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허리케인 베릴이 휩쓸고 지나간 카리브해 도서국가 바베이도스 항구 모습.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기후 사건 청문회 일정을 확정하자 도서국가 관계자들은 각국 정부의 기후대응 의무를 명시하는 판단을 내려달라고 촉구했다.
25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카리브해 도서국가 관계자들을 취재한 결과 이들이 대체로 국제사법재판소가 주관하는 기후 사건에 큰 기대를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니키 라이시 기후환경법센터(CIEL) 변호사는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국제사법재판소 판단이 특정 온실가스 배출국을 지목하지는 않으나 법원이 내놓은 의견이 각국의 현재와 과거의 환경 피해에 법적 책임을 부여하는 것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라이시 변호사는 국제사법재판소에 제기된 기후 사건에서 도서국가들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 앞서 올해 3월에 있었던 국제해양법원(ITLOS) 기후 사건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았다.
라이시 변호사는 “국제사법재판소가 오염자들의 법적 책임성을 명확하게 하면 향후 있을 기후 협상에서도 큰 진전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된다”며 “또 이런 판단은 세계 각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여러 기후 소송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19일(현지시각) 국제사법재판소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각국의 의무와 관련해 자문 의견을 구하는 사건의 첫 번째 공개 청문회 개최일을 올해 12월2일로 확정했다.
카리브해 도서국가 정부들을 포함해 약 91개가 넘는 정부와 단체들이 국제사법재판소에 의견을 제출했다.
국제사법재판소에 도서국가들 의견을 취합해 제출하는 작업은 국제환경변호사 저스틴 소비온이 주관했다.
소비온 변호사는 가디언을 통해 “도서국가들이 함께 제출한 의견은 이번 국제사법재판소 판단이 기후피해 때문에 끝없는 빚의 악순환으로 빨려들어가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며 “이번 허리케인 베릴과 같은 사태는 기후변화에 도서국가들이 얼마나 취약한지 잘 나타내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국제사법재판소가 각국 정부가 기후 대응에 법적 의무를 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면 기후피해를 회복해야 하는 도서국가들이 지원을 받을 근거도 생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계속해서 불어나고 있는 도서국가들의 빚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허리케인 베릴 사태로 기후피해로 인한 빚을 감당하지 못하게 된 앤티가 바부다와 그레나다 등 일부 도서국가들은 지난달 영국 정부에 기후복원을 위한 대대적 지원을 호소하기도 했다. 두 국가는 영연방 회원국으로 영국 왕을 국가원수로 삼고 있다.
이에 레이첼 리브스 영국 재무부 장관은 공식성명을 통해 “우리 국제 파트너들과 협업해 양국의 빚을 청산하기 위한 조직적 지원을 전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