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려아연이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자사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산업통상자원부에 24일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다. 사진은 24일 서울 종로구 그랑서울에서 열린 고려아연의 기자회견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는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의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고려아연이 정부에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다.
25일 철강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고려아연은 영풍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의 자사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산업통상자원부에 2차전지 양극재 핵심 원료인 전구체 제조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해달라는 신청서를 24일 제출했다.
국가 예산이 들어간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 안보 차원에서 정부의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고려아연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정부가 외국 기업의 인수합병을 승인할 권한을 갖게 돼 분쟁의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고려아연 측은 25일 입장문을 내 “어제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서를 제출했다”며 “대상 기술은 2차전지 소재 전구체 관련 기술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가핵심기술 판정과 관련해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문위원회 개최를 비롯한 표준 절차를 진행하는 등 내부 검토를 완료한 뒤 판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의 기술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을 때 MBK와 영풍의 고려아연 인수에 직접 영향을 줄지는 확실하지 않다.
고려아연은 MBK가 중국계 자본을 등에 업고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MBK는 한국 토종 사모펀드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MBK의 고려아연 공개 매수에 활용되는 바이아웃6호 펀드에는 중국계 자본이 5% 정도 포함됐다.
MBK가 고려아연을 인수한 뒤 중국 등 해외로 재매각을 시도한다면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 MBK는 중국 매각 계획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고려아연이 MBK와 영풍의 경영권 인수 시도에 맞서 내세운 ‘국가기간 기업 보호’ 명분을 강화하는 객관적 논거로 활용될 가능성도 있다.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인 고려아연은 전자,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등 국내 첨단 산업에 다양한 기초 소재를 공급하는 공급망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제중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 부회장은 24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투자 회사들이 돈만 놓고 보면 고려아연에서 팔아먹을 기술이 엄청 많다”며 “남들이 따라올 수 없는 기술이 공정마다 수백 개 이상 있고 어떤 기술은 수천억 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