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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해 9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에게 마이크를 건네고 있다. <뉴시스> |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둘러싼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지난해 국민연금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을 놓고 의혹의 중심에 서있다.
◆ 기금운용본부장 선임에 정권실세 외압 의혹
28일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2013년말 기금운용본부장 선정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홍 전 본부장은 경력점수 60점 만점에 43.43점을 받아 지원자 22명 가운데 8위에 그쳤다.
홍 전 본부장은 제출서류 검토 의견에서도 ‘중’ 평가를 받아 ‘상’을 받은 8명에 포함되지도 않았고 서류심사 통과후 면점심사에서 87점으로 9명 중 2위였다.
박 의원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합병에 손을 들어준 것은 삼성이 국민들의 노후자금을 도둑질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하며 홍 전 본부장의 임명 당시부터 외압이 있었던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500조 원에 달하는 국민 노후자금 운용을 책임지는 자리인 기금운용본부장에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의 대구고 동창인 홍 전 본부장이 선임되는 과정에 대해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500조 원이 넘는 기금을 운영하며 자본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 '자본시장의 대통령'으로까지 불리는 기금운용본부장은 전현직이 모두 현 정권 실세에 학연과 지연으로 얽혀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친박' 실세인 최경환 전 장관의 대구고 동기동창이며 강면욱 현 본부장은 구속된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대구 계성고와 성균관대 1년 후배다.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 야당 의원들은 이날 전체회의 소집 요구서를 내고 홍 전 본부장을 12월6일로 예정된 이재용 부회장의 증인출석 때 함께 부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물산 합병 주총을 앞두고 두 사람이 따로 만났고 이 과정에 정권의 로비 압력을 받았는지를 따져보려는 것이다.
◆ 홍완선, 이재용 비밀리에 만나고 최치훈도 만나
국민연금은 홍 전 본부장이 지난해 주총을 10일 앞둔 7월7일 이 부회장을 비밀리에 만난 사실에 대해 “합병 등 주요 변동사항과 관련해 투자 기업 주요 경영진과 면담하는 건 일반적 검토 과정의 일환”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러나 홍 전 본부장은 지난해 8월 말 최치훈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을 만났다고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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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주주들의 반대 속에 민감했던 사안의 의사결정을 전후해 관련 기업의 총수와 전문경영인을 거듭 만난 것은 당시에도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안의 최대 수혜자인데도 굳이 비밀리에 만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점도 의문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외부 인사로 구성된 의결권 행사 전문위원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찬성을 결정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SK와 SKC&C의 합병 때와 다른 행보를 보인 것이어서 더 큰 의구심을 낳고 있다.
홍 전 본부장은 삼성물산 합병 당시 이전까지만 해도 결정하기 어려운 중요 사안에 대해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결정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던 사실이 경향신문이 확보한 지난해 6월9일 열린 ‘2015년도 제2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을 통해 확인됐다.
그런데도 홍 전 본부장은 기존의 입장을 바꿔 지난해 7월10일 내부인사들로 구성된 투자위원회 표결만을 거쳐 삼성물산 합병 건에 찬성의견을 내기로 결정했다.
또 국민연금이 지난해 8월7일 의결권행사 전문위를 거치지 않은 결정이 적법한지 법률조언을 받은 사실도 드러나 의혹은 더욱 커지고 있다.
검찰은 삼성그룹이 피의자인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씨 등에게 지금까지 드러난 3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한 배경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해주도록 로비했는지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홍 전 본부장과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던 문형표 국민연금 이사장 등이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표를 던져 최근 평가액 기준으로 5900억 원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합병 전에 이미 3천억 원에 이르는 손실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삼성물산의 손을 들어줬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국민연금에서 운용하는 기금이 대다수 국민들의 노후자금이라는 점에서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삼성그룹의 대가성 지원의혹, 삼성물산 합병을 둘러싼 국민연금 찬성결정 논란 등 관련 사안을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