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최순실 게이트로 이재용 부회장이 검찰조사를 받는 등 최악의 악재에 휘말려있지만 지주사체제 전환을 더욱 서두를 것으로 분석됐다.
지주사 전환의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지주사체제를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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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14일 “삼성그룹은 경영권 승계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배구조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변화가 가시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생명은 삼성증권이 보유하고 있던 2900억 원 규모의 삼성증권 자사주를 사들인다고 11일 발표했다.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자회사 지분확보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삼성그룹은 금융지주사인 삼성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계열사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둔 제조계열사를 양대 축으로 지배하는 삼성물산을 지주사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업계는 파악한다.
이렇게 해야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의 지분을 통해 삼성그룹 전체의 지배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갈 길이 바쁜데 이 부회장이 검찰조사를 받는 등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있다.
삼성그룹은 미르와 K스포츠에 가장 많은 돈을 낸 데 이어 삼성전자가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의 승마지원을 위해 별도로 거액을 지원했다.
삼성그룹이 최순실 게이트라는 수렁에 빠진 것도 지배구조개편과 관계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지배구조개편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협조가 절실히 필요했고 이를 위해 비선실세인 최순실씨와 손을 잡게 됐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삼성그룹이 향후 지주사체제 전환을 추진하는 데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검찰수사 결과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삼성그룹이 대가를 바라고 최순실씨를 지원했다고 드러날 경우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상황은 엘리엇매니지먼트를 주축으로 한 삼성전자 외국인 주주들의 여론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삼성그룹이 지주사체제 전환을 위해 삼성전자 인적분할 등 지배구조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주주의 지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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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오전 소환조사를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탄 자동차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
삼성그룹이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지배구조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질 수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 재벌기업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며 “검찰수사를 계기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가 변해야 한다는 압박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로부터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장원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소야대 국회에서 지주사전환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지금의 분위기에서 삼성그룹은 선택의 폭과 시간이 많지 않다”며 “외부 변화요인이 커지며 더 긴박한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 연구원은 삼성그룹이 지주사체제를 완성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지주 형태를 갖추는 조직개편을 이른 시일 안에 만들어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인적분할 안건을 상정할 가능성도 있다.
경제전문지 포천은 “이 부회장은 최근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르는 등 기업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며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사태를 넘을 수 있을지가 가장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라고 파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