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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새누리당은 왜 파견법 개정에 집착할까

고진영 기자 lanique@businesspost.co.kr 2016-10-25 18:3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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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20대 국회에서 파견법 개정안 통과에 당력을 모으고 있다.

파견법 개정안은 정부여당이 19대 국회부터 추진한 노동개혁 4법 가운데 가장 쟁점이 되는 법안이다.

새누리당이 파견법 개정안 통과에 집착하는 이유가 일부 대기업의 불법파견 논란을 없애기 위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 파견법 놓고 여야 의견 차이 평행선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최근 노동개혁 4법의 통과 의지를 재차 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2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근로기준법, 고용보험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파견근로법 등 이른바 ‘노동개혁4법’을 이번 정기국회 내 통과시켜야한다는 데 뜻을 함께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왜 파견법 개정에 집착할까  
▲ 정진석 새누리당 의원(왼쪽)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번 연말이 노동4법의 데드라인”이라며 “일자리 하나가 아쉬운 상황인 만큼 야당도 전향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을 의총에 초청해 의원들을 상대로 노동4법에 관한 특강까지 열었다.

노동4법은 새누리당이 가장 신경쓰는 법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6월20일 20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당론으로 노동4법을 발의했다.

19대 국회에서 폐기됐던 법안을 그대로 다시 발의한 것인데 새누리당은 유달리 이 법안에 애착을 보인다. 19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김현숙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패키지 법안인 노동4법을 20대 국회에서 반드시 통과시켜 달라”며 눈물을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노동4법 가운데 파견법 개정안을 놓고 야당과 노동계는 ‘비정규직 양산법’이라며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나머지 근로기준법과 산업재해보상보호법, 고용보험법 개정안에 대한 여야의 이견은 좁혀졌지만 파견법에 대한 야권의 반발은 좀처럼 누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파견법은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전문직, 주조·금형·용접 등 뿌리산업 종사업무에 대한 파견허용을 확대하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현행 파견법은 행정, 운전, 청소 등 32개 업종에만 허용되고 있다. 파견 허용업무의 확대 여부가 여야 대립의 쟁점인 것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파견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중장년 고령층의 일자리를 늘리고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완화할 수 있을뿐 아니라 사내하청 노동자의 노동조건도 개선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고령의 노동자는 재취업이 어려운데 파견을 허용하면 기업이 이들을 고용하려고 하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야당과 노동계는 파견 노동자를 축소해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을 이뤄내지는 못할망정 비정규직을 급격히 늘리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할 경우 지금도 사내하도급 형태로 불법 파견이 만연한 제조업까지 파견이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고용을 일정기간 보장한다고 해도 파견직이 좋은 일자리가 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 파견 문제 불거졌는데 파견 확대 추진

정부여당의 파견법 개정 추진은 최근의 사회 분위기에 역행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LG전자에 핸드폰 부품을 제조하는 회사에서 근무하던 20대 파견 노동자 5명이 올해 1월 메틸알코올에 급성 중독돼 실명했다. 정부는 “모든 안전보건관리책임은 사업주에게 있다”고 발을 뺐다. 하지만 원청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역시 재하청, 재재하청은 모니터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책임을 피해갔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왜 파견법 개정에 집착할까  
▲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등이 2016년 6월8일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비정규직 청년노동자 사고 재발방지 대책'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5월 용역회사 근로자 김모씨가 구의역에서 스크린도어를 수리하다 죽는 사고도 일어났다. 파견 근로자로서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시간에 쫓긴 것이 원인으로 지적됐다. 김씨는 19살에 불과해 더 파문이 컸다.

업무강도에 비해 열악한 김씨의 월급도 화제가 됐다. 김씨는 기본급으로 월 130만 원밖에 받지 못했다. 서울 메트로는 인건비로 240만 원을 지급했지만 용역회사가 100만 원 이상을 떼어갔기 때문이다.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구의역 사건과 관련해 “파견법 개정안은 선박, 철도 등 국민의 생명 안전 업무에 파견 근로자를 사용하지 못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야당은 추모행렬에서 생색낼 것이 아니라 입법처리에 합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의원은 구의역 사태가 일어나고 이틀 뒤에 파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의 개정안이 파견금지대상에 추가한 철도업무는 철도차량의 운전과 제어, 통제업무에 국한돼 있다. 김씨가 했던 정비업무는 파견금지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 것이다.

우원식 더민주 의원은 “새누리당의 개정안은 파견업종과 파견대상을 대폭 확대하는 것이 중심”이라며 “생명안전업무를 양념같이 끼워 넣고 마치 그것이 중심인 것처럼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 정부와 새누리당, 왜 파견법 개정 고집하나

정부여당이 노동4법 추진에 집착하는 진짜 목적이 파견법 개정이라는 말도 나온다.

파견법 개정안을 제외한 3개 법안은 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데 여야와 노사가 이견이 없는데도 새누리당은 4개 법안이 같이 통과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 묶음이라 서로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이다.

19대 국회에서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가 파견법을 제외한 3개 법안부터 처리하자고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은 이를 거부했다.

문 전 대표는 당시 “3개 법안을 우선 처리하자고 누누이 제안했으나 정부여당은 일괄처리만을 고집하며 무작정 밀어붙였다”며 “노동법안들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부여당의 편협한 고집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파견법 개정을 끈질기게 고집하는 이유가 현대차 등 완성차 대기업의 불법파견 문제를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철식 연세대학교 동서문제연구원 전문연구원은 “개정안은 파견과 도급의 구별 기준을 축소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며 “현행법상으론 제조업의 사내하도급이 불법파견의 지위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운데 파견과 도급의 기준을 축소해 불법파견으로 보기 어렵게 하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견과 사내하도급은 하청업체에 일을 맡긴다는 점에서 같지만 원청업체가 하청업체 근로자에게 업무지시를 할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린다. 파견근로자는 직접적인 업무지시를 받을 수 있지만 사내하도급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왜 파견법 개정에 집착할까  
▲ 윤갑한 현대차 사장.
제조업은 파견이 금지된 업종인데 제조업체가 생산공정에서 일하는 사내하도급 근로자에게 직접 업무지시를 내리면 이는 불법 파견이 된다.

그런데 개정안은 도급인이 수급인의 근로자에 대하여 근로조건 향상, 산업재해예방, 직업능력개발을 위한 지원을 실시하는 등의 경우에는 파견으로 보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해 9월 “노동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며 “노사정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아도 정부는 여당과 함께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노동개혁은 파견법을 포함한 노동4법을 말한다.

경제5단체 역시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8월 공동성명에서 “우리나라는 주요 국가들에 비해 파견 사용사유와 기간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어 고용 경직성을 심화시키고 불법파견 논란을 키우고 있다”며 “제조업 등에 파견을 허용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고용 확대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불법 파견을 둘러싼 갈등이 가장 격렬하게 벌어졌던 기업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완성차회사인 현대차다. 2010년 대법원이 현대차의 불법 파견을 인정하자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투쟁을 벌였다. 결국 현대차는 지난해 사내하도급 근로자 수천 명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했다.

당시 원고 쪽을 대리한 김기덕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현대차 자동차 생산공장의 전체 공정에서 사내 하청업체 근로자의 사용이 전반적으로 근로자 파견에 해당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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