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과 삼성중공업 등이 최근 공매도의 표적이 되면서 개미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주가가 떨어져 개인투자자들은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보는데 기관과 외국인 등 공매도 세력만 배를 불린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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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
공매도를 한 투자자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지만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근절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공매도 제도를 손질하려는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8일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공매도 거래를 한 투자자가 유상증자의 신주 가격이 확정되기 전까지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박 의원은 “기업이 유상증자 계획을 공시하면 공매도 물량이 증가하면서 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진다”며 “유상증자를 할 때 공매도 거래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주식을 먼저 빌려서 판 뒤 실제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싼값에 다시 사들여 되갚는 투자기법을 말한다.
개정안은 특히 공매도를 한 뒤 시세보다 25% 안팎 싸게 책정되는 유상증자 신주를 받아 차익을 챙기는 것을 막겠다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현대상선은 7월 말 대규모 유상증자에 이어 전환사채를 발행하면서 주가가 반토막 났다. 미리 주식을 공매도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은 3주 만에 80%의 시세차익을 챙겼지만 개인투자자들은 막대한 손실을 봤다.
현대상선뿐 아니라 최근 삼성중공업과 한화투자증권,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유상증자 발표 뒤 공매도의 집중표적이 됐다. 이에 따라 주가하락이 이어지면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한 만큼 투자기회를 균등하게 가질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공매도제도의 개선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10월10일 국정감사에서 “최근 현대상선 등 유상증자 과정에서 불거진 기관투자가의 공매도 투자 문제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며 “유상증자의 기준가격 산정 시점을 증자 공시시점으로 앞당기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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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찬우 한국거래소 위원장. |
정찬우 한국거래소 위원장도 10월25일 기자간담회에서 “증자를 앞둔 기업의 주식을 공매도한 투자자는 증자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개정안과 같은 취지인 셈이다.
미국에서는 신주 발행가가 결정되기 5거래일 전까지 공매도를 한 경우 증자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기업의 유상증자가 공시된 뒤 공매도를 한 투자자는 증자로 받은 신주를 공매도 결제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개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만큼 공매도 제도가 어떻게든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적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이번 개정 방향이 근본적인 문제를 비껴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자에 참여하지 않아도 공매도가 가능하기 때문에 빈틈이 많다는 것이다.
한미약품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미공개정보 유용이 문제의 핵심으로 꼽힌다.
황세운 자본실장연구원 실장은 “공매도 물량을 시장에서 해결하느냐 유상증자로 해결하느냐는 문제의 본질이 아니다”라며 “내부정보를 활용한 불공정행위에 대한 처벌강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