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폴크스바겐이 리비안에 50억 달러를 투자하는 선택지가 투자자들의 기대치 만큼 성과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는 블룸버그 논평이 나왔다. 사진은 폴크스바겐의 플래그십 SUV 아틀라스 차량에 부착된 기업 로고.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폴크스바겐이 리비안에 감행한 대규모 투자가 리스크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리비안의 현금 부족 규모가 큰 데다 과거 다른 기업과 협업에 실패했던 사례가 이런 관측의 근거로 꼽혔다. 이에 두 기업의 협업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26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리비안에 50억 달러(약 6조9488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폴크스바겐의 선택이 투자자들의 기대치만큼 구체적 성과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내용의 논평을 내놓았다.
리비안은 2019년 포드로부터 5억 달러(약 6950억 원)를 투자받고 전기차 개발 파트너십을 맺었지만 뚜렷한 결과물 없이 2021년 협업을 마쳤다는 점이 근거로 제시됐다.
리비안은 메르세데스-벤츠와도 전기 밴을 개발하겠다고 2022년 9월 발표했지만 3달 후인 12월 이를 철회했다.
이에 폴크스바겐도 포드나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이다.
리비안이 여전히 현금 부족을 겪고 있다는 점도 폴크스바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요소로 지목됐다.
리비안은 2009년 창업 이후 누적 순손실액이 200억 달러(약 27조7784억 원)에 달하며 아직 흑자 전환을 하지 못한 상황이다.
폴크스바겐과 리비안 두 기업이 전기차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서 판매를 시작하는 시점도 수년 후가 될 것이어서 당장 수익에도 보탬이 되기 어렵다는 점도 부각됐다.
블룸버그는 “폴크스바겐이 손실을 입고 있는 신생 기업 대신 알파벳(구글 모기업)이나 애플 처럼 전기차용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갖춘 빅테크에 협업을 제안하는 게 어땠을까”라고 평가했다.
폴크스바겐은 최대 50억 달러의 투자금으로 2026년까지 리비안의 일부 지분을 확보하고 합작사를 설립하는 내용의 투자 협약을 현지시각 25일 발표했다.
폴크스바겐과 리비안은 각각 전기차 전용 소프트웨어 기술과 자금력을 필요로 했다. 이번 투자 협약으로 두 기업이 서로의 필요를 채워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투자 발표 이후 미국 나스닥장에서 리비안 주가는 장외거래 한때 50% 이상 올랐었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 2위 완성차 제조 업체인 폴크스바겐이 상대적으로 신생 기업인 리비안에 대규모 투자가 리스크로 돌아올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반대로 폴크스바겐 또한 리비안에 만족할 만한 파트너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폴크스바겐이 2023년 7월 7억 달러를 들여 중국 전기차 기업인 샤오펑 지분을 4.99% 매수하고 기술 개발에 나섰지만 1년이 지난 현재 샤오펑 주가가 당시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있다.
폴크스바겐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도 당장 리비안 운영에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셈이다.
조사기관 CFRA리서치의 개릿 넬슨 애널리스트는 “폴크스바겐과 협약이 리비안의 운영 문제나 현금 소진 측면의 문제 해결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바라봤다.
결국 두 기업의 협업이 투자자들의 큰 기대와는 다르게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날 수도 있는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은 이번 협약으로 두 기업이 서로의 문제를 신속하게 풀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만 이러한 기대가 실망으로 돌아올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