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에 높은 상품성을 갖춘 보급형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하며 전기차 선도 브랜드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사진은 송 사장이 지난 4월 서울 여의도 콘레드 호텔에서 열린 '2024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아의 중장기 사업 전략에 대해 설명하는 모습. <기아> |
[비즈니스포스트] 기아 전기차 모델들이 세계 시장 곳곳에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을 뚫고 질주하고 있다.
송호성 기아 대표이사 사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대에 높은 상품성을 갖춘 보급형 전기차를 잇따라 출시하며, 세계적 전기차 선도 브랜드로 도약을 노리고 있다.
20일 기아의 중국 합작법인 웨다기아에 따르면 기아는 중국에서 7년 만에 판매 회복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8월 수출을 포함한 중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36.2% 증가한 2만2498대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8월까지 기아의 누적 판매량은 15만4243대로 1년 전보다 61.3% 급증하며, 중국 내 합작 완성차 업체 가운데 판매 1위를 차지했다.
기아는 2016년만 해도 중국에서 연간 65만여 대를 판매했지다. 하지만 고고도미사일(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한한령으로 인해 이듬해인 2017년 1년 만에 판매량이 36만여 대로 반토막이 났고, 작년 기아의 중국 판매실적은 8만 대까지 곤두박질 쳤다.
기아의 중국 판매 반등의 중심에는 수출과 브랜드 첫 중국 현지 생산 전용 전기차 EV5의 선전이 자리잡고 있다.
송 사장은 지난 4월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년의 준비 과정을 통해 신흥 시장용 차량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체계를 완료했다"며 "중국발 신흥시장 판매를 지난해 8만 대에서 2027년 25만 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올해 중국 옌청 공장 생산 물량 중 수출 판매 비중은 약 70%에 달한다.
작년 11월 기아가 중국에서 최초 출시한 준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V5는 올 7월까지 약 6천 대가 팔리며 현지 판매증가를 이끌고 있다.
EV5의 현지 시작 가격은 14만9800위안(약 2800만 원)으로 24만9900위안부터 시작하는 테슬라 모델Y보다 2천만 원 가량 싸다.
EV5의 기본 모델인 스탠다드 트림은 중국 BYD의 64.2kWh(킬로와트시)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하고 1회 충전으로 중국 CLTC 기준 530km를 주행할 수 있다. 88.1kWh 배터리를 단 롱레인지 트림은 1회 충전에 720km를 갈 수 있다.
이미 태국 수출을 시작한 중국산 EV5는 연내 호주와 뉴질랜드로 선적을 시작하며 판매량을 더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올해 EV5를 3만 대 이상 생산해 1만 대 이상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다.
국내에선 기아 광주1공장에서 생산한 EV5가 내년 상반기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아는 전년 대비 역성장을 기록하며 가장 심각한 위축을 나타내고 있는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도 7월25일 출시한 보급형 전기차 EV3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7월 판매 시작 6일 만에 1975대의 판매량을 기록한 EV3는 지난달 4002대가 팔려나가 국내 전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상용, 내연기관차를 포함한 전체 국내 자동차 판매량 가운데서도 7위에 자리했다. 올해 EV3 판매목표는 2만5천~3만 대다.
EV3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와 4세대 배터리를 탑재하고 동급인 소형 전기 SUV 니로EV보다 100km나 늘린 501km(롱레인지 모델 기준)의 1회 충전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그럼에도 롱레인지 트림 시작 가격은 4415만 원으로 니로 EV(4855만 원)보다 440만 원 싸다.
EV3는 연내 소형차 수요가 높은 유럽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내년엔 미국 등으로 판매 국가를 확대한다.
송 사장은 지난해 10월 '기아 EV 데이'에서 EV3와 EV4의 콘셉트카를 세계 최초로 공개하며 "소비자들이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게 하는 가장 원인은 전기차의 높은 가격과 충전의 불편함"이라며 "그들을 망설이게 하는 우려사항에 대한 해결방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송 사장은 전기차 대중화를 이끌 모델은 최소 500km의 1회 충전 주행거리와 3만5천~5만 달러 사이 가격대를 갖춰야 한다는 구체적 구상을 밝혔다.
기아는 한국·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최근 출시한 EV3를 시작으로 EV2, EV4, EV5 등 총 6종의 전기차를 출시하고, 이들 전기차 대중화 모델 판매량을 올해 13만1천 대에서 2026년 58만7천 대로 4배 넘게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송 사장은 보급형 전기차뿐 아니라 경차에서 대형 SUV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 라인업을 앞세워 세계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기아의 첫 대형 전기 SUV EV9은 큰차 선호도가 높은 미국에서 올해 들어 8월까지 약 1만3900대가 팔리며 현지 판매실적을 견인했다. 이에 힘입어 기아는 지난달 미국에서 역대 최다 월간 판매량(7만5217대)을 기록했다.
미국 전기차 전문 매체 일렉트렉은 "EV3와 EV4를 포함한 저가형 전기차가 전 세계에 출시됨에 따라 기아는 앞으로 시장 선두주자들과 경쟁하는 주목해야 할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 사장은 올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EV3 등 전기차 대중화 모델 출시를 통해 전기차 대중화를 선도하겠다"며 "배터리 기술 고도화와 안정적 공급을 통해 EV 톱 브랜드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