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혜경 기자 hkcho@businesspost.co.kr2024-12-06 16:3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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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전에 뛰어들며 종합금융그룹 도약의 첫 발로 그룹 핵심사업인 저축은행업 강화를 꾀하는 것으로 보인다.
종합금융그룹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향후 증권업 등으로 진출이 필요한 가운데 먼저 핵심사업 기반을 단단히 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한 첫 발로 저축은행업 강화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 OK금융그룹 >
6일 금융권에 따르면 OK금융그룹은 12월 초부터 상상인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상상인저축은행은 대주주인 유준원 상상인 대표가 금융위원회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직무정지 처분을 받으면서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10% 이상 지분을 보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상상인은 상상인저축은행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실사가 마무리되면 내년 상반기 안으로 인수 절차를 밟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OK금융그룹이 상상인저축은행을 인수하면 저축은행업 진출 10년여 만에 목표로 한 업계 1위에 오르는 것도 가능하다.
2024년 9월 말 기준 OK저축은행의 자산규모는 13조7843억 원, 상상인저축은행은 2조7554억 원이다. 단순합산하면 현재 업계 1위 SBI저축은행의 14조8211억 원을 1조7176억 원 넘어선다.
최 회장은 OK저축은행이 공식 출범하던 2014년 7월 “기존 저축은행들의 영업방식을 뛰어 넘어 직접 찾아가는 ‘발로 뛰는 관계형 영업’을 펼치겠다”며 “대한민국 1등 저축은행을 향해 계속 전진하겠다”고 말했다.
더욱이 최 회장이 OK금융그룹에 ‘종합금융그룹’이라는 청사진을 그리는 만큼 이번 인수는 OK저축은행을 중심에 두고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다지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내 핵심계열사인 OK저축은행이 안정적 실적을 내며 중심을 지지해주면 OK금융그룹이 필요로 하는 증권사 인수 등에 속도를 내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OK저축은행이 상상인저축은행을 품으면 가장 기대되는 시너지는 영업구역 확대다.
저축은행들은 자신의 영업구역 안에서 의무적으로 일정비율 이상의 대출을 시행해야 한다. 의무대출 비율은 수도권 50%, 비수도권 40%다.
즉 해당 비율을 맞추기 위해 영업활동에 제약이 있을 수 있는 셈인데 인수합병 시 수도권 전체를 포함하게 되는 만큼 영업실적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현재 OK저축은행은 서울, 충청, 호남 등 세 곳의 영업구역을, 상상인저축은행은 경기·인천권 한 곳을 가지고 있다.
다만 이번 인수전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앞선 사례를 봤을 때 가격 협상이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우리금융지주가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추진했으나 가격 문제로 인수 작업을 중단했다고 알려졌다.
우리금융이 제시한 인수 비용은 2천억 원대로 전해지는 가운데 이번 인수전에서는 가격이 더 낮아질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다. 상상인저축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이 당시보다 악화해서다.
▲ 최윤 OK금융그룹 회장이 상상인저축은행 인수를 완주할 지 주목된다. < OK금융그룹 >
이런 가운데 최 회장이 과거와 같은 뚝심을 발휘해 종합금융그룹으로 가는 기반을 단단히할지 주목된다.
최 회장은 2007년부터 8년 넘게 무려 9번의 실패를 맛본 끝에 10번째 시도에서 저축은행 인수에 성공했다.
최 회장의 끈기를 잘 보여주는 사례로 꼽히는데 만약 그가 이번 인수전 완수가 OK금융그룹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 협상을 타결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OK금융그룹의 종합금융그룹 도약을 위해 그룹의 모태였던 대부업 라이선스를 주어진 기한보다 1년 가까이 빠르게 반납하는 결단력을 보이기도 했다.
OK금융그룹은 지난해 10월 “당초 금융당국에 약속했던 기간보다 1년3개월여 앞당겨 대부업 철수 작업을 마무리했다”며 “새 금융사를 인수합병하는 데 현실적 걸림돌로 작용했던 대부업을 조기 철수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자 한 최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고 설명했다.
OK금융그룹이 다시 대주주 적격성 문제에 걸림돌로 떠오른 최 회장 동생 소유의 대부업체 정리를 빠르게 진행하는 점도 새 금융사 인수합병에 속도를 내기 위함일 수 있다.
OK금융그룹은 관련 대부업 자산을 올해 안에 모두 정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하면서 “그룹 모태가 된 대부업 철수를 계기로 OK금융은 임직원 모두가 꿈꾸고 바랐던 새로운 흐름에 올라섰다고 생각한다”며 “창립 뒤 24년 동안 늘 그래왔던 것처럼 도전의 발길을 멈추지 않고 진정한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