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오젬픽 누적 매출이 비만약 연구개발 비용 전체를 뛰어넘을 정도로 급증하며 가격 인하를 주장하는 정치권 요구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노보노디스크 주사형 비만치료제 오젬픽. |
[비즈니스포스트] 주사형 비만치료제 ‘오젬픽’과 ‘위고비’의 제약사 노보노디스크가 의약품 가격 인하를 주장하는 정치권의 요구를 반박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그동안 들인 연구개발 비용 때문에 가격을 낮추기 어렵다는 논리를 앞세워 왔는데 누적 매출이 급증하며 연구비 규모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24일 “노보노디스크가 오젬픽과 위고비로 올해 2분기까지 500억 달러(약 66조6천억 원) 가까운 누적 매출을 거두며 비싼 가격을 정당화하기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오젬픽과 위고비는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의 주사형 비만치료제로 전 세계에서 막대한 수요를 끌어들이고 있다. 조만간 한국 출시도 예정되어 있다.
블룸버그는 두 의약품의 누적 매출이 연말에는 650억 달러(약 86조7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올해 하반기에만 20조 원 가까운 매출이 예상된다는 의미다.
노보노디스크가 1990년대 중반부터 비만약 개발에 들인 연구개발 비용은 모두 680억 달러로 예상되는데 두 의약품의 누적 매출로만 전체 연구비를 벌어들이게 되는 셈이다.
라스 프루어가르드 예르겐센 노보노디스크 최고경영자(CEO)는 현지시각으로 24일 버니 샌더스 미국 버몬트주 상원의원이 주도하는 청문회에 출석한다.
이 자리에서 오젬픽과 위고비 가격을 인하해야 한다는 정치권의 목소리에 힘이 실릴 공산이 크다.
미국은 약 40%의 성인이 비만 인구로 집계되는데 위고비와 오젬픽은 1개월분 가격이 각각 월 1349달러(약 180만 원), 969달러(약 129만 원)으로 접근성이 매우 낮다.
제약사 측은 중간 유통 과정을 제외하면 실제 공급가는 60% 수준이라고 주장하지만 샌더스 의원은 제조 원가가 월 100달러 미만이라는 추정치를 앞세워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해 도입된 메디케어 프로그램을 근거로 제약사와 의약품 가격을 협상해 조정하고 있다. 위고비와 오젬픽이 다음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블룸버그는 노보노디스크가 그동안 연구개발비 부담 때문에 가격을 인하하기 어렵다는 주장을 펼쳐 왔는데 이제는 이런 논리를 내세우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노보노디스크의 지난 5년간 매출 대비 연구개발 지출 비중이 13%로 비교적 낮아 경쟁사인 일라이릴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도 약점으로 꼽혔다.
결국 이번 청문회에서 노보노디스크 측이 위고비와 오젬픽 가격에 충분한 근거를 설득하지 못 한다면 미국 시장에서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다만 블룸버그는 별도 논평에서 “노보노디스크의 기술 혁신은 절대 값싸지 않다”며 제약사가 꾸준히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안정적 매출 기반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반론도 제시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