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원 한라그룹 회장이 서울대학교 학생들의 시흥캠퍼스 설립계획 철회 요구라는 암초를 만났다.
한라는 그동안 배곧신도시가 시흥캠퍼스 유치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다며 아파트를 분양해왔다.
하지만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이 자칫 좌초되거나 허울뿐인 상태로 설립될 가능성이 있어 시흥캠퍼스 효과를 믿고 아파트를 분양받은 투자자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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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원 한라그룹 회장. |
1일 서울대학교 총학생회 등에 따르면 서울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조성을 위한 실시협약’을 백지화할 것을 요구하며 대학본부 점거농성을 시작한지 3주째에 접어들고 있다.
시흥캠퍼스 설립 추진을 반대하는 학생들은 “실시협약을 철회할 때까지 무기한 농성을 이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서울대학교는 “시흥캠퍼스 조성은 학교의 발전을 위해 수 년간 진행해온 사업”이라며 실시협약 철회가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대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조성 실시협약의 철회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면서 시흥캠퍼스가 들어서게 될 배곧신도시 지역특성화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정 회장의 입장도 난처하게 됐다.
정몽원 회장은 그동안 한라를 유동성 불안에서 구해내기 위해 배곧신도시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한라는 배곧신도시에만 모두 6700가구를 분양한다는 계획을 세워놨는데 예상 분양수입만 모두 2조 원에 이른다. 한라가 최근 3년 동안 낸 평균 연매출인 1조9천억 원과 맞먹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한라는 그동안 배곧신도시에 건립되는 아파트가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유치에 따른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주택분양사업을 벌여왔다. 한라는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와 접근성을 강조하기 위해 아파트 명칭을 ‘한라비발디캠퍼스’로 정하기도 했다.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유치라는 홍보효과로 한라비발디캠퍼스 1·2·3차 6700가구를 완판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흥캠퍼스 실시협약이 철회될 경우 한라비발디캠퍼스의 부동산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한라는 한라비발디캠퍼스 투자자들로부터 큰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인근 부동산시장의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배곧신도시 인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만 해도 한라비발디캠퍼스 분양권의 웃돈이 4천만 원을 상회했지만 최근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가 애초 계획대로 설립된다 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한라가 8월에 서울대학교 및 시흥시와 체결한 ‘서울대학교 시흥캠퍼스 조성 실시협약’에는 기숙형 대학과 일부 단과대학 이전 등의 내용이 제외됐다. 사실상 ‘속 빈 강정’에 불과한 캠퍼스가 건립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라비발디캠퍼스를 분양받은 투자자들은 시흥캠퍼스가 완전한 형태로 들어설 것을 기대했으나 껍데기뿐인 캠퍼스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라비발디캠퍼스를 분양받은 일부 투자자들의 경우 시흥캠퍼스 조성사업이 지체되거나 축소될 경우 분양가 환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