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리어케어의 헤드헌팅 전문가들이 하반기 기업 인재전략에 관한 좌담회를 진행했다. <커리어케어> |
[비즈니스포스트] 기업들은 올해 상반기 핵심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우수한 인재들은 직장을 선택하는 기준이 까다로운데다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켜줄 핵심인재를 얻기란 쉽지 않아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지난 상반기 기업들의 인재전략을 결산하고 인재시장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국내 최대 헤드헌팅 회사 커리어케어의 헤드헌팅 사업 본부장들과 좌담을 진행했다.
좌담회에는 이영미 사장(글로벌 본부장), 윤문재 부사장(PEPG 본부장), 윤승연 부사장(인사이트 본부장), 곽훈희 전무(헬스케어 본부장), 박선정 전무(디앤서 본부장)이 참석했다.
헤드헌팅 전문가들은 기업의 변화를 위해 리더급 핵심인재, 필요하다면 나아가 최고경영자(CEO) 교체까지 과감하게 검토해 볼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 직장을 옮기는 데 신중한 인재들
△ 윤승연 부사장- 우수한 인재는 대부분 여러 곳에 동시에 합격해 본인이 선택권을 갖는다. 다만 최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연봉 인상에 대한 기대치가 예전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기업이 적정수준으로 생각하는 인상분을 제시해도 잘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 곽훈희 전무- 스카우트 전쟁이라는 말이 있는데, 유능한 인재는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이미 자리를 잡은 곳과 비슷한 조건으로는 옮기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추가적 보상이 필요하다. 만약 기업이 만족할 만한 수준을 제시하지 못하면 진행을 중단하고 만다. 현 직장에서도 핵심인재로 좋은 대우를 받고 있기 때문에 파격적 제안이 아니면 옮기지 하지 않는 것이다.
△ 윤문재 부사장- 맞는 얘기다. 시장의 판을 바꿀 수 있는 뛰어난 역량을 지닌 핵심인재를 경쟁사에서 데려오려면 거절하기 힘든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누구라도 연봉이 조금 올라간다면 현재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핵심인재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따라서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려면 이동할 때 우려되는 리스크를 감수하도록 과감한 투자와 선택이 필요하다.
△ 박선정 전무- 이직한 뒤 이전 직장에서 거뒀던 성과를 바로 재현하기가 힘든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기업은 후보자의 성공 경험을 보고 영입을 추진하고, 후보자도 조직과 환경이 바뀐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성과를 재현할 수 있을지 걱정한다. 따라서 성과 재현에 필요한 상황이 조성되고 직급이나 직책, 보상에서 기대가 충족된다면 기꺼이 위험을 감수할 수도 있다.
△ 이영미 사장- 요즘 인재들은 기업의 간판을 보고 이동하지 않는다. 대기업이나 글로벌 기업이어서가 아니라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여서 옮기는 것이다. 연봉은 위험 감수를 위한 조건 중 하나일 뿐이다. 연봉을 많이 준다고 해도 제약이 너무 많아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없는 자리라면 거절한다. 기업도 이를 고려해 처우뿐만 아니라 충분히 역량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 일반 채용시장과 달리 고급인재 시장은 여전히 성황
△곽훈희 전무- 기업이 겪는 어려움을 타개하려면 사업 전략을 수정하고 조직을 재편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사람은 실무자가 아니라 앞에서 진두지휘할 수 있는 리더다. 기업들이 탁월한 역량과 경험을 갖고 있는 임원이나 글로벌 기업 출신 인재를 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선정 전무- 요즈음 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줄이고 있지만, 판을 새로 짤 수 있는 핵심인재 수요는 오히려 더 커졌다. 조직을 효율화하고, 체계를 세우고, 지속 가능한 성장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리더급 인재를 찾고 있는 것이다.
△윤문재 부사장- 고급인재와 임원급 인재에 대한 기업들의 갈증은 잘 해소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고급인재는 영입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 좋은 대접을 받으면서 만족스럽게 일하고 있다. 따라서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려면 전문 컨설턴트의 지원을 받는 게 좋다. 경험이 많은 헤드헌터는 어떤 인재가 어디에 있고 그들을 영입하려면 어떤 조건을 제시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
◆ 하반기 실적개선을 꾀하는 기업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인재전략
△곽훈희 전무- 현재 글로벌기업의 상당수가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평상시에는 접근하기조차 어려운 인재들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이들에게 이직할 명분과 가치를 주고 적극적으로 나서면 영입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높다. 최근 어떤 CEO가 뽑고 싶은 후보자의 집 앞까지 찾아가 설득하는 것을 봤다. 정말 좋은 인재여서 꼭 영입하고 싶다면 담당 부서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CEO가 직접 나서길 권하고 싶다.
△이영미 사장- 우리나라 인구가 줄면서 R&D 인력이나 핵심 기술자들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제부터라도 대비를 해야 한다. 요즈음 반도체 분야의 경우 기업들이 인재를 찾고 있지만, 사람이 없다. 그래서 해외 엔지니어 영입도 고려해야 한다. 기업들이 단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넘어서 이제 글로벌 인재들을 채용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윤승연 부사장- CFO(최고재무책임자)나 CMO(최고마케팅책임자), CTO(최고기술경영자) 같은 특정 기능 임원의 교체만으로는 부족하다. 상황을 반전시키고, 실적을 개선하려면 혁신이 필요하기 때문에 CEO를 교체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성과를 잘 내는 기업들 중 상당수는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방법으로 대표이사를 교체한 뒤 새 대표이사의 경영전략에 따라 인사와 사업을 혁신했다.
△윤문재 부사장- 대표이사를 바꾸면 기업이 바뀐다. 성장정체로 고민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CEO 교체라는 과감한 접근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