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보의 소형 전기 SUV 'EX30'. <볼보코리아> |
[비즈니스포스트] 작년 11월 국내 사전예약에 들어간 볼보자동차코리아의 전기차 신차 EX30의 출고 일정에 큰 차질을 빚고 있다.
사전 예약한지 1년이 다 되가는데도 차를 구경조차 못한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는 가운데 계약을 아예 취소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26일 볼보코리아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출고 지연으로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X30(2024년형)이 아직 국내에서 단 1대도 판매되지 않은 가운데, 연식변경 시점이 다가오면서 해를 넘긴 내년 초 2025년형 EX30을 기존 사전 예약자 등 구매자에 인도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
EX30 사전 예약자는 1000명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볼보코리아는 지난 6월 EX30 관련 국내 인증 절차를 완료하고 당초 7월부터 본격 출고를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고객 인도 시점이 8월, 10월로 미뤄지다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볼보코리아 관계자는 "현재 EX30 출고 시점을 특정하긴 어렵다"며 "대락 내년 초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전기차 정부 보조금이 보통 2월에 확정되는 점을 고려하면 EX30 출고 시점은 이보다 더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재 EX30을 계약하면 볼보 딜러사에선 차량 인도까지 최소 1년이상이 걸릴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EX30 국내 출시가 이토록 지연되는 상황을 놓고 일각에선 최근 발생한 품질 문제를 배경으로 지목하고 있다.
앞서 지난 6월 볼보는 당시까지 생산된 EX30 7만1956대 전량에 대한 리콜을 실시했다.
소프트웨어 문제로 인해 시동을 걸 때 센터 디스플레이의 속도계가 테스트 모드로 전환될 수 있는 것을 확인됐기 때문이다. EX30은 별도의 계기판이 없고, 해당 기능이 센터 디스플레이에 통합돼 있다.
다만 볼보코리아 측은 EX30 글로벌 리콜과 국내 출고 지연과는 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글로벌 모델에는 구글 어시스턴트 소프트웨어가 들어가는데 리콜은 이 소프트웨어에서 발생한 것이고, 국내 물량에는 티맵을 현지화한 별도의 소프트웨어가 들어갔다는 것이다.
EX30은 기존 모델과 달리 설계와 소프트웨어 등이 새롭게 적용됐는데, 이를 최신화하는 작업에 시간이 걸려 국내 출고가 늦어지고 있다는 게 볼보코리아 측 해명이다.
하지만 EX30의 출고 지연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심각한 판매 위축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근 인천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로 관련 우려가 심화한 것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더욱이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를 계기로 소비자 사이 중국산 배터리 관련 안전성 우려가 높아진 상황도 EX30 출고 지연과 무관치 않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EX30은 현재 전량 중국 공장에서 생산되는데, 중국 지리자동차의 계열사 '브렘트'가 공급하는 66kWh(킬로와트시) 용량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리튬이온 배터리를 쓴다. 지금보다는 중국산 배터리 관련 우려가 상대적으로 잦아들 수 있는 있는 내년이 EX30 국내 판매에 유리할 수 있는 셈이다.
EX30을 계약한 소비자들은 기약없는 기다림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선 "10개월 대기는 너무하다", "대체 올해 나오기는 하는거냐", "1년이 다 돼 가는데 마냥 기다려야할지, 다른 전기차로 넘어가야할지 고민이다"는 등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EX30 구매를 포기했다는 사례도 다수 눈에 띈다.
국내 한 온라인 전기차 동호회 커뮤니티 이용자 A씨는 "작년 11월 EX30 사전계약 시작일에 신청해 계약서를 썼지만, 10개월 동안 어떤 연락도 없어 계약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EX30 계약 뒤 8개월을 기다리다 지난 7월 계약을 취소했다는 또 다른 이용자는 "예약금으로 이자 장사를 해도 될 듯하다"고 꼬집었다.
이밖에 "EX30이 언제 국내 들어올지 불분명해 기아 EV3로 옮겼다", "EX30 기다리다 EV3가 출고돼 잘 타고 있다"는 등의 댓글도 잇따랐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