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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겸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왼쪽)와 박성욱 SK하이닉스 사장.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취임 뒤 미국 메모리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칠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독주하는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불확실성을 안게 됐지만 기술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한 만큼 파고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 트럼프 당선으로 마이크론 기회
20일 외신을 종합하면 트럼프가 대통령에 오른 뒤 글로벌 메모리반도체시장에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마켓리얼리스트는 “트럼프는 미국의 반도체 생산을 확대하려는 적극적인 정책을 펼 계획을 세웠다”며 “한국 반도체기업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마켓리얼리스트는 트럼프가 메모리반도체 최대 생산국가인 한국을 견제해 관세를 높이는 등 미국 반도체사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내놓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이 경우 마이크론이 D램과 낸드플래시의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론은 내년부터 공격적인 생산량 증대를 계획하고 있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시장에서 74%,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47%의 합계 점유율을 차지하며 시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D램 시장에서 19%, 낸드플래시에서 10.6%의 점유율을 확보해 세계시장에서 사실상 한국 반도체기업들의 유일한 경쟁사로 꼽힌다.
낸드플래시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3D낸드 기술에서 마이크론은 인텔과 협력하며 낸드플래시 시장지배력을 더 강화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이크론이 트럼프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할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고객사들로 메모리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불리해질 뿐만 아니라 마이크론이 반도체 생산량을 더 확대할 경우 공급과잉을 이끌어 업황악화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IBK증권에 따르면 마이크론은 내년에 D램 생산량을 28%, 낸드플래시 생산량을 40% 늘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선 뒤 생산투자를 더 확대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호무역을 강화하고 관세를 높이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한국 반도체산업의 앞날에 불안한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며 “리스크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관세율을 높일 경우 IT기기의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도 나온다. PC와 스마트폰 등 메모리반도체 탑재 기기의 수요가 둔화하는 것도 메모리반도체 업황악화를 이끌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메모리반도체 생산투자에 더 보수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계속 부담을 안게 될 수 있다”고 봤다.
IBK투자증권은 트럼프 당선으로 IT기기 업황이 둔화할 가능성에 주목해 내년 D램 수요증가율 전망치를 23%에서 20.6%로, 낸드플래시 전망치를 43%에서 41.2%로 낮췄다.
◆ 고객사 다변화와 기술력으로 극복
트럼프 정부 아래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진출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반도체를 국가육성산업으로 지정하고 막대한 투자금액을 지원해 칭화유니그룹 등 현지 반도체기업을 키워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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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크 더칸 마이크론 CEO. |
칭화유니그룹은 지난해 마이크론 인수를 시도했지만 미국 정부의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됐다. 이후 계속 생산시설을 제공하고 기술을 제공받는 협력방안을 내밀고 있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이마저 어려워질 공산이 크다.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칭화유니그룹은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기 전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 마이크론과 적극적으로 기술협력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간이 촉박해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 메모리반도체기업의 본격적인 진입으로 공급과잉이 발생할 위험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의 성장과 장기적으로 중국의 진입 가능성 등 메모리반도체에서 악재를 맞고 있지만 기술력에서 크게 앞서있는 만큼 타격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의 공정기술력을 앞세워 원가절감을 이뤄낸 성과로 반도체 업황악화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도 수익성을 효과적으로 방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하이닉스의 경우 올해 실적에 타격을 피할 수 없었지만 뒤늦게 D램 미세공정과 3D낸드 기술력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내년부터 이런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우 연구원은 “IT기기 수요부진에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산업 발달로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견조하게 이어질 수 있다”며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상황에도 실적개선 가능성에 더 무게가 실린다”고 진단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2분기 완공이 예정된 평택의 대규모 3D낸드 공장을 가동하면 당분간 낸드플래시에서 독주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스마트폰업체와 서버업체 등을 중심으로 낸드플래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의 기술격차가 상당히 크게 벌어져 상대적인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글로벌 2위업체로 안정적인 입지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모두 공정전환을 통한 체질개선에 빠른 성과를 내고 있다”며 “마이크론보다 기술력에서 앞서나가는 추세가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