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08-15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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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이 향후 전고체 배터리 소재사업을 발판 삼아 금호석유화학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경영능력을 확실히 입증할지 관심이 모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금호석유화학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 소재사업이 진척되면서 오너가 3세인 박준경 사장이 경영능력을 입증할 성과를 창출할지 관심이 모인다.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 장기화와 경쟁적 설비투자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부진한 업황에서도 고부가가치 제품에 주력하며 선전하고 있으나 구조적 불황에 대응해 사업구조를 다변화해야하는 과제를 해결할 수 있을 지 주목되고 있다.
15일 금호석유화학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과 손잡고 진행하는 전고체 배터리 소재 개발에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이온을 전달하는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이차전지를 말한다. 액체 전해질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으면서도 외부온도 변화에 안정적어서 화재 발생 위험이 적다는 점에서 상용화가 된다면 전기차 배터리 시장 판도를 뒤바꿀 차세대 배터리로 꼽힌다.
LG에너지솔루션과 금호석유화학은 공동개발 한 스티렌부타디엔스티렌(SBS)을 이용한 전고체 배터리 전해질막으로 지난달 중국에서 특허를 승인받았다. 이는 LG에너지솔루션과 금호석유화학 간 전고체 배터리 소재 관련 기술 개발 협력이 공개된 첫 사례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6년 고분자계 전고체 배터리를 먼저 상용화하고 2030년에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선보일 계획을 세웠다. 그런 만큼 향후 금호석유화학의 배터리 소재 사업도 곧 가시화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윤용식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LG에너지솔루션과 전고체 배터리용 전해질 공동 개발과 같은 신사업 진출은 금호석유화학의 성장동력 마련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또한 액체 전해질 배터리와 다르게 전고체 배터리의 구성요소 가운데 하나인 바인더의 소재로 고무계열이 선호되고 있다. 특히 금호석유화학의 주력 고무 제품인 아크릴로니트릴-부타티엔(NBR)이 쓰일 여지가 커지는 것이다.
바인더는 배터리 내부의 양극 활물질 및 도전재를 극판에 제대로 접착시키고 내구성을 높이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금호석유화학은 전고체 배터리를 위한 바인더를 개발하고 양산설비를 구축하고 있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아직 전고체 전지의 상용화 시기가 4~5 년 남은 상황에서 바인더의 소재로 특정 제품을 확정짓기는 어려우나 대표 기업들의 특허 등록 동향을 살펴볼 때 아크릴로니트릴-부타티엔 고무(NBR)는 매우 가능성이 높은 전고체 바인더 후보 물질”이라고 평가했다.
이외에도 금호석유화학은 이차전지 분야에서 2020년 리튬전지용 탄소나노튜브(CNT) 상업화에 성공했다. 현재 국내 이차전지기업과 수명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4분기 상업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생산성·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설비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을 세웠다.
▲ 전고체 배터리의 구성요소인 바인더에는 고무계열 소재의 채택가능성이 높아 금호석유화학이 생산하는 아크릴로니트릴-부타티엔 고무(NBR)가 주목을 받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이 아크릴로니트릴-부타티엔 고무를 생산하는 여수공장. <금호석유화학>
이차전지 소재는 박준경 사장이 2022년 사내이사에 오르며 경영 전면에 나선 뒤로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힘을 주는 분야다.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전방산업의 수요가 감소하는 데다 중국의 석유화학 생산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구조적 불황에 맞닥뜨린 석유화학기업들은 전통적 석화산업의 의존도를 낮춰줄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나서고 있는데 이는 금호석유화학도 마찬가지다.
금호석유화학의 실적이 순항하는 가운데 이차전지 사업이 성과여부에 따라 박 사장의 경영승계에도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경영승계를 앞둔 차기 경영인은 신사업 성과를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하고 승계의 명분을 마련하는 사례가 많다.
석유화학업계에서는 박 사장이 아버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이 보유한 지분 7.37%를 상속받고 경영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하려면 주요 기관투자자를 비롯해 외부에 성과를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크다는 시각이 많다.
박 사장의 사촌인 박철완 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 박 회장과 박 사장에 맞서 여러 차례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 획득에 도전하고 있다는 점은 박 사장이 자신의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할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박철완 전 상무는 금호석유호학 지분 9.39%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금호석유화학은 타이어용 합성고무(스타이렌뷰타다이엔고무)·NB라텍스(나이트릴뷰타다이엔라텍스) 등 고부가가치 소재 사업에 힘입어 석화업계의 업황부진 속에도 선전하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8525억 원, 영업이익 1192억 원 거뒀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17.4%, 영업이익은 10.8% 각각 늘어난 것이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아들인 박 사장은 1978년 4월에 태어나 2007년 금호타이어를 거쳐 2010년 금호석유화학에 합류했다. 영업 부문에서 경험을 쌓으며 2012년 상무, 2020년 전무를 거쳐 2021년 6월 부사장, 2021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