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7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금융통화위원의 목소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러한 금통위원들의 의견 변화는 둔화세를 보이는 물가 상승률과 함께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는 요소다.
하지만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가계대출 확대 문제를 들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경계했다.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결과 3개월 안에 금리 인하를 검토해야 한다는 금통위원의 수가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늘어나면서 시장에서는 금리 인하 시점이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총재는 이날 금리를 12회 연속으로 연 3.5%로 동결하는 결정을 내린 뒤 기자회견에서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은 3개월 뒤에도 동결, 나머지 2명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의견을 줬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한 금통위원들은 물가상승률이 많이 낮아지고 있어 금리 인하 가능성을 이야기할 분위기가 조성됐다고 이 총재는 설명했다.
금리 인하를 언급한 금통위원이 늘어난 만큼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도 통화정책 전환이 멀지 않았다는 점을 암시하는 문구가 새롭게 등장했다.
금통위는 결정문에서 기존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겠다는 문구 뒤에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다”는 문장이 추가됐다.
이 같은 금통위의 변화는 최근 국내 물가 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 목표치인 2%대를 향해 점진적으로 하향 안정화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통화정책 전환을 본격화할 수 여건이 어느 정도 조성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는 올해 2~3월 3%대로 올라섰다가 4월 2.9%로 낮아진 뒤 6월에는 2.4%까지 낮아졌다.
이 총재는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물가가 2%대로 낮아지는 긍정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금통위의 변화에도 시장 일각에서 기대하던 8월 금리 인하는 부동산 가격 상승이라는 변수에 발목이 잡혀 가능성이 더욱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시장에서는 국내 물가가 둔화세를 보이자 ‘통화정책의 차별화’를 강조한 이 총재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보다 먼저 8월 금리 인하를 시도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도 최근 물가가 둔화하고 실업률이 안정세를 보이면서 연준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자 금통위의 선제적 금리 인하 전망에도 조금씩 힘이 실렸다.
그러나 이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시장의 8월 금리 인하 기대감에 확실한 선을 그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어 자칫 금리 인하가 이러한 상승세에 기름을 부어 가계대출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수도권 주택가격이 가계부채 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유의미하게 있고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있다”며 “잘못된 인하 신호를 줘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한다든지 하는 정책적 실수를 하지 않겠다는 데에 금통위원 모두 공감했다“고 말했다.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결국 이 총재는 국내 물가가 둔화세를 보이면서 통화정책의 중심이 물가에서 가계부채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가계부채 등 다양한 변수를 따져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하겠다는 뜻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금통위가 10월부터 금리를 인하할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금통위 이후 “한국은행의 8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사실상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며 “이 총재가 부동산 가격이 재차 안정을 회복할지를 8~9월 지켜볼 것으로 예상돼 금리 인하 시점은 10월 혹은 11월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바라봤다.
류진이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 적용이 시행되기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몰릴 8월에 인하를 단행하는 것은 상당히 부담스러운 선택이 될 수 있다”며 “한은이 ‘금융안정’ 목표를 위해 8월보다 10월에 인하를 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