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지난해 세계 수소차 판매량은 전체 자동차 판매량 9010만 대의 0.018% 수준으로 아직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상황이다.
태동기 단계인 글로벌 수소차 시장이 마이너스 성장세를 보이는 데는 턱없이 부족한 승용 수소차 선택지와 충전 등 인프라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승용 수소차 양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 도요타, 혼다 등 3개사뿐이다.
혼다는 2021년 일본에서 수소차 클래리티 생산을 중단한 지 3년 만인 지난 6월 미국 오하이오주 공장에서 수소차 'CR-V e:FCEV' 생산을 시작했다. 내년 판매에 돌입한다.
글로벌 수소차 선도업체인 현대차로선 태동기 시장에서 점유율 확대보다 각 정부와 업계 사이 협력과 완성차업체의 추가적 시장 진입 등을 통한 생태계 확장이 더욱 중요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혼다의 수소차 시장 재진입은 시장 생태계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현대차에 긍정적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가 글로벌 자동차 판매 1위 업체 도요타와 수소차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갈 지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제2회 한미일 경제대화'를 메인 스폰서 자격으로 후원했는데, 한국 측에선 정의선 회장과 조태열 외교부장관, 정인교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일본 측에선 도요타와 그 부품 계열사 덴소 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날 현대차 관계자들은 도요타 측과 수소 분야 협력에 관한 내용도 다뤘을 것으로 추정된다.
테츠오 오가와 토요타 북미법인 대표이사 사장은 회담을 마친 뒤 "현대차와 수소·자율주행 분야 등에 대해 얘기했다"며 "구체적 논의는 없었지만 어떻게 더 좋은 방향으로 갈지, 향후 협력 지역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
다음달 정 회장은 한국을 방문하는 도요다 아키오 토요다 회장을 만나 수소 생태계 확장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측과 도요타 측은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정 회장은 앞서 올해 3월에도 일본 도요타 본사를 방문해 아키오 회장을 만났다. 당시 두 경영자는 수소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 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다음달 회동을 통해 수소차와 수소 생태계 확장과 관련해 양사가 구체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토요타는 이미 BMW와 수소차 공동 개발에 나서며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매체는 도요타가 BMW와 수소차 제휴를 확대해 도요타는 수소연료전지와 수소 탱크 등 주요 부품을 BMW에 전면 공급하고, BMW는 구동시스템 관련 부품 개발을 맡는다고 보도했다. 강화된 양해각서(MOU)는 오는 5일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두 회사의 협력 강화는 높은 가격으로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소차 부품을 표준화하고, 비용을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앞서 양사는 2012년 수소차 관련 제휴를 맺고 토요타가 수소연료전지 셀을 BMW에 공급해왔다.
BMW는 내년 출시를 목표로 브랜드 첫 수소차 'iX5 하이드로젠'을 개발중이다. 이번 제휴로 수소차 대량생산 체제를 갖출 계획을 갖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내년 5월 2.5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탑재한 넥쏘 차세대 모델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2023년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을 내놓겠다던 당초 계획과 비교하면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이 양산에 들어가면 가격을 기존 2세대 넥쏘보다 50%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대형 선박, 기차, 건물 등에 다양한 형태로 적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9월 3세대 수소연료전지시스템 양산 시점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는데, 이는 기술적 어려움뿐 아니라 수소차 시장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을 고려한 측면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측에 따르면 3세대 기술 개발은 올해 완료되고, 현재 실물이 나온 상황이며, 내부 신뢰성 검증을 진행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 회장은 지난 6월 현대모비스의 수소연료전지사업과 관련된 설비, 자산뿐 아니라 연구개발(R&D)과 생산 품질 인력 등 기술력과 자원을 현대차로 이관하는 조직 개편을 통해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