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기준금리 결정에 관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가계부채 상황에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는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결정 배경으로 우려하던 가계대출 추이에 변화가 있었다는 점을 짚으면서 한 말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은 2020년 4월 이후 4년6개월, 2021년 8월 기준금리를 인상하며 긴축에 본격 시동을 건 지 3년2개월 만이다.
그동안 이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이 기준금리 인하가 집값 상승과 가계대출 확대에 줄 영향 때문에 신중을 기울여 왔다는 점에서 가계대출의 둔화는 이번 인하 결정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 9월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전월 대비 증가 폭은 5조6029억 원으로 8월 증가 폭 9조6259억 원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주택시장은 수도권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고 거래량도 축소됐으며 지방에서는 부진이 이어졌다”며 “이에 따라 가계대출 증가규모도 상당 폭 축소됐다”고 말했다.
내수시장이 38개월 동안 이어진 긴축 기조에 피로감이 높아진 점도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의 배경이 됐다.
금융통화위원회도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국내 경제는 수출 증가세가 이어졌지만 내수 회복세는 아직 더딘 모습이다”며 통화정책 방향이 내수 진작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 총재도 “경기 과열의 상황이면 긴축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내수가 회복 중이더라도 잠재성장률 보다 낮은 수준이다”며 내수 진작을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했음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 총재가 이날 금리를 인하했지만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인 11월에 다시 금리 인하를 단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내수 진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아직 집값과 가계부채에 대한 이 총재와 금융통화위원들의 불안감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금융통화위원회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부채에 미치는 영향 등 관련 리스크에 여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통화정책은 물가,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변수 간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총재를 제외한 금융통화위원 6명 가운데 5명은 3개월 동안은 현재의 기준금리 수준인 3.25%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집값과 가계부채 둔화 추세가 지속되는지 여부를 지켜보고 이번 금리 인하가 시장에 줄 영향을 충분히 살펴보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
이에 이 총재가 기준금리 인하에 시동을 걸기는 했으나 앞으로 금리 인하 속도는 상당히 느리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11월 회의에서는 금리 동결이 이뤄지고 해를 넘겨 내년 상반기에 추가적으로 더 금리 인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바라본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에는 동결에 나서겠으나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한 만큼 금리 인하 기대감이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1분기와 2분기 중 각각 1차례씩 추가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향후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기준금리 전망)에 따라 내년 1월까지 추가 인하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두 번째 인하 시점은 내년 2월을 예상하며 3분기에 추가로 인하해 내년 말 2.75%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