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도 “지난 4월 수준에 원/달러 환율이 근접해 1400원을 다시 돌파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4월처럼 환율 상승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재연될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문제는 지금의 원화 약세 상황이 단기적 현상이 아닌 장기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10개월 넘게 월평균 1300원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강달러 상황이 장기화한다면 향후 달러가 약세로 돌아섰을 때 수출비중이 높은 한국경제에 향후 부메랑으로 돌아오며 수출에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의 상승은 엔화와 위안화 약세 현상에 따른 달러화 강세에 영향을 받은 탓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중국 경기가 되살아나고는 있으나 그동안 중국 경제를 이끌어 왔던 부동산 부문이 부진하면서 중국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화 가치도 최근 심리적 방어선인 달러당 160엔을 돌파하며 급격한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에는 37년 만에 최저치인 161엔대까지 육박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에서도 통화긴축 전환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엔화 약세를 한층 부추기고 있는 실정이다.
유럽의 정치적 리스크로 유로화가 흔들리면서 강달러 현상을 한층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문제다.
30일과 7월7일 두 차례에 걸쳐 치러지는 프랑스 총선에서 극우파가 승리할 수 있다는 우려는 유로화의 약세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랑스 재정 상황과 주요 정당들의 태도를 볼 때 극우파가 약진해도 시장을 뒤흔들 정도로 극단적 재정 확대를 실제로 단행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다”며 “다만 단기적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으며 유로화 약세 압력도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바라봤다.
게다가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주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고 있는 것도 원/달러 환율 고공행진에 한 몫을 하고 있다.
연준이 최근 발표한 점도표에서 기준금리 인하 폭을 축소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한다면 안전자산인 달러화의 가치는 계속 높아져 강달러 현상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계속 미룬다면 강달러 현상은 계속될 수 있다. 사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 건물.
이에 일각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웃돌았던 2022년 하반기 상황을 재현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한국은행은 전날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지난해 원/달러 환율 상승기 때와 지금 시점의 환율 흐름이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글로벌 투자심리도 양호하게 유지되고 있고 국내 경기도 개선돼 차이점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국내 외환당국의 개입 등으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부근에서 안정화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2022년 고점인 1400원대 중반까지 급등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도 내놨다.
한국은행은 “원/달러 환율이 올해 말까지 하향 안정화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다만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가 계속 지연되거나 중동지역 분쟁이 재점화해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엔화 및 위안화가 추가 약세를 보이는 등 원화 약세 요인이 다시 강화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