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3분기 좋은 실적을 통해 이익창출능력을 입증해 민영화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박진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0일 “우리은행은 이익을 내는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한 덕분에 3분기에 매우 양호한 실적을 냈다”며 “일회성 이익이 아니라 경상이익이 증가한 것인 만큼 민영화 성공에도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파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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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구 우리은행장. |
우리은행의 1~3분기 순이익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한 증가폭을 살펴보면 분기별로 3300억~3500억 원을 유지하고 있다. 자산매각 등 일회성 이익으로 실적이 좋아진 것이 아니라 이익 창출능력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은행의 3분기 실적항목을 보면 가계대출 규제로 원화대출금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줄었지만 이자이익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오히려 0.8%포인트 높아졌다. 기업구조조정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손실에 대비해 미리 쌓아두는 대손비용도 분기마다 계속 줄어들고 있다.
우리은행이 이익 창출능력을 크게 강화하면서 지분매각 예비입찰 당시 투자의향서를 냈던 한국투자금융지주, 한화생명, 키움증권 등 전략적투자자(SI)들이 본입찰에 참여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전략적투자자는 기업 경영에 관여할 목적으로 지분을 사들이려는 투자자를 뜻한다.
우리은행은 배당수익과 연결되는 보통주자본비율도 올해 안에 10%대 후반으로 오를 것으로 추정됐다. 보통주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주주들도 안정적으로 배당을 받을 수 있어 배당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이 본입찰에 참여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손준비금이 보통주자본으로 인정되고 우리은행에 신용카드 내부등급법이 적용되면 보통주자본비율이 1.61%포인트가량 오른다”며 “3분기 9.04%에서 11%에 가까운 수치까지 오르면서 우리은행은 고배당주의 지위를 확고하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서 우리은행 주가가 크게 오르면서 사모펀드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이 가격부담을 느껴 본입찰에 발을 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우리은행 주가는 3분기 실적이 발표된 19일 장중에 1만2750원까지 치솟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20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기자들에게 “우리은행 주가가 지금은 괜찮지만 1만4천 원을 절대 넘어서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투자자들은 최소 3년 이상을 내다보고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은행 주가가 1천~2천 원가량 오르는 정도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며 “지금의 우리은행 주가는 적정한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