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기자 heydayk@businesspost.co.kr2024-10-04 16:27:34
확대축소
공유하기
[비즈니스포스트] 탁영준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가 지난해부터 새롭게 도입한 ‘멀티 센터제’를 안착하는데 성과를 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경쟁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연차 아티스트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수만 프로듀서의 단일 프로듀싱에서 벗어나 멀티 프로듀싱 체계를 구축하면서 적극적으로 신인 아티스트를 선보이고 있다.
▲ 탁영준 SM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사진)가 신인 아티스트 라인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탁 대표는 4분기에도 신인 걸그룹을 시장에 선보여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4일 엔터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가 지난해부터 도입한 ‘SM 3.0’ 체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켰다는 의견이 나온다.
SM 3.0의 핵심은 ‘멀티 센터제’다. 본사 내부에 센터별로 그룹을 나눠 사업 의사결정 권한을 각 센터의 디렉터들이 갖는 것이다.
탁 대표는 해당 체제 아래 기존 아티스트의 앨범 발매는 물론이고 신인 아티스트 데뷔에도 속도를 붙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탁 대표는 SM엔터테인머트의 신인 개발을 주도해온 인물이다. 그는 2001년 입사해 SM엔터테인먼트에서 23년 동안 근무하며 보아, 신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레드벨벳, 엔시티, 에스파 등 회사의 주요 아티스트들을 키우는데 모두 직간접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탁 대표는 모든 아티스트가 이수만 전 총괄프로듀서의 프로듀싱을 받아야 했던 과거에는 신인 그룹을 자주 내놓지 못했다.
보이그룹 엑소(2012년 데뷔)와 엔시티(2016년 데뷔) 사이에도 4년의 간격이 있고 걸그룹 레드벨벳(2014년 데뷔)과 에스파(2020년 데뷔)는 데뷔 시기가 6년이나 차이가 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활동하는 고연차 가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새로운 아티스트의 데뷔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멀티 센터제를 도입하면서는 사뭇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3년 9월 보이그룹 라이즈, 올해 2월 한일 동시 활동그룹 엔시티위시, 9월 가상 아티스트 나이비스가 차례로 데뷔한 데 이어 4분기에는 신인 걸그룹도 출격을 앞두고 있다.
해당 아티스트들은 모두 소속 센터가 다르다. 라이즈는 5센터, 엔시티위시는 4센터 소속이며 신인 걸그룹은 2센터에서 데뷔를 준비하고 있다. 각기 다른 센터에서 음악 작업을 담당하고 있어 동시 다발적으로 신인 데뷔를 준비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엔터 기업은 저연차 아티스트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느냐가 이익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7년 차에 이뤄지는 재계약을 기점으로 아티스트에게 보다 유리하게 정산 조건이 바뀌기 때문이다.
저연차 아티스트의 중요성은 증권가에서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팝 산업이 과도기에 진입함에 따라 일부 고연차 아티스트의 성장 속도가 느려지면서 저연차 아티스트의 빠른 성장이 더욱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SM엔터테인먼트의 저연차 아티스트 라인업 확대를 두고 이남수 키움증권 연구원도 “엔시티127 멤버의 군입대가 시작됐으며 엑소는 개별 활동에 집중하고 있어 퍼포먼스 보이그룹 활동성이 저하되고 있다”며 “신인의 성장이 반드시 필요한 시기이다”고 바라봤다.
▲ 저연차 아티스트의 성장은 K팝 산업이 과도기에 접어들면서 더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탁 대표는 2020년부터 3년 동안 공동대표를 맡았으나 이수만 전 프로듀서와 경영권 분쟁의 책임을 지고 잠시 물러났다가 올해 3월 다시 대표로 복귀했다.
엔터 기업의 사업 확장은 아티스트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만큼 SM엔터테인먼트가 탁 대표의 신인 개발 능력을 높이 산 것으로 풀이된다.
탁 대표 체제에서 새로 데뷔한 아티스트들은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
라이즈는 2023년 데뷔 앨범으로 104만 장을 판매했으며 올해 6월 발매한 새 앨범과 9월 발매한 리패키지 앨범을 초동 판매로만 도합 150만 장 이상 팔아치웠다. 초동 판매량은 발매 후 1주일 동안 앨범판매량으로 팬덤 화력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올해 데뷔한 엔시티위시도 세 차례 앨범을 발매하면서 실시간으로 팬덤 확장을 증명하고 있다. 엔시티위시의 초동 판매량은 2월 28만 장, 7월 53만 장, 9월 79만 장으로 계단식으로 성장하고 있다.
탁 대표는 연내 신인 걸그룹 데뷔에 이어 2025년에도 새 보이그룹의 데뷔도 준비하고 있다. 세대 교체를 이루겠다는 의지와 함께 해마다 새로운 보이그룹을 선보여도 각기 다르게 탄탄한 팬덤을 형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행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