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희 기자 JaeheeShin@businesspost.co.kr2024-07-02 15: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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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엔솔 등이 내년부터 LFP배터리를 양산해 중국 배터리 기업을 향해 반격에 나선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중저가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물량공세에 고전했던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국산 LFP배터리’로 반격의 서막을 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이 국내 배터리 기업 최초로 프랑스 르노와 LFP배터리 5년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삼성SDI, SK온도 LFP 생산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 배터리업계는 LFP 배터리 양산이 최근 중국에 내준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되찾는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2일 배터리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배터리 기업 3사가 LFP배터리 양산 채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세계 각지에 위치한 기존 니켈코발트망간(NCM) 삼원계 배터리 생산공장을 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며 급증하는 LFP 배터리 수요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 LG에너지솔루션의 폴란드 브로츠와프 생산공장 전경.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말부터이곳에서 LFP배터리를 생산해 르노에 납품하기로 했다.
회사는 한국, 중국, 미국, 폴란드 등 4개 국가에 배터리 생산공장을 두고 있다.
회사는 2023년 중국 난징 공장의 일부 삼원계 배터리 생산라인을 에너지저장장치(ESS)용 LFP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한 데 이어 2025년 하반기에는 폴란드 생산공장을 LFP배터리 공장을 전환할 예정이다.
회사는 올해 2월 중국 LFP용 양극재 생산기업 상주리원과 5년간 16만톤 규모의 양극재를 공급받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는 전기차 100만 대 분의 배터리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회사는 이날 프랑스 자동차 제조사 르노의 전기차 부문 ‘암페어’와 전기차용 파우치형 LFP배터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배터리는 파우치형 배터리 최초로 셀투팩(CTP) 공정을 적용해 각형 셀투팩 공정으로 제조한 제품보다 에너지 밀도를 약 5% 높인 제품이다. 셀투팩은 배터리 모듈이 차지하는 공간을 셀로 더 채워 무게는 줄이고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생산공정 기술이다.
회사는 르노 측에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39GWh 규모의 LFP배터리를 공급키로 했다. 이는 순수 전기차(BEV) 약 59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회사 관계자는 “르노에 LFP배터리 공급을 위해 폴란드 브로츠와프의 기존 NCM 배터리 생산라인을 LFP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추가 전환할 지, 아니면 추가로 LFP 배터리 공장 증설해 공급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첫 전기차용 LFP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삼성SDI와 SK온의 LFP 배터리 양산 시기에도 관심이 쏠린다
삼성SDI는 2026년부터 전기차용 LFP 배터리 양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기차용 LFP배터리는 보급형 자동차 모델을 타깃으로 개발하고 있다”며 “고급형 자동차 모델을 타깃으로 한 기존 삼원계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배터리도 계속 생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사가 개발 중인 LFP배터리가 중국산 LFP와 차별점이 뭐냐는 질문에 “제품 개발 단계로, 품질 차별화 요소를 구체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SK온 역시 2026년 양산을 목표로 LFP배터리를 개발하고 있다.
앞서 SK온은 올해 3월 국내서 열린 '인터배터리' 전시회에서 전기차용 LFP 배터리 시제품을 처음 공개했다. 회사 측은 전기차 제조사와 협의를 마치면 바로 LFP배터리 양산에 나설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중국 BYD의 LFP 배터리. 칼날 모양과 비슷해 블레이드 배터리라 불린다.
국내 배터리 기업의 해외 LFP배터리 첫 수주에 따라 앞으로 국내 기업들이 LFP 배터리 공급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을지, 또 이에 따라 잃어버린 세계 시장 점유율을 얼마나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2020년까지 세계 시장 점유율 1위였던 한국 배터리 3사는 CATL, BYD을 위시한 중국산 LFP 배터리의 물량공세에 고전하며 2021년부터 세계 2위로 밀려났다. 캐즘(일시적 수요 단절)에 빠진 전기차 기업들의 원가절감 기조와 중국 LFP배터리의 성능 개선이 맞물려 NCM 배터리 생산에 주력했던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중국에 선두자리를 내준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점유율은 CATL이 36.8%로 1위, BYD가 15.7% 2위, LG에너지솔루션이 13.6%로 3위, 일본 파나소닉이 6.4%로 4위, SK온이 4.9%로 5위, 중국 CALB가 4.6%로 6위, 삼성SDI가 4.6%로 7위였다.
중국 기업 합산 점유율은 60%를 넘어서며, 한국 기업 합산 점유율은 23.1%에 그쳤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FP배터리는 중국 점유율이 높지만, 중국 내수 판매 비중이 높아 해외 시장에선 국내 배터리 기업이 승산 여지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