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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한국 스타벅스 25주년, '사치 논란'에서 '혜자 브랜드' 된 사연은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24-07-15 15: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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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브리핑] 한국 스타벅스 25주년, '사치 논란'에서 '혜자 브랜드' 된 사연은
▲ 스타벅스가 한국 진출 25주년을 맞이해 1999년 출범 당시 가격에 대표 상품 3종을 판매하는 행사를 15일부터 19일까지 진행한다. 사진은 한국 스타벅스 1호점인 이대R점 내부. < SCK컴퍼니 >
[비즈니스포스트] 스타벅스가 특별한 행사를 엽니다. 한국 진출 25주년을 기념해 스타벅스의 대표 커피 3종을 최초 출시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입니다.

15일부터 5일 동안 스타벅스 매장을 오후 2시부터 5시 사이에 방문한다면 25년 전 가격에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카라멜마키아또를 즐길 수 있습니다. 제품 가격은 톨사이즈 기준 각각 3천 원, 3500원, 4천 원입니다.

스타벅스 커피를 이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직장인들이 한참 몰리는 점심 식사 직후 시간을 피해 열리는 행사지만 그럼에도 고객들이 몰릴 가능성이 높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3천 원에 마실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인터넷 커뮤니티는 술렁이고 있습니다. 25년 전 커피 가격과 최저임금 등을 비교한 글이 유독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스타벅스가 1999년 7월 한국 1호점인 이대점을 열었을 때 최저임금은 시간당 1525원이었습니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를 사먹으려면 2시간을 꼬박 일해야 했습니다.

스타벅스가 이른바 ‘사치의 상징’을 대변하는 커피 브랜드로 달갑지 않은 유명세를 떨쳤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당시 두 시간을 일해야 한 잔을 사마실 수 있을 정도로 높은 가격이었지만 스타벅스에 대한 고객 관심은 초창기부터 높았습니다.

이대점의 하루 평균 매출은 2000년 상반기 기준으로 하루 평균 400만 원을 넘었습니다. 아메리카노 가격으로 따지면 1300잔 넘게 팔린 셈이죠.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스 최고경영자(CEO)가 2000년 스타벅스 한국 4호점 오픈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을 때 “한국에도 상당한 수준의 커피 문화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스타벅스는 한국 커피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논란도 많았습니다. 최저시급의 2배 가격을 주고 커피를 즐기는 문화를 비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습니다. ‘밥도 아닌 커피 주제에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었죠.

이런 사정 탓에 스타벅스는 이른바 ‘된장녀’ 논쟁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브랜드이기도 했습니다. 된장녀는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2000년대 중반에 사치하는 듯한 여성을 싸잡아 비난하는 말로 쓰였습니다.

스타벅스가 한국에 진출한 지 8년이 지나서야 비로서 한 시간을 일하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시기가 왔습니다. 2007년 최저시급은 3480원이었는데 당시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 가격은 3300원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스타벅스는 사치 커피 논란에 빠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재 스타벅스를 살펴보면 이런 논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상황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마다 스타벅스를 값비싼 커피 브랜드라고 낙인찍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지경입니다. “그땐 사치재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당시는 프리미엄 이미지가 만들어져 된장녀, 허세 등의 논란이 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동종업계에서 저렴한 브랜드가 돼버렸다.” 등의 반응이 많은 공감을 얻고 있습니다.
 
[백브리핑] 한국 스타벅스 25주년, '사치 논란'에서 '혜자 브랜드' 된 사연은
▲ 스타벅스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아메리카노 한 잔은 톨사이즈 기준으로 3천 원이었다. 당시 최저시급인 1525원과 비교하면 2배가량 높은 가격이었다. 사진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유되고 있는 당시 스타벅스 메뉴판 이미지.
스타벅스의 현재 가격을 살펴보면 이런 반응에 수긍할만합니다.

2024년 기준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톨사이즈 가격은 4500원입니다. 올해 최저시급인 9860원과 비교하면 한 시간을 일하고 2잔을 사마셔도 860원이 남는 셈이죠. 내년에는 최저시급이 1만30원으로 오르니 스타벅스가 가격을 인상하지 않는다면 아메리카노 2잔을 사도 1천 원 넘게 남겠네요.

과거 사치 커피 논란이 한창일 때 최저임금과 비교하면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은 2만 원에 육박해야 하지만 오히려 너무 싸진 것 아니냐는 반응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요즘 스타벅스는 소비여력이 크지 않은 젊은 친구들이나 오는 곳이다. 비싼 커피를 찾는 사람들이 선호하는 브랜드는 결코 아니다.” “사치 커피인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혜자 커피(가격 대비 성능이 좋다는 표현을 이르는 인터넷 용어)네”라는 말도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스타벅스는 어쩌다가 사치 논란에 휩싸였던 브랜드에서 대중적인 가격대의 커피 브랜드로 자리잡게 됐을까요.

스타벅스가 한국 진출 25년 동안 가격을 인상했던 시기는 아메리카노 기준으로 모두 5차례에 불과합니다. 2005년과 2010년, 2012년, 2014년, 2022년 등입니다. 5년에 한 번씩 가격을 올렸다는 뜻이죠.

특히 2014년부터 2021년까지는 무려 7년 동안 가격을 동결하기도 했죠.

이 기간 최저임금은 가파르게 올랐습니다. 이명박정부에서 연평균 5.78%, 박근혜정부에서 연평균 8.28%, 문재인정부에서 연평균 8.31%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어느덧 시급 9천 원 시대가 열렸지요. 스타벅스 한국 진출 첫 해인 1999년과 비교하면 최저임금은 25년 동안 약 6.5배 올랐습니다.

이 기간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이 3천 원(1999년)에서 3300원(2005년), 3600원(2010년), 3900원(2012년), 4100원(2014년), 4500원(2022년) 등으로 1.5배 올랐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스타벅스가 왜 대중적 가격의 커피 브랜드가 됐는지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아직도 스타벅스는 종종 고가 커피 논란에 휩싸이기도 합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후보는 2월 서울 경동시장을 찾아 “스타벅스는 사실 업계의 강자잖아요? 여기가 서민들이 오고 그런 곳은 아니죠”라고 말했습니다. 서민을 비하했다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반응이라는 비판이 이곳저곳에서 나왔죠.

스타벅스가 가격을 7년 동안 동결하는 동안 경쟁업체들은 3~4년마다 가격을 인상해 모두 스타벅스 수준의 가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이른바 '저가 커피' 브랜드를 제외하면 오히려 스타벅스보다 비싸게 값을 책정한 브랜드도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제는 스타벅스를 어떤 프랜차이즈로 바라봐야 할까요. 판단은 독자들의 몫입니다.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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