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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근당, 한국식 제약회사 한계 벗어날까

조은아 기자 euna@businesspost.co.kr 2014-08-06 18: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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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근당, 한국식 제약회사 한계 벗어날까  
▲ 김정우 종근당 부회장


국내 제약업계는 19조 원 시장을 260개 의약품 업체가 나눠 먹고 있는 구조다. 1조 원 매출을 내는 기업은 아직까지 없고 매출 2천억 원 이상 규모도 단 20개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회사들이 영세한 규모를 유지하며 성장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꼽힌다. 고질적인 족벌경영,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기업관, 구조조정 등 기업혁신 외면, 연구개발 외면 등등. 

이러다 보니 시장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 이를 두고 흔히 한국식 제약회사의 한계라고 말한다.

종근당 역시 1941년 창업한 이래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지난해까지 대표이사 직함을 유지했던 이장한 종근당 회장은 1993년부터 20년 동안 경영일선에서 회사를 이끌었다. 그는 종근당 창업주 이종근 전 회장의 장남이다.

종근당의 분위기 역시 여타 제약회사와 다르지 않고 보수적 분위기를 이어왔다. 인수합병 등 공격적 투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종근당은 최근 분위기를 바꿔가고 있다. 오너 일가가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왔고 10년 만에 두번째 신약을 내놨다. 연구개발 비중도 점차 늘려가고 있는 중이다.

종근당은 한국식 제약회사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을까?

◆ 연구원 출신 전문경영인 단독체제

종근당은 이제 김정우 부회장이 대표이사를 맡아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이장한 회장이 전문경영인에게 전권을 맡기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자 업계에서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다. 제약업계에서 오너가 물러나고 전문경영인에게 전권을 맡기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종근당, 한국식 제약회사 한계 벗어날까  
▲ 이장한 종근당 부회장
제약회사는 유난히 가족경영이 많은 분야다. 국내 100대 제약사 중 가족 경영을 이어가는 곳은 50여 개에 달한다. 2세경영을 넘어 3세경영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제약사도 상당수다.

전문경영인이 있다 해도 대부분 오너-전문경영인 투톱체제로 운영되며 실질적 권한은 오너가 대부분 손에 쥐고 있다.

이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날 당시 종근당 관계자는 “이 회장이 지주회사 전환과 함께 전문경영인 체제 강화를 위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종근당은 이장한 회장이 자리에서 내려오고 석달 뒤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지주회사 종근당홀딩스는 자회사 관리 등 일반적인 지주회사 업무에 집중하고 있고, 자회사인 종근당은 의약품 제조와 판매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이장한 회장은 당시 “지난 20년 동안 신약개발에 매진하며 현업에 종사해 왔다면 이제부터 한발 물러나 경영자문과 투자부문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장한 회장이 물러난 뒤 단독대표가 된 김정우 부회장은 제약업계에서 공채 출신 약사로 단일회사에 43년 동안 외길을 걸었던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1972년 연구원으로 종근당에 입사해 2003년 사장이 됐다. 2011년 대표이사를 사임하고 부회장으로 승진해 회사의 고문역할을 하다 2012년 다시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선임돼 회사를 이끌고 있다.

◆ 10년 노력 끝에 두번째 신약 개발

종근당은 지난해 국내 20번째 신약을 선보였다. 이장한 회장의 주도로 개발한 신약 ‘듀비에’는 당뇨병 치료제다. 2000년부터 개발을 시작했고 투자금액은 총 250억 원이 들었다. 2012년 개발을 완료했고 식약처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해 1년 반 만에 승인을 받았다.

올해 초부터 판매가 시작된 듀비에는 순항중이다. 지난 6월 처방액 6억여 원을 기록하며 빠른 속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국내 당뇨병 치료제시장이 약 5천억 원 규모인 만큼 향후 잠재력도 상당하다는 평가다.

이에 앞서 2003년 종근당은 이장한 회장의 지휘 아래 항암제 ‘캄토벨’도 내놓았다. 1993년 이종근 회장의 사망으로 이장한 회장이 승계한 뒤 10년 만에 거둔 성과였다.

현재까지 등록된 국산 신약은 총 20개다. 국내 제약업계는 1999년 국산신약 1호인 SK제약(현 SK케미칼)의 ‘선플라주’를 시작으로 2013년 종근당의 ‘듀비에’까지 총 20개를 시장에 내놓았다.

이 가운데 CJ제일제당, LG생명과학 등 대기업 계열사를 제외하면 신약을 2개 내놓은 기업은 종근당과 일양제약, JW중외제약뿐이다. 3개 이상 신약을 내놓은 기업은 아직 없다.

이런 상황에서 종근당이 내놓은 2개의 신약 모두 이장한 회장 시절 나왔다. 그의 신약개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해 종근당은 매출액 약 5088억 원, 영업이익 631억 원을 냈다. 마진이 높은 자체 신약을 보유하고 있어 약가인하 압력 속에서도 선방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종근당이 직접 만들어 팔아 거둔 매출을 가리키는 제품매출 비중은 지난 3년 동안 83~85% 사이를 오갔다.

영업이익률도 12%를 웃돌아 상위 6개 제약회사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 이익률을 기록했다.


  종근당, 한국식 제약회사 한계 벗어날까  
▲ 김정우 종근당 부회장이 지난 5월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바이오코리아 팜페어에서 코스타리카의 파마비전(Farmavision)사, 아랍에미레이트의 알하얏트(Al Hayat)사와 2760만 달러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사진=종근당 제공>

◆ 연구개발은 제2의 창업

종근당의 연구개발은 진행중이다. 김 부회장이 연구소 출신인 만큼 연구개발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지난달 종근당이 개발중인 고도비만 치료 신약이 유럽에서 희귀의약품 치료제로 지정됐다. 2~3년 내로 신약개발이 완료되면 국내 신약 3개를 보유한 국내 유일의 제약회사가 된다.

김 부회장은 올해 초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연구개발 투자가 창조경제”라며 연구개발에 전력할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신약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통해 해외진출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종근당의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2012년 10.9%, 2013년 12.03% 로 10~12%선을 유지하고 있다. 상위 제약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연구개발인력은 한미약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362명(연구 290명, 개발 72명)이고 뒤를 이어 종근당이 350명(연구 245, 개발 105)이다.

종근당의 연구인력 245명 중 박사학위 소지자는 33명으로 제약회사 중 가장 많다. 김 부회장은 연구개발 인력을 올해 280~29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종근당의 연구개발 투자금액은 2010년 396억 원에서 2013년 612억 원으로 연평균 10%이상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약 1200억 원 규모의 비용을 연구소와 공장에 투자했다. 페니실린 공장, 바이오공장, 연구소를 신축했다. 김정우 부회장은 이러한 연구개발, 공장설립이 '제2의 창업'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올해 초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계획을 묻는 질문에 “회사가 가야할 방향이라고 보기 때문에 많이 하고 있다”며 “올해는 12.5%를 목표로 잡았는데 15%까지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 어렵지만 이 정도는 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는 제약사들의 공동마케팅에 대해 묻자 “우리는 제조업이지 유통업이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실제 종근당의 상품매출 비중은 15% 내외로 높지 않다.

김 부회장은 "다루는 제품의 영역은 넓혀 나갈 수 있지만 영역에서 벗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송충이는 솔잎을 막고 살아야 한다는 선대회장의 말을 새기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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