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가 미국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따른 멕시코공장의 타격을 막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기아차는 멕시코법인에서 인사를 실시한 데 이어 미국생산 비중도 높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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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우 기아차 사장. |
21일 기아차에 따르면 기아차는 14~18일 유럽과 미국의 기관투자자를 상대로 실시한 기업설명회에서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현대차의 싼타페 위탁생산 물량을 줄이고 기아차의 미국생산 비중을 높이기로 했다.
기아차 관계자는 미국생산 비중을 높이기로 한 데 대해 “도널드 존 트럼프가 미국대통령으로 당선돼 미국판매에 타격을 입는 것을 막기 위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차는 미국 조지아공장에서 연간 34만 대를 생산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10만 대가 현대차의 위탁생산 물량이다.
기아차의 미국 현지생산 비중은 지난해를 기준으로 미국 전체판매량의 41%에 이른다. 조지아공장에서 위탁생산 중인 현대차 물량을 기아차 물량으로 모두 전환할 경우 기아차는 미국 현지생산 비중이 최대 55%까지 늘어나게 된다.
기아차는 또 향후 트럼프 정부의 통상정책에 따라 멕시코와 한국의 미국수출 물량을 탄력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직후 멕시코법인장을 교체했다.
멕시코법인장에 멕시코의 구매관련업무를 총괄하던 박우열 신임 법인장을 선임하고 글로벌 종합상황실기획팀장인 장재석 이사를 멕시코공장의 관리책임자로 선임했다. 이들은 앞으로 트럼프 정부의 정책에 대비해 대미 수출전략을 수정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북미자유무역협정과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재개하겠다며 멕시코 수입품에 최대 35%의 관세를 부과하고 한미자유무역협정을 재협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멕시코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기아차도 이에 따른 피해를 입을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
기아차가 멕시코법인에서 인사를 실시하고 미국생산 비중을 높이기로 한 것도 이런 관측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이 정책으로 현실화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완성차업계가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1일 "해외 투자자들은 멕시코의 대미수출 관세가 실제로 35%까지 부과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트럼프 당선 이후 시장이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필즈 포드의 CEO도 15일 LA오토쇼에서 "소형 자동차 생산라인 거점을 멕시코로 이전하는 기존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만약 트럼프 정부가 공약대로 멕시코에서 수입되는 물량에 고율의 관세를 물릴 경우 기아차가 멕시코공장에서 생산된 완성차를 캐나다를 통해 미국에 우회적으로 판매하거나 멕시코에서 생산된 자동차 부품을 미국에서 조립만 하는 전략 등의 전략을 취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