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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글로벌 탑3 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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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
“한국타이어는 이제 패스트팔로워(Fast Follower)에서 퍼스트무버(First Mover)로 변신할 것이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의 차남인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지난 6월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열린 신축 중앙연구소 ‘테크노돔’ 기공식에서 한 말이다.
이제는 1위 기업을 추격하며 더욱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내놓는 위치가 아니라 타이어업계의 변화를 주도하는 선도기업으로 위상을 세우겠다는 것이다. 한국타이어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나는 말이다.
그럴 만도 하다. 한국타이어는 확고부동한 국내 1위 타이어기업이다. 한국타이어와 함께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가 국내 3대 타이어기업으로 지목받지만 실적이나 시장 점유율을 놓고 봤을 때 한국타이어가 독보적이다.
그런데 '퍼스트무버'가 되겠다는 말은 국내 1위에 만족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탑3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금은 세계 7위다.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탑3에 오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할 관문들이 많다. F1(포뮬러 원) 참여도 한국타이어가 넘어야 하는 대표적 관문이다.
F1은 포뮬러 자동차 경기 중 하나다. 포뮬러(Formula)는 경주용 자동차를 이용한 온로드 경기를 말하는데, 세계자동차연맹(FIA)에서 규정한 차체 엔진 타이어 등을 갖추고 경주한다. 포뮬러카는 길고 낮은 차체에 밖으로 노출된 두꺼운 타이어를 달고 있는 스피드 위주의 차량이다.
포뮬러 경주는 8기통 이하 2,400㏄의 F1, 8기통 이하 3,000㏄이하의 F2, 4기통 2000㏄이하의 F3으로 나뉜다. F1은 포뮬러 경주중 최고의 스피드를 자랑한다. 세계 선수권 타이틀을 걸고 다투는 그랑프리 레이스는 F1으로 행해진다.
브리지스톤과 미쉐린, 굿이어 등 세계 유명 타이어 제조사들은 모두 F1에 타이어를 공급하면서 성장해왔다. 하지만 한국타이어는 이제야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 부동의 1위, 영업이익 1조클럽에 든 한국타이어
한국타이어는 ‘한국’이라는 이름을 떼낼 정도로 다른 타이어업체에 비해 국내위상이 높다.
한국타이어의 상반기 매출은 3조3365억 원이고 영업이익은 5114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와 4.1% 줄었다.
한국타이어가 좋지 않은 실적을 냈지만 나머지 두 업체와 격차는 여전히 크다. 업계 2위인 금호타이어는 매출액 1조7543억 원에 영업이익 1987억 원을 기록했고, 3위인 넥센타이어는 매출액 8859억 원에 영업이익 1026억 원을 거뒀다. 금호타이어와 넥센타이어의 실적을 합쳐도 한국타이어에 미치지 못한다.
한국타이어는 20년 넘게 국내 타이어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현재 2위를 지키고 있는 금호타이어와 1위 경쟁을 벌였지만 이제는 완전히 제쳤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 7조690억 원에 영업이익 1조310억 원을 기록했다. 2012년보다 매출액은 0.3%밖에 늘지 않았지만 영업이익은 무려 12.2%나 증가했다. 한국타이어는 연간 영업이익 1조 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타이어 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 클럽’에 가입하는 데 성공했다.
반면 업계 2위인 금호타이어는 지난해 3조6985억 원의 매출액과 348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3위 넥센타이어는 매출액 1조7282억 원에 영업이익 1770억 원을 기록했다.
한국타이어의 매출액은 두 제조사 매출액을 합한 것보다 1.3배 더 많다. 영업이익 합계액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이른다.
한국타이어는 국내시장 점유율에서도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교체용 타이어 시장에서 한국타이어의 점유율은 44%다. 금호타이어의 점유율은 32%, 후발주자인 넥센타이어의 점유율은 19%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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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글로벌 탑3 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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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타이어는 글로벌 7위 기업이지만 글로벌 타이어 빅3의 벽을 뛰어넘기는 아직 역부족이다. |
◆ ‘글로벌 빅3’와 대결은 여전히 역부족
한국타이어는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업체로 인정받는다.
미국 타이어 전문지 ‘타이어 비즈니스’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2012년 매출액 기준으로 일본의 요코하마타이어를 제치고 7위에 올랐다. 10년 전인 2001년 한국타이어의 순위가 11위인 점과 비교하면 4계단 상승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타이어만큼 상승한 제조사가 단 한 곳도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타이어의 성장은 평가할만하다.
한국타이어의 세계 5위권 진입도 멀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세계 5위 타이어 제조사 피렐리는 지난해 약 82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약 74억 달러인 한국타이어의 매출액과 비교하면 8억 달러 정도 차이가 난다. 2012년 두 업체 간 격차는 10억 달러였는데 이번에 2억 달러 가량 좁혀졌다.
한국타이어의 궁극적 목표는 세계 5위 타이어 제조사로 도약이 아니다. 한국타이어는 이른바 세계 타이어업계 ‘빅3’로 불리는 브리지스톤, 미쉐린, 굿이어와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조현범 사장은 지난 6월 신축 중앙연구소 기공식에서 “한국타이어를 2020년까지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타이어는 이미 글로벌 탑 그룹(top tier)에 올라 있다고 본다”며 “그동안 생산량을 늘리는 데 주력했지만 이제 기술력 강화를 통해 글로벌 업체들과 경쟁할 때”라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세계 타이어시장을 이끄는 빅3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던진 셈이다. 하지만 한국타이어의 갈 길은 멀다.
타이어 비즈니스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타이어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3.3%에 불과하다. 브리지스톤은 15.3%로 1위를 기록했고 미쉐린(14%)과 굿이어(10.1%)가 그 뒤를 잇고 있다. 점유율에서 상당한 격차가 난다.
매출규모를 비교해 보면 한국타이어가 넘어야 할 벽이 얼마나 높은 지 쉽게 알 수 있다.
브리지스톤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338억 달러로 약 74억 달러인 한국타이어보다 4.5배 이상 많다. 3위 굿이어와 비교해도 매출액 규모가 2.6배 이상 차이가 난다. 굿이어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95억 달러다.
◆ 연간 타이어 1억개 생산능력 확보을 위한 노력
한국타이어는 세계적 타이어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우선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새로운 공장설립과 기존공장 증설에 주력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총 9200만 개의 타이어를 생산했는데 브리지스톤 등 선두권 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선 이를 1억 개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세계 타이어업체 가운데 연간 생산량이 1억 개 이상인 곳은 브리지스톤과 미쉐린, 굿이어, 콘티넨탈 네 곳뿐이다.
한국타이어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과 인도네시아, 헝가리 등 전 세계에 걸쳐 7개 생산 공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세 곳의 해외공장 증설에 1조 원 이상 투자해 생산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잡아놓고 있다.
여기에 올해 말부터 착공에 들어가게 될 미국 테네시주 신공장이 2016년 완공되면 타이어 생산량이 총 1억1400만 개로 늘어나게 된다. 한국타이어는 미국공장 건설에 8288억 원을 투자했다.
연구개발(R&D)에 대한 공격적 투자도 계속된다. 현재 전체 매출의 4~5%를 연구개발 비용에 투자하고 있다. 조현범 사장은 앞으로 꾸준히 연구개발 비중을 높이겠다고 했다. 조 사장은 “현재 국내 개발인력은 약 580명 정도인데 앞으로 400여 명을 더 충원해 1천 명 수준으로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는 2016년 완공될 예정인 대전 테크노돔 연구소에 2666억 원을 투입한다.
또 경상북도 상주에 건설될 ‘한국타이어 테스트 엔지니어링 센터’에 2018년까지 2500억 원을 투자한다. 이 센터는 132만2320㎡(약 40만 평) 규모로 완공하면 국내 최대 타이어 주행시험장이 된다.
한국타이어는 해외 우수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구거점을 늘리고 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 8일 스페인 자동차 성능시험 전문기관인 ‘이디아다’와 기술제휴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한국타이어는 이디아다와 타이어 성능시험에 대한 연구를 공동으로 추진하는 한편 현지에 기술사무소를 설립하기로 했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국과 중국, 일본, 독일, 미국에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개발인력은 회사 전체인력의 5%에 이르는 약 950명 정도다. 한국타이어는 현재 국내에서 1630건, 해외에서 222건의 타이어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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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은 지난 6월10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서 열린 신축 중앙연구소 ‘테크노돔’ 기공식에 참가했다. <사진=한국타이어> |
◆ 한국타이어는 F1에 진출할 수 있나
한국타이어가 세계적 타이어기업들과 정면승부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업계의 또 다른 관심사는 한국타이어가 과연 언제쯤 F1(포뮬러 원) 대회에 모습을 비출까다.
F1은 연간 23억 명의 TV 시청자 수와 400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는 세계 최고의 모터스포츠 대회다. 300~400㎞를 320~360㎞/h의 속도로 주행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력이 일정한 수준에 이르지 못하면 참가하기 어렵다.
브리지스톤과 미쉐린, 굿이어 등 세계적 타이어 제조사들은 모두 F1을 통해 성장해 왔다. 이들은 F1 타이어 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인지도를 크게 높였다.
세계 1위 업체인 브리지스톤의 경우 F1에 뛰어들기 전까지 유럽에서 인지도가 13%에 불과했다. 하지만 1997년부터 꾸준히 F1을 후원한 결과 2008년 50%까지 인지도가 높아졌다. F1으로 홍보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한국타이어는 타이어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단 한 번도 F1에 진출을 시도한 적이 없다. 2010년 한 때 한국타이어가 F1 대회를 주관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과 협의하고 있다는 소문만 돌았을 뿐이다.
한국타이어는 대신 ‘CJ 슈퍼레이스 챔피언십’과 ‘독일 투어링카 마스터즈(DTM)’ 등 F1을 제외한 국내외 유명 모터스포츠대회를 후원하고 있다.
현재 F1에 타이어를 공급하는 업체는 한국타이어의 경쟁사인 피렐리다. 피렐리는 F1을 떠난 지 20년 만인 2011년 다시 공식 타이어 공급업체로 선정됐다. 올해 초 다시 3년 동안 계약을 연장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타이어는 아직 F1 진출에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이고 있다. 조현범 사장은 지난 6월 “우리가 피렐리보다 기술력과 자금 동원력에서 뒤쳐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현재 비용과 위험요인, 마케팅 효율성을 고려하며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한국타이어가 F1 후원을 주저하는 가장 큰 이유로 비용을 꼽는다. 피렐리의 경우 F1 공식 타이어 공급사라는 타이틀을 위해 연간 1천억~1500억 원을 쏟아 붓는다. F1 말고도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하는 한국타이어로서 부담이 크다.
하지만 한국타이어가 글로벌 타이어기업으로 거듭나려면 F1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F1 참가는 브리지스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타이어 제조사가 빠르게 선두권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가장 효과적 방법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