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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구도 '트럼프 대 해리스'로, 화석연료업계와 기후진영 대리전 양상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7-23 14:2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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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구도 '트럼프 대 해리스'로, 화석연료업계와 기후진영 대리전 양상
▲ 22일(현지시각) 바이든 대통령 사퇴 의사 발표 이후 백악관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유력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보다 강경한 기후정책을 내세워온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으로 대표되는 기후진영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화석연료 업계의 대리전 양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22일(현지시각) AP, 로이터, CNN 등 외신을 종합하면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을 대신할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받는데 필요한 대의원의 지지를 빠르게 확보해 대세론을 굳히고 있다.

AP는 자체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해리스 부통령이 대의원 가운데 2668명의 지지를 얻어 대선 후보 지명에 필요한 단순 과반을 넘겼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 계정을 통해 대선 후보 사퇴 의사를 발표하고 해리스 부통령을 본인의 대안으로 지목한 뒤 단 하루만에 민주당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등을 지낸 인물로 미국 최초 흑인 여성 부통령이다.

ABC뉴스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들은 해리스 부통령이 바이든 대통령보다 강력한 기후정책 추진론자로 향후 대통령 자리에 오른다면 기후대응을 강력하게 추진해나갈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해리스 부통령의 지난 행적을 보면 2016년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을 지낼 당시 엑손모빌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주도한 바 있다. 당시 엑손모빌은 자사의 기후 리스크를 축소 발표해 투자자들의 판단 착오를 유도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해리스 부통령은 2019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을 때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2045년으로 앞당겨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분야에 10조 달러(약 1경3841조 원)를 투입할 것이라고 공약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주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지원하는 1조1천억 달러과 비교해 거의 10배 가까운 자금을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때 투입한 자금을 통해 강력한 탄소 배출 감시망을 구축하고 배출량에 비례한 높은 분담금을 부과해 화석연료 기업들로부터 정부 지출을 회수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유로뉴스에 따르면 당시 해리스 부통령은 “오염을 배출한 자들이 대기 중에 배출한 온실가스만큼 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 뒤 바이든 대통령과 연합해 대선 러닝메이트가 되면서 이 같은 공약이 실제로 이뤄지지는 않았다.
 
미국 대선 구도 '트럼프 대 해리스'로, 화석연료업계와 기후진영 대리전 양상
▲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지사. <연합뉴스>

블룸버그는 해리스 부통령을 “그녀의 상사(바이든 대통령)가 펼치는 기후 정책들을 국내외에 대변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일례로 해리스 부통령은 지난해 11월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바이든 대통령을 대리해 참석하기도 했다.

기후 분야 대응에서 바이든 대통령보다 강경한 정책 기조를 가진 만큼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면 비슷한 성향의 정치인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할 것으로 전망됐다.

블룸버그는 피트 부티지지 미국 교통부 장관, 조쉬 샤피로 펜실베이니아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지사 등이 유력할 것으로 봤다.

세 사람 모두 IRA 이행과 기후정책 강화를 통해 정치적 업적을 쌓아온 만큼 셋 중 하나가 러닝메이트가 되면 화석연료 업계 지지를 받고 있는 공화당과 대립 양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나 매카시 전 천연자원보호협회(NRDC) 회장은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해리스는 모든 미국인들이 깨끗한 공기, 깨끗한 물, 건강한 환경을 갖출 때까지 매일 싸울 사람"이라며 "해리스 대통령이 트럼프의 엉덩이를 걷어차 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 구도 '트럼프 대 해리스'로, 화석연료업계와 기후진영 대리전 양상
▲ 22일(현지시각) 유세 현장에서 발언하고 있는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상원의원. <연합뉴스>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화석연료 기업에 우호적 태도를 보인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각)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우리 발밑에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많은 금덩이들(석유)이 녹아 있다"며"우리는 중국에는 없는 이런 에너지를 통해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국가"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공화당 후보 경선 초반부터 유세 현장에서 '채굴, 더 많은 채굴(drill baby, drill)'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화석연료 산업을 크게 부흥시킬 것을 약속한 바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5월에는 쉐브론, 엑손모빌, 옥시덴탈 등 주요 화석연료 기업 경영진과 만나 멕시코만, 알래스카 등 지역의 채굴 활동을 제한하는 규제를 모두 철폐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IRA가 "새로운 친환경 사기 행각(green new scam)"이라며 "수조 달러를 들여 에너지 비용을 올리고 인플레이션을 유도한 이 행위를 끝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기에 사용되려고 쌓여 있던 막대한 자금은 다리, 댐, 도로 등 각종 필요한 건설사업에 사용할 것이고 앞으로 (IRA와 같은) 쓸데없는 사기 행각에 의미없이 사용되는 일은 없게 하겠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해당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IRA 폐지 이후 미사용 자금의 새로운 용처를 설명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공화당에서는 바이든의 대체 후보로 급속하게 떠오르자 해리스 부통령을 향한 공세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유세 현장에서 “나는 카멀라 해리스를 웃음거리 카멀라라고 부른다”며 “그가 웃는 모습만 봐도 미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상원의원도 “카멀라 해리스는 내가 이 나라에 애국심이 전혀 없다고 비난했다”며 “나는 그를 잘 모르지만 내가 해병대에서 이 나라에 봉사하고 사업가가 될 동안 그녀는 정치인들로부터 뒷돈이나 받고 있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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