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외항에 입항한 시추선 '웨스트카펠라'의 모습. <한국석유공사> |
[비즈니스포스트]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가운데 하나인 경북 포항 영일만 심해가스전 개발사업이 더불어민주당의 예산 삭감으로 좌초 위기를 맞았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예산 확보 여부와 상관없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태도인 만큼 1차 탐사시추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한국석유공사(석유공사)의 자금 조달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국회는 본회의를 열고 2025년도 정부 예산안 등을 처리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오늘 예산안 처릴를 끝낸다"며 "신속한 예산안 처리가 현재의 위기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를 놓고 이날 오후 민주당과 협상을 벌였으나 최종 결렬됐다. 정부 예산안에서 4조1천억 원의 감액이 반영된 더불어민주당 수정 예산안의 본회의를 처리가 기정 사실화된 셈이다.
여야는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여 왔다.
특히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영일만 앞바다 심해가스전 개발사업은 검찰 및 대통령실 특별활동비 등과 함께 여야 예산안 갈등의 핵심이었다.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놓고는 발표 당시부터 야권을 중심으로 사업의 선정 절차, 타당성, 경제성 등을 놓고 많은 비판이 이어졌다.
반면 윤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 여권에서는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해 왔다.
윤 대통령은 3일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포고령에서도 "민주당은 내년도 예산에서 재해대책 예비비 1조 원, 아이돌봄 지원 수당 384억, 청년 일자리,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 등 4조1천억 원을 삭감했다"며 대왕고래 프로젝트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민주당의 수정 예산안에서 대왕고래 프로젝트 관련 예산을 보면 정부는 505억 5700만 원을 잡았으나 수정 예산안에서는 전액 삭감됐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이날 민주당과 예산안 협상이 결렬된 뒤 "대왕고래 해역에 유전 매장 가능성이 20%로 예상되는데 개발 예산 500억여 원을 전액 삭감해 국민 입장에서 안타까운 예산 삭감"이라고 말했다.
다만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현재 추진 중인 1차 시추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은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민주당의 대왕고래 예산 삭감 추진을 놓고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은 에너지 안보 및 국가 경제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사업”이라며 “우리 영토에서 부존자원을 확인하겠다는 시도를 막는 것은 에너지 안보를 포기하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그는 “예산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지만 만약 불발이 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대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첫 탐사시추와 관련해 시추업체와의 계약을 마무리한 상태다. 대왕고래의 시추를 맡은 ‘웨스트 카펠라’ 호는 9일 새벽 이미 한국에 들어와 부산외항에 정박하고 있다.
현재까지 1차 탐사시추의 진행 상황을 보면 산업부와 석유공사가 사업을 취소하기는 어려운 상황까지 온 셈이다. 이미 시추선이 한국까지 이동한 상황에서 사업을 취소하면 계약 위반에 따른법적, 경제적 책임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산업부는 1차 탐사시추 사업에서 1천 억 원 수준의 자금 확보를 놓고 정부 예산에서 500억 원 가량, 석유공사 조달로 500억 원 가량을 계획했다.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게 되면 석유공사는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해 1차 탐사시추를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산업부는 정부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 석유공사의 채권 발행을 통해서라도 1차 탐사시추를 추진하겠다는 비상계획을 세우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석유공사채 발행으로 당장 자금 조달은 가능할 수 있으나 이미 재무 위기 상태인 석유공사에 더욱 큰 타격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유공사는 2020년부터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석유공사의 자본은 마이너스(-) 1조3864억 원이다. 부채는 2024년 상반기 기준으로 21조1664억 원에 이른다.
차입금 규모를 살펴보면 단기차입금 3조9770억 원, 장기차입금 12조6470억 원이었다. 총자산 가운데 외부에서 조달한 차입금의 비율을 통한 계산하는 차입금 의존도는 84.0%였다. 일반적으로 차입금 의존도는 30%보다 낮아야 재무구조가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 석유공사채 발행을 검토하고는 있다"고 말했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