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이 에틸렌 생산량을 늘려 수익을 더욱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데 힘쓰고 있다.
에틸렌 업황은 당분간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허 사장은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누리기 위해 에틸렌 설비를 증설하려는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
|
|
▲ 허수영 롯데케미칼 사장. |
롯데케미칼은 하반기에 롯데그룹 수사 때문에 사업확대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신동빈 회장의 불구속기소로 수사가 일단락되면서 기초화학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투자를 재개하기 위해 몸을 풀고 있다.
허 사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8회 화학산업의 날’ 기념식에서 “여수공장의 에틸렌 생산설비를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밝혔다.
허 사장은 진작에 에틸렌설비 증설계획을 발표하려고 했으나 검찰수사 때문에 발표를 미뤄왔다고 덧붙였다.
여수공장의 생산설비가 늘어날 경우 롯데케미칼은 국내 에틸렌생산 1위 기업의 위치에 올라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여수공장 100만 톤, 대산공장 110만 톤 등 국내에서 에틸렌을 연간 210만 톤 생산한다. 이는 LG화학의 생산량(220만 톤)에 조금 못 미치는 수치다.
LG화학은 이미 대산공장에 연산 23만 톤 규모의 에틸렌설비를 증설하고 있다. 허 사장도 경쟁사의 움직임에 발맞춰 선두기업과의 격차를 좁히기 위해 에틸렌설비 증설에 적극적으로 나서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허 사장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에틸렌 생산설비를 확보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10월 말에 미국 계열사인 롯데케미칼USA의 주식 80주를 3784억 원에 매입했다. 롯데케미칼USA는 롯데케미칼이 미국에서 에탄분해시설(ECC)을 개발하기 위해 미국 석유화학기업 액시올과 합작해 세운 법인이다.
롯데케미칼은 롯데케미칼USA를 통해 미국 루이지애나 주에 연간 100만 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는 에탄분해시설(ECC) 공장과 연산 70만 톤 규모의 에틸렌글리콜(EG) 공장을 건설한다.
허 사장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미국에 에틸렌 생산거점을 확보할 수 있을뿐 아니라 글로벌 화학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현재 액시올과 9:1로 지분을 나눠 에틸렌 생산설비에 투자하고 있다. 애초 롯데케미칼은 액시올과 5:5로 지분을 나눠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액시올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지분율이 조정됐다.
롯데케미칼이 2018년 말에 이 프로젝트를 마치면 에틸렌 생산량은 현재 연간 282만 톤 규모에서 372만 톤 규모까지 확대하게 된다. 이는 국내 석유화학기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에틸렌 업황의 전망도 밝은 편이어서 롯데케미칼이 생산설비를 늘리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충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폴리에틸렌(PE) 제품의 마진은 2015~2016년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라며 “내년 북미지역에 에탄분해시설(ECC)의 신규가동이 시작되더라도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악화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