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지금이 한국 증시 밸류업 골든타임이라고 생각한다. 금융당국이 주주가치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 도이치모터스·삼부토건 주가조작 등을 언급하면서 한국 자본시장 저평가 해소를 위한 당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화면 갈무리>
이날 정무위 국감에서는 올해 금융당국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밸류업’ 성과를 위해서는 시장 감시·감독과 조사 기능 강화, 법과 제도 등 구조 개혁이 선행해야 한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야당 의원들은 한국 증시와 기업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회사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안 추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현정 의원은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에게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 확대하는 방안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소신발언을 했는데 그 입장은 변함이 없는 것이냐”고 물었다.
이어 “두산그룹 오너일가가 경영권 승계의 편법으로 지배구조 개편을 이용하고 있는데 이를 개선해야 하지 않겠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장이 상법 개정안 추진과 관련해 이 자리에서 뭐라 말하기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자 “결국 안 하겠다는 것 아니냐”고 다그치기도 했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두산에너빌리티가 알짜 계열사 두산밥캣을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의사결정을 내린 것을 한국 자본시장 저평가(디스카운트)를 불러 온 대표적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는 “재벌그룹이 주주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 오너일가의 이익만 앞세운 행태에는 책임을 지워야 한다”며 금융당국 차원에서 주주가치 보호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에서는 상법 개정안 추진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사안에 관한 입장 차이가 명확히 드러났다.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대기업이 합병이나 구조조정, 분할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에 피해를 입힌 과오도 있지만 공도 있다”며 “대기업들이 영업적자가 생기더라도 지배구조나 사업구조 변경을 통해 미래로 가야 하는 부분이 있다는 점을 놓치면 안 된다”고 말했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 의사중계시스템 생중계 화면 갈무리>
최고경영자(CEO)들이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에 눈앞의 이익만 쫓아가면 국가 경제를 위해 필요한 산업재편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것이다.
도이치모터스, 삼부토건 주가조작 논란 등 시장교란행위를 제대로 감시, 조사해야 한다는 질타도 쏟아졌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주가조작과 같은 교란행위는 한국의 금융시스템을 과거로 후퇴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우려사항”이라며 “금감원장이 금융시장 교란을 어떻게 막아낼지 원칙을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국인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는 ‘날강도’라고 했는데 그 가장 큰 원인이 주가조작”이라며 “그래서 삼부토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이 중요한 의제다”고 짚었다.
이 원장은 의원들의 지적에 “자본시장의 불공정행위는 소비자 신뢰를 크게 침해하는 행위가 맞다”며 “시장교란행위와 각종 금융시장 불공정행위에 강력히 대응하는 것이 시장 질서를 위한 열쇠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고 답변했다.
이 원장은 우크라이나 재건 테마주로 주가가 급등한 뒤 주가조작 의혹이 제기된 삼부토건 의혹은 한국거래소에서 이상거래 심리 결과를 받아 조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안과 관련해서는 정치적 쟁점이 핵심이 된 만큼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 원장은 “(김건희 여사 연루 의혹은) 검찰에서 인지 수사를 통해 진행한 것이기 때문에 판단의 구체적 부분들을 모른다”며 “이런 부분들을 살펴본 뒤에 법률전문가로 답변을 할 수는 있겠지만 금감원장으로는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국감 개회 직전에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두고 불기소 처분을 발표하면서 의원들의 질의가 여야 정쟁으로 번지는 모습을 보였다.
야당 의원들은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검찰 치욕의 날”이라며 날을 세웠고 여당은 야당이 정치공세로 치닫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원장은 이밖에 자본시장 선진화와 관련 기업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와 공시의 적정성 문제, 은행의 건전성 등을 주의 깊게 살피고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가계부채 정책 혼선과 '관치금융' 논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의 질의를 받았다.
이날 정무위의 금감원 국감에는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공개매수 과열 문제와 관련해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 SKE&S와 합병에 따른 주주피해 관련 이슈로 강동수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이 일반 증인으로 출석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