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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현대차 지원, 정몽구 독대와 무관한가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6-11-16 16: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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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의 현대차 지원, 정몽구 독대와 무관한가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월27일 광주과기술원에서 열린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과 함께 센터를 시찰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재벌총수들과 개별면담을 하기에 앞서 그룹들의 경영현안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르와 K스포츠 지원과 관련해 대가성이 검찰수사의 핵심쟁점인데 박 대통령이 기업들의 민원을 개별적으로 들어 해결해 주고 기업들은 그 대가로 거액을 내놓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 박근혜, 독대 전 7개 그룹 현안 파악   

검찰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으로부터 확보한 수첩을 통해 박 대통령과 독대한 대기업의 경영현안을 정리한 내용이 적혀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중앙일보가 16일 보도했다.

안 전 수석은 지난해 7월24~25일 박 대통령의 7개 그룹 총수와 단독면담에 앞서 기업들에게 현안자료를 요청했고 그 내용을 수첩에 자필로 빼곡하게 메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 수석의 자택에서 압수한 수첩에 SK그룹과 CJ그룹의 경우 총수의 부재로 큰 투자와 장기적 전략수립이 어렵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의 반대가 심하다, 현대차그룹은 노사문제로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는 등의 내용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최근 대통령과 독대한 7개 그룹 총수들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지만 이들은 박 대통령의 압력을 받아 돈을 냈다는 의혹을 대부분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혐의를 시인할 경우 박 대통령뿐 아니라 총수들 역시 뇌물죄 적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안의 경우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능한데 이 경우 공무원이 정범이며 기업들 역시 공범으로 뇌물공여죄 적용이 가능하다. 형량은 낮지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재벌총수들이 입을 열지 않는 한 검찰이 대가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안 전 수석 수첩의 메모로 볼 때  박 대통령은 개별기업들이 안고 있는 당면 현안들을 인지했고 이를 빌미로 지원금 출연을 유무형으로 압박했을 개연성이 뚜렷해졌다. 

한창민 정의당 대변인은 16일 현안 브리핑에서 “이런 메모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재벌기업들의 출연금이 명백한 대가성 뇌물이라는 것을 입증한다”고 지적했다.

◆ 현대차그룹은 대가성 없었나

SK그룹과 CJ그룹은 각각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의 사면과 관련됐을 것이란 의혹이 줄곧 제기돼왔다. 삼성그룹의 경우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추진 당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정부쪽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아왔다.

안 전 수석의 메모를 보면 지금까지 재계 안팎에서 나온 여러 의혹들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안 전 수석 수첩의 내용에서 특히 현대차그룹이 주목된다.

현대차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에 128억 원을 출연해 삼성그룹에 이어 두 번째로 액수가 많았다.

현대차그룹은 재단 출연금 외에도 최순실씨의 최측근인 차은택씨가 운영하는 신생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마케팅회사를 통해 제네시스, i30 등 30억 원어치의 광고를 몰아준 대목도 의심을 받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지난해 7월뿐 아니라 올해 2월 이뤄진 박 대통령과 5대그룹 총수 독대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정 회장은 12일 오후부터 13일 새벽까지 검찰조사를 받았다. 정 회장의 검찰소환은 2006년 6월 현대차 비자금 사건 이후 10년만이었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은 경영적 측면에서 정권으로부터 어떤 도움을 받았거나, 기대했는지가 다른 그룹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안 전 수석 수첩의 내용을 보면 현대차그룹도 정경유착 의심을 받을 대목이 적지 않다.

◆ 노사갈등 등 정부 지원 절실한 현안 많아 

현대차는 올해 임금단체협상을 시작한지 5개월여 만인 지난달 17일 가까스로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올해까지 5년 연속 파업을 겪었고 올해도 3조 원 이상의 생산차질을 겪은 것으로 추산됐다.

기아차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기아차는 올해도 현대차보다 늦게 임단협을 마무리했다.

  박근혜의 현대차 지원, 정몽구 독대와 무관한가  
▲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기아차가 노사갈등이 고조되는 과정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대차 노조가 다시 파업을 하면 긴급조정권 발동 등 초강수로 맞대응할 가능성을 내비치며 사측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긴급조정권은 노조 쟁의행위가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하거나 국민경제를 해칠 우려가 있을 때 발동되는 조치로 파업과 쟁의행위가 금지되고 노사가 중노위 위원장의 중재를 따라야만 한다.

1969년 대한조선공사 파업 이후 지금까지 단 네 차례, 가장 최근 발동된 것은 2005년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때였을 만큼 정부가 강하게 개입할 뜻을 밝힌 것이었다.

현대기아차는 지난해부터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데 정부는 지난해 8월27일 자동차에 대한 개별소비세율을 5%에서 3.5%로 인하하는 조치를 취했다. 애초 12월 말까지 시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올해 1월 국내 자동차 판매가 급감하자 이를 6월말까지 다시 연장해 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5월 현대차와 기아차의 순환출자금지규정 위반행위에 대해 경고조치를 내린 것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순환출자강화분에 해당하는 주식을 처분시한인 6개월 내에 처분해야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막바지가 돼서야 통보했다.

공정위는 당시 "순환출자 금지제도 시행 이후 첫 사례로 공정위 유권해석 전까지 해소대상인지가 확정되기 곤란한 측면이 있었고 조속히 위반 행위를 스스로 시정하려 했다"며 과징금 460억 원을 부과할 수 있는 사안이었는데도 경고조치에 그쳤다.

정부가 지난 7월 초 대통령 주재로 제10차 무역투자진흥위원회에서 ‘신규 유망수출품목 창출방안’에 2020년까지 수소차를 1만 대 국내에 보급하고 1만4천 대 수출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대목도 현대차에 대한 특혜정책이란 의심을 살만하다.

정부는 현재 10기인 수소충천소를 2020년까지 100기로 확대하기로 하고 개별소비세와 취득세 감면, 보조금 상향 등 수소차 구매 지원책도 다양하게 마련하기로 했다.

미래친환경차 개발을 지원하는 정책처럼 보이지만 국내 완성차회사들 가운데 수소차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곳은 현대차밖에 없다. 현대차는 1988년부터 수소차 관련 연구를 시작해 2013년 세계 최초로 양산형 수소차 개발에 성공했고 관련 독자기술도 여럿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당시 국회에서 정부의 수소차산업 육성 정책이 현대자동차에 편향된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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