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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가속에 재난보험업계 울상, '보험료 폭탄' 모드에 가입자도 뿔난다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8-13 13: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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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가속에 재난보험업계 울상, '보험료 폭탄' 모드에 가입자도 뿔난다
▲ 지난해 8월 허리케인 이달리아에 초토화된 플로리다주 홀슈 비치.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기후변화로 재난 발생빈도가 부쩍 높아지면서 재난보험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보험사들의 보험금 지급 부담이 크게 늘고 있다.

손해가 증가하면서 보험사들은 관련 상품의 보험료를 올리거나 아예 판매를 중단하는 일까지 벌어지면서 가입자들의 피해도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영미권 보험업계에서는 보험료를 현실화할 수 있도록 규제를 해제하는 것은 물론 보험금 부담을 낮출 수 있도록 정부가 재난 대책을 확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영국보험사협회(ABI) 보고서를 인용해 올해 2분기 보험사들이 지급한 보험금 규모가 전분기보다 약 14억 파운드(약 2조4500억 원), 약 5% 늘었다고 보도했다.

이 보험금 지급 규모는 ABI가 업계에서 지급하는 보험금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 이래 최대 수준이다.

ABI는 보험금 지급 규모가 크게 는 이유가 기후재해 때문에 재난보험금을 청구하는 가입자들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동안 기후재난에 따른 주택피해 포험금 지급건수만 따로 집계한 결과 약 1억4400만 파운드(약 25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간 통계로 봤을 때도 기후재난 보험금 지급 규모는 크게 늘어나는 추세로 나타났다.

ABI에 따르면 지난해 기후재난으로 입은 피해 때문에 영국 보험사들이 지급한 금액은 약 5억7300만 파운드(약 1조 원)로 2022년 1억5천만 파운드(약 2625억 원) 대비 3배 이상 급증했다.

이에 영국 보험사들은 지난해부터 보험료를 인상하고 있는데 올해 1분기에는 2023년과 비교해 약 6% 올렸다.
 
기후변화 가속에 재난보험업계 울상, '보험료 폭탄' 모드에 가입자도 뿔난다
▲ 루이스 클라크 영국보험사협회(ABI) 정책고문. < ABI >

미국에서는 보험금 부담을 견디다 못한 업체가 보험 가입을 막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BBC는 올해 3월 미국 비영리단체 '고 오스틴'이 조사한 자료를 인용해 텍사스주 홍수 재난보험 가입비용이 2023년에 평균 16% 올랐다고 보도했다.

빌 도드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은 BBC를 통해 "오스틴에서 일어나는 것과 같은 현상은 이미 미국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드 상원의원실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런 현상은 스테이트팜, 올스테이트 등 대형 보험사들이 기후 재난에 취약한 지역에서 전면 철수하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올스테이트는 2022년부터 캘리포니아주에서 주택과 콘도 등 상업용 건물의 재난 보험 신규 가입을 더 이상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미국 최대 보험사 가운데 하나인 스테이트팜은 지난해 5월 신규 주택 보험 상품 가입을 받지 않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지난달에는 캘리포니아 지역 주택 보험 가입자 7만2천 명을 대상으로 계약을 경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미국 보험사들이 재난 보험 분야에서 사업 철수 의사를 강력하게 내비치는 이유는 기후 재난 취약 지역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비영리단체 퍼스트스트리트 재단이 미국 국내 부동산의 기후 취약도를 조사한 결과 2023년 기준 2390만 곳이 강풍 위협, 440만 곳이 산불, 1200만 곳이 홍수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집계됐다.

퍼스트스트리트재단은 보고서를 통해 "민간 보험사들인 이런 지역들을 더 이상 보험에 가입시켜둘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기후변화 가속에 재난보험업계 울상, '보험료 폭탄' 모드에 가입자도 뿔난다
▲ 스테이트팜 홍보 배너. 스테이트팜은 1922년 창립된 보험 및 금융서비스 기업으로 현재 미국 국내에서도 매출 기준 40위권 안에 드는 대기업이다. < Flickr >
BBC는 보험사들이 기후 취약 지역에서 일제히 철수하는 이유가 보험료 상한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는 주 정부들의 영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올해 초 지역 내에서 영업하는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안에 기후재난 위험도를 반영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달 12일(현지시각)에는 리카르도 라라 캘리포니아주 보험위원이 보험사들이 제시한 인상안을 주 정부가 60일 내로 승인할 수 있도록 하는 '패스트트랙'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스테이트팜은 지난달 주택 보험 상품 가입금액을 약 30% 인상하는 안을 켈리포니아주 정부에 제출했다.

스테이트팜 대변인은 CNN을 통해 "우리는 지속적으로 경쟁적인 가격을 제공하고 우리 고객들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며 "이번 인상안에 관련해 질문이 있는 고객들은 지역 스테이트팜 상담사를 찾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ABI는 보험사들이 큰 손실을 보게 된 근본적 원인인 재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부 노력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루이스 클라크 ABI 정책 고문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정부는 서둘러 홍수 피해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취해야 하며 미래에 있을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투자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며 "영국 보험사들은 오르는 부담에도 경쟁력 있는 가격에 보험을 제공하고 가입 기간 동안 고객들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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