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로 이화여대 총장이 중도에 사퇴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최순실씨의 딸 특혜입학 의혹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는데 그 중심에 재벌과 부유층의 상징인 '승마'가 자리잡고 있다.
◆ 승마, 그들만의 스포츠
23일 재계와 교육계에 따르면 대학입시에서 체육특기자 전형은 체육분야에서 뛰어난 재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전형이다. 그런데 승마 같이 대중화하지 않은 스포츠의 경우 지원자가 미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대학에 ‘무혈입성’하는 경우가 흔하다.
최순실씨 딸의 이화여대 입학에서 드러나듯이 상위계층은 승마를 통해 얼마든지 대학진학을 할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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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선박왕 오나니스의 유일한 상속녀인 아티나 오나시스가 승마를 하고 있다. |
한선교 새누리당 의원이 2014년 국정감사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62개 대학의 체육특기자 입학은 경쟁률이 1:1 이하인 경우가 67.5%다.
특히 체육특기생으로 명문대에 입학해 전공을 바꾸거나 유학을 통해 최종학력을 바꾸는 ‘학벌세탁’을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한선교 의원의 자료에 의하면 체육특기생 6명 가운데 1명은 대학생활 도중 일반학과로 옳겼다.
부성학원 설립자 집안 출신인 미스코리아 한성주씨는 고려대에 승마특기자로 입학했다고 스스로 밝혔는데 나중에 승마선수 경력이 허위라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대니얼 골든의 저서 ‘The Price of Admission(입학의 가격)’에 따르면 미국에서도 상류층 자녀들이 예체능 특기생입학을 통해 명문대에 입학하고 있다.
승마는 높은 진입장벽 때문에 상류층들끼리 어렸을 적부터 승마를 배우며 고급인맥을 형성하는 경우도 많다.
말 한 마리당 가격은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에 이른다. 유지비는 국내 기준 매달 평균 400만~500만 원 정도 든다. 말 소유주가 한 마리만 보유하는 경우도 드물다.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되면 그 나라 부자들이 골프를 치고 2만 달러가 되면 승마를 하고 3만 달러가 되면 요트를 즐긴다”는 말이 있다.
최고급 명품으로 유명한 에르메스도 승마용품에서 시작한 브랜드다.
우리나라에서도 승마동호회는 사교클럽으로서 역할을 해왔다. 1950년대부터 금안회와 서울승마구락부(클럽)는 국내 정재계 인사들이 모이는 곳으로 유명했다.
국내 굴지 대기업의 자제들 또한 어렸을 적부터 승마를 배웠으며 기업을 통해 자체적으로 승마단을 운영하기도 했다. 이들은 승마를 통해 외국 상류층들과 국제적 인맥을 쌓기도 한다.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실장은 면세점사업에 참여하면서 “한화건설은 중동에 많은 발주처가 있고 면세점은 유럽의 주요브랜드를 입점시켜야 하기에 승마 국가대표 선수로 쌓은 인지도가 면세사업과 건설업 모두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국내 재벌들도 대를 이어 승마사랑
한화그룹은 국내 재벌 가운데 승마사랑의 원조라고 꼽힌다.
김종희 한화그룹 창업주는 1950년대부터 서울 수송동에 있던 경찰기마대의 승마클럽인 ‘금안회’에서 승마를 즐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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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이 2016년8월10일 2016 리우올림픽 개인 마장마술 그랑프리 1차전에서 연기를 하고 있다. <뉴시스> |
김종희 창업주는 1964년 도쿄올림픽 때 한국 승마대표팀이 말이 없어 어려움을 겪자 자비를 들여 외국에서 말을 구해와 올림픽에 참가하도록 돕기도 했다.
김 창업주의 장남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승마를 좋아했다. 김 회장은 보유하던 말 7필을 상무에 기증하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의 3남인 김동선 한화건설 신성장전략팀장은 승마 국가대표로 활약하고 있다. 그는 1995년 승마를 시작해 2001년 선수로 입문했다. 미국 승마명문학교 태프트스쿨에서 유학했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3개나 따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은 김동선 팀장을 위해 일산에 ‘로얄새들 승마클럽’을 설립해 지원했고 2006년 한화갤러리아승마단을 창단하기도 했다.
삼성그룹도 승마사랑이 대단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80년대 중반 교통사고를 당한 뒤 통증 치료를 위해 승마를 즐겼다.
삼성그룹은 1988년 국내 최초 실업승마단인 삼성물산승마단을 창단했다. 삼성물산승마단은 1996년 삼성전자승마단으로 소속을 바꿨으며 2010년까지 운영됐다.
삼성전자는 1998년부터 삼성슈퍼리그 등 국제승마대회를 꾸준히 후원해 왔다.
이 회장은 평소 “승마는 국가 지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기업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승마선수로 활동했으며 서울대를 다니면서 아시아선수권 승마대회 국가대표로 나가 2위를 했다.
범현대그룹에서도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주주와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익 KCC사장이 승마 애호가다. 정몽준 최대주주는 대학시절 전국체전에 나가 2위에 오르기도 했다.
SK그룹의 경우 최태원 회장의 부인인 노소영 아트센터나비 관장이 승마애호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