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의 대개편을 앞두고 수익성 강화에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이 저비용항공사(LCC)시장의 대개편을 앞두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규모 측면에서는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경쟁사보다 낮은 수익성은 개선 과제로 꼽힌다.
김 사장은 기단 현대화와 부가 수익 창출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도 더욱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23일 제주항공에 따르면 향후 운항계획에 따라 차세대 항공기인 B737-8 도입을 탄력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 아래 기단 현대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기단 현대화는 김이배 사장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과제로 꼽힌다. 기존 주력 기종인 B737-800을 차세대 모델인 B737-8로 교체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B737-8 기종 40대를 도입하고 상황에 따라 10대를 추가 확보하기로 한 상태다. 현재까지 40대 가운데 2대를 들여와 금융리스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B737-8 도입은 애초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추진하게 된 것”이라며 “운항 계획에 맞춰 탄력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B737-8 기종은 기존 B737-800과 비교해 연료 효율이 뛰어나 운용비용을 12%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존에는 항공기를 빌려 쓰는 형태인 운용리스(임차) 방식을 채택해 리스 비용이 많았지만 B737-8을 새로 도입할 때는 직접 구매나 금융리스 방식으로 운용하는 만큼 원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리스는 원금 일부를 지급한 뒤 나머지 비용을 분할해 납부하는 방식으로 운용리스보다는 비용 부담이 덜한 데다 항공기 소유권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제주항공이 운용하는 항공기 41대 가운데 대부분이 운용리스 방식이라는 점은 제주항공의 고정비 지출이 많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구매는 1대, 금융리스는 2대에 불과하다.
제주항공은 B737-8 모델을 금융리스로 도입하면 기존 B737-800 모델을 운용리스 방식으로 활용할 때보다 비용을 14%가량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항공은 본업인 여객 외에 부가서비스에서 비롯되는 수익 창출을 통한 수익성 향상도 꾀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초과수하물, 부대판매, 기내매점, 기내면세점 등의 부가서비스를 통해 여객 외 수입을 얻고 있다.
여기에 반려동물 친화 전세기 운항, 스포츠 멤버십 등 고객 맞춤형 부가서비스를 발굴하며 수익 모델을 다변화하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국내 저비용항공시장에서 부가서비스에서 나오는 이익이 10% 안팎 수준이지만 외국 국적 항공사는 20~30% 정도로 큰 편인 곳도 있다”며 “여객 수요에 안주하지 않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사업 다각화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수익성 개선을 꾀하는 배경에는 수익성 측면의 약점을 보완해 저비용항공시장의 개편 뒤 장기전에 돌입할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경영 판단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제주항공은 보유 항공기, 여객, 매출 등 항목에서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앞선 역량을 보인 것으로 평가되지만 수익성에서는 경쟁사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1~6월 국제선 여객 수(유림+환승) 4278만 명 가운데 저비용항공사 8곳의 이용객 수는 1526만 명으로 36.7%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저비용항공사들의 이용객이 대형항공사(33.1%), 외국 국적 항공사(31.2%)를 웃돌았다.
특히 제주항공은 상반기 국제선 이용객이 433만 명에 이르며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가장 많은 승객을 태워 나른 것으로 조사됐다. 뒤이어 티웨이항공은 320만 명, 진에어는 313만 명, 에어부산은 218만 명 등으로 나타났다.
▲ 제주항공이 반려동물 동반탑승 서비스 이용객을 위한 스탬프를 적립 제도 '펫패스'를 내놨다. <제주항공>
국내선에서도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제주항공을 이용한 승객이 가장 많았다. 1~6월 국내선 승객 가운데 제주항공을 이용한 사람 수는 241만 명으로 진에어(223만 명), 티웨이항공(192만 명), 에어부산(181만 명)은 물론 대형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237만 명)보다도 많았다.
이용객 수가 많은 만큼 저비용항공사 가운데 매출도 가장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정보서비스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매긴 제주항공의 상반기 매출 추정치 평균은 9981억 원으로 티웨이항공(7562억 원), 진에어(7396억 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다만 수익성은 줄곧 경쟁사에 뒤처지고 있다. 제주항공의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9.85%로 진에어(14.65%)와 티웨이항공(10.34%)에 못 미쳤다.
제주항공은 낮은 수익성 탓에 지난해 매출이 진에어보다 높았음에도 영업이익은 1698억 원으로 진에어의 영업이익(1822억 원)을 밑돌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마무리돼 진에어,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통합 저비용항공사를 꾸리게 되면 제주항공은 규모와 수익성 양쪽에서 모두 2위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
제주항공은 항공기 41대를 운용하고 있는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아래에 있는 진에어(29대), 에어부산(23대), 에어서울(6대)가 단순 통합된다고 가정하면 보유 항공기 수는 58대로 제주항공을 추월하게 된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