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부가 우리 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확대에 온힘을 쏟는 가운데 해외 민관합작투자사업(PPP) 부문의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있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정부가 2016년 이후 명맥이 끊긴 연간 500억 달러(약 69조 원) 해외수주 시대를 회복시키기 위해 다각도로 힘쓰면서 KIND의 위상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 글로벌 민관합작투자사업(PPP) 건설 사업 확대와 함께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KIND의 1호 사업 카자흐스탄 알마티주 '알마티 순환도로사업'. < KIND >
29일 건설업계 안팎의 말에 따르면 KIND는 동남아시아, 동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 PPP 사업 수주 기반을 다지고 있다.
PPP는 민간이 공공 인프라(도시 개발, 교통 인프라, 플랜트)를 건설해 유지 운영하고 공공은 민간에 보상과 정책적 지원을 보장해 주는 방식이다. 재정능력이 부족해서 공공 인프라 구축이 지연되는 국가들이 선호한다.
KIND는 이달 중순 베트남 하남성과 '스마트 도시개발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KIND와 하남성 인민위원회는 하남성 스마트 신도시 종합 계획 수립과 스마트시티 및 하이테크 산업단지 조성 계획을 세운다.
베트남은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제조업, 농업 등 여러 분야에서 성장하고 있지만 인프라 건설에 재정적 부담을 느끼고 있어 해외 건설기업에게 PPP 사업 기회가 열리고 있다.
KIND는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 기회도 물색하고 있다. 지난달 폴란드 무역보험공사(KUKE)와 우크라이나의 재건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KIND는 키이우 지역 재건비전 수립과 도로·철도·스마트 모빌리티 등 광역교통망 계획 수립 및 사업모델 발굴, 연계 주요 거점개발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중남미 시장에도 기회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KIND에 따르면 중남미 국가들은 항만 화물량의 약 91%가 PPP 방식을 통해 건설된 항만을 거친다.
올해 4월에는 케냐 몸바사 신니알리 교령건설과 도로축 개선사업 예비제안서를 케냐 도시도로청(KURA)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 사업은 케냐 제2의 도시로 꼽히는 몸바사주의 몸바사 섬에서 내륙(니알리)을 연결하는 교량을 건설하고 연결 도로축을 개선하는 사업이다.
KIND는 앞으로 해외 PPP 사업을 더욱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우리 기업의 해외개발사업 수주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KIND의 역할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가 23일 발표한 '해외 투자개발사업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KIND의 해외 개발사업 투자지분 제한이 완화(최대 30% → 50%)되고 대주주에 오를 수 없다는 규정이 폐지된다. 국내 기업의 투자금 회수 이후 재투자를 위한 KIND 지분 인수도 가능해진다.
앞서 KIND는 지난해 8월 법정자본금이 기존 5천억 원에서 2조 원으로 상향하며 투자개발사업 추진을 위한 재무기반을 강화하기도 했다.
국토부는 2027년에 연간 500억 달러(약 69조 원) 규모의 해외 건설수주 목표를 세웠는데 KIND가 이끄는 PPP 사업이 한 축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토부는 2030년까지 PPP 수주 100억 달러(13조845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중동과 중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PPP 사업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중동건설시장 전문분석기관 MEED에 따르면 2023년 총 PPP 계약액은 2022년 181억 달러(약 25조 원)에서 89% 증가한 342억 달러(약 47조3천억 원) 규모에 달했다.
▲ 민관합작투자사업(PPP)의 구조. < KIND >
아직 우리 기업의 해외수주는 도급사업 중심(2019~2023년 94.7%)으로 이뤄지고 있다. PPP 모델은 사업이 지닌 위험을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부담하고, 자금조달 방식(다자간 개발은행 공적금융기관)을 다각화할 수 있는 강점이 있어 수익성(10% 이상)이 높은 만큼 PPP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많아진다.
국내 건설사들의 전체 해외수주 규모를 보면 2011년 716억 달러(약 99조 원) 규모였으나 이후 지속 감소해 2016년부터 400억 달러(약 55조3천억 원)를 넘기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체된 해외수주 사업의 새 성장 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건설사는 모두 156억 달러를 수주했는데 최근 3년 평균실적 147억 달러(약 20조3천억 원)보다 6.4% 높은 수준이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10% 낮다. 정부의 올해 목표치인 400억 달러에 비교하면 40%도 채우지 못했다.
KIND는 수익성이 높은 해외투자개발사업(PPP)의 디벨로퍼이자 투자자 역할을 수행한다. 국내 건설기업의 해외사업 발굴부터 개발, 투자, 금융지원 등 사업 생애주기 전 단계를 지원하는 것도 주요 역할이다.
해외건설촉진법에 따라 지난 2018년 6월 설립됐다. 정부가 지분 57.96%를 갖고 있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 건설공제조합,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철도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수자원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공항공사, 국가철도공단 등이 지분을 나눠갖고 있다.
2019년 1월 공공기관에 지정됐으며, 2월 사업개발 타당성조사(F/S)지원사업 위수탁기관 지정, 5월 PIS(플랜트·인프라·스마트시티) 관리기관 등으로 지정돼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KIND는 1호 사업으로 카자흐스탄 첫 PPP 사업인 알마티 순환도로에 투자했다.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를 순환하는 4~6차로, 총길이 6km 도로를 건설하는 사업으로 총사업비는 7억4천만 달러(약 9500억 원) 규모다. SK에코플랜트가 참여해 2023년 6월 도로를 개통했다.
올해 1분기에는 KIND가 PIS펀드와 공동참여한 영국 위도우 힐 배터리 에너지저장시스템(BESS) 사업이 착공했다. 이 사업은 총 사업비 9100만 달러 규모로 LS일렉트릭이 국산 기자재를 사용해 설계·조달·시공(EPC)을 수행하고 있다. 2025년 상반기 준공이 예상된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