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를 받고 있는 중견건설사들이 하반기에 새 주인을 찾는 데 모두 실패했다.
건설경기가 주춤할 수 있다는 전망이 악재로 작용했고 매물로 나온 건설사들의 기업가치가 예상보다 크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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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희 경남기업 대표이사. |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중견건설사의 인수합병이 대부분 마무리됐다.
법정관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중견건설사 가운데 올해 마지막 매물로 나온 경남기업은 20일 본입찰을 진행했으나 단 한곳의 기업도 응찰하지 않아 매각이 무산됐다.
경남기업 매각이 불발되면서 올해 하반기 인수합병시장에 등장한 중견건설사들은 모두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상반기에 동부건설과 동아건설산업, 울트라건설 등이 매각에 성공했는데 하반기 인수합병 성적은 극히 부진한 셈이다.
STX건설이 지난 6월 매각공고를 내며 하반기 인수합병시장이 시작됐다. 하지만 매각을 진행하는 과정이 난항을 겪으며 결국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법원은 STX건설의 매각작업이 수 차례 무산된 점을 고려해 8월 말 청산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으나 최근 수의계약 방식으로 매각을 재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도 새 주인을 찾지 못할 경우 청산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삼부토건도 올해 3차례나 매각을 추진했지만 모두 실패로 돌아가며 9월 말 재매각 추진을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해외건설경기가 부진한데다 국내 주택경기도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인수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17년 한국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내년 건설투자 증가율이 3.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예상치인 7.3%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주택 과잉공급과 가계부채 증가에 따라 내년 건설투자가 줄어들 요인이 많아질 것”이라며 “사회간접자본(SOC)의 국가예산 규모가 9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줄어 공공부문에서도 건설투자가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수후보자들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뒤 실사를 진행한 결과 건설사를 인수하더라도 수익을 크게 낼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인수를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남기업의 경우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실사했지만 1500억 원에 이르는 높은 매각가격에 비해 수익이 작은 것으로 파악돼 인수후보자들이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기업은 예비입찰 직후 관급공사와 지역주택조합사업 등 1천억 원대의 공사를 2건이나 수주하며 매각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관급공사의 경우 영업이익률이 미미해 일감을 확보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인수후보자들이 큰 매력을 못 느낀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