 마주하고 있다.

1등 기업들은 이런 도전 앞에서 그동안 혹시 안일함에 빠지지 않았는지 스스로를 돌아본다. 네이버는 다시 벤처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오비맥주는 새 주인을 만나 글로벌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한다.

◆ 네이버, 후발주자의 이점을 살리다

네이버는 1999년 이해진 의장이 설립한 네이버컴을 전신으로 한다. 당시 국내 인터넷검색 시장은 다음, 야후, 라이코스 등 포털 3강 체제로 굳어 있었다.

네이버는 무서운 속도로 1위를 향해 돌진했다. 설립 2년 만이 2001년 라이코스를 제치고 포털 3강에 들어갔다. 2002년 야후를 따라잡았고 2003년 다음을 제치고 마침내 1위에 등극한다.

1등 네이버의 원동력으로 ‘통합검색’과 ‘지식검색’ 서비스가 꼽힌다. 통합검색 서비스는 이미 존재하는 정보를 찾아주는 데서 나아가 정보를 적극 생산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당시 인터넷에 영어로 된 정보에 비해 한글로 된 정보의 양은 턱없이 부족했다. 이미 다음과 야후 등이 제공하는 검색 서비스의 성능은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지만 막상 검색할 것이 없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네이버가 파고든 틈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최휘영 네이버 경영고문은 통합검색 서비스에 대해 “한국어를 사용하는 이들도 영어를 쓰는 사람들만큼 필요한 정보를 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네이버의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이용자들이 질문과 답변을 통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나가는 지식검색도 데이터베이스 구축전략이란 점에서 통합검색과 그 궤를 같이 했다. 네이버는 통합검색과 지식검색의 성공을 발판 삼아 1위 자리에 올랐다. 그 뒤 네이버는 10년이 넘도록 1위 자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네이버의 국내 인터넷 검색점유율은 75%대다. 네이버에 무릎을 꿇고 2위로 추락한 다음의 검색점유율은 20%대로 네이버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네이버는 후발주자의 이점을 적극 활용해 1위 기업을 따돌린 대표적 사례다. 후발주자의 이점은 선발기업이 필연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는 시장의 불안정성을 피할 수 있고 선발기업의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아도 된다. 그만큼 투자에 따른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여기에 혁신(검색이 아니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집중한 것)이 가미된다면 금상첨화다. 상을 차리는 수고로움 없이 상 위에 사람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리를 내놓았던 것이 네이버 1위 등극의 원동력이었다.

  네이버와 오비맥주는 어떻게 1등이 됐나  
▲ (왼쪽부터) 미셸 두커리스 AB인베브 아시아태평양 지역 CEO, 장인수 오비맥주 사장, 카를로스 브리토 AB인베브의 글로벌 CEO가 지난 4월 열린 양사 간 재결합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하이트의 안일함 탓에 오비맥주에 1등 내주다

1등의 안일함이 2등 기업에게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이른바 ‘1등의 저주’가 ‘2등의 영화’로 귀결되는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후반까지 국내 맥주시장에서 절반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며 업계 1위를 지켰다. 2008년 하이트진로의 시장점유율은 60%대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하이트진로의 추락은 한 순간이었다. 20012년 시장점유율이 40%대까지 감소하면서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에 1위 자리를 내준다.

현재 하이트진로의 시장점유율은 30%대 수준일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관측한다. 반면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은 60%를 웃돌고 있다.

하이트진로 추락의 원인으로 2010년 야심차게 출시한 브랜드 ‘드라이피니시d’의 실패가 꼽힌다. 드라이피니시d가 출시되면서 ‘하이트’와 ‘맥스’ 등 기존 브랜드에 집중했던 마케팅력이 분산됐다. 그런데도 드라이피니시d는 여전히 2~3%대의 낮은 시장점유율을 보였다.

드라이피니시d 실패 배경에 2011년 합병한 하이트맥주와 진로의 결합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못했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 애초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인수합병을 무리하게 추진했던 데다 신제품 성적표도 신통치 않자 하이트진로의 재무부담은 크게 증가했다.

게다가 두 회사의 이질적 분위기를 추스르지 못해 신제품 판매를 확대할 수 있는 마케팅도 총력을 기울이지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1위라는 명성에 취해 관료화된 조직이 두 회사의 결합을 방해한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는 오비맥주와 대조적이다. 오비맥주는 올해 초 AB인베브에 재편입 되면서 협력관계를 재확인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하이트가 드라이피니시 D 등 신제품이 시장에 먹혀들지 않았고 재무적 압박도 심한데다 진로 인수 이후 두 회사의 이질적 문화를 융화하는 데도 실패했다”고 말했다.

◆ 그러나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

비즈니스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없다. 2등 기업도 1등에 오른 순간부터 ‘1등 저주’에 빠질 수 있다.

오비맥주는 최근 소독약 냄새가 나는 카스 논란으로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오비맥주는 이러한 논란에 대해 “자체 점검결과 제조공정에 문제가 없다”며 “유통과정에서 직사광선에 의해 제품이 변질돼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일광취나 산화취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냄새 원인을 찾아내지 못한 셈인데 문제는 이런 와중에 카스의 시장점유율은 계속 줄고 있다는 점이다. 오비맥주가 지난해 골든라거 제품 일부에 식품용 가성소다 희석액이 혼입된 사례를 적발하고 즉각 110만 병을 회수해 매출 타격을 최소화한 것과 대조적이다.

오비맥주는 1991년 당시 계열사였던 두산전자의 페놀원액 유출사건의 불똥이 튀어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은 경험이 있다. 이후 오비맥주의 시장점유율이 점차 줄더니 급기야 2006년 당시 만년 2위였던 조선맥주(현 하이트진로)에 1위 자리를 내줬다.

오비맥주는 하이트진로로부터 20여년 만에 되찾아온 1위 자리를 쉽게 내주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오비맥주는 과거 이미지 타격으로 1위 자리를 속절없이 내준 경험도 했다. 소독약 냄새 맥주 논란에 대한 오비맥주의 대책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절대강자 네이버도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다음카카오가 출범하면서 네이버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과거 네이버가 다음의 아성에 도전했던 것과 정반대의 상황이 된 셈이다.

다음카카오가 과연 네이버를 제치고 1위에 오를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다음카카오는 초반 기세가 무섭다. 지난 5월 다음카카오 합병 소식이 전해지자 네이버 시가총액이 하루에만 1조 원이 날아가기도 했다.

채선주 네이버 홍보이사는 다음카카오 출범에 대해 “다음카카오가 함께 해외에 진출을 시도하면 긍정적 자극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기업은 많이 나올수록 좋다”고 말했다. 1등의 안일함에 빠지지 않겠다는 네이버의 의지 표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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