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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좌), 김한길 민주당 대표(중), 안철수 의원(우) |
안철수 의원에 이어 여야 대표들이 앞다퉈 ‘사다리 담론’을 꺼내놓고 있다.
최근 여러 부문에서 누구나 상승이 가능한 사회에 대한 바람으로 ‘사다리’라는 말이 많이 쓰이는 것을 빌려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부와 권력의 대물림 현상이 심각해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대표 정치인들이 깨닫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희망의 사다리’를 이야기했다. 김 대표는 “국회는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서 양극화와 불평등을 극복하는 ‘희망의 사다리’를 국민 앞에 놓아드려야 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는 이에 앞서 4일 대표연설에서 ‘사다리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황 대표는 “각 부문별로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사다리를 놓아주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청년들을 위한 ‘정치 사다리’를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안 의원은 지난 1월27일 ‘새정치추진위원회’ 청년위원회 출범식 자리에서 “청년들이 선거용, 일회용으로 이용당하는 것들로부터 탈피해서 정치에 진입할 수 있는, 사회 봉사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위로의 ‘상승’ 욕구 보여주는 ‘사다리 담론’ 유행
최근 사회 여러 분야에서 ‘사다리’라는 말이 인기를 얻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월 8일 ‘성장사다리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중소 및 벤처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자금 1조4천억원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대기업과의 동반 진출을 지원하는 펀드 조성을 통해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신 성장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계에도 사다리 열풍이 불었다. 삼성은 2012년 3월부터 지난 해 말까지 ‘드림클래스’를 운영했다. 드림클래스는 교육 취약 계층에 속한 중학생들에게 방과 후와 주말, 방학 교육을 제공하는 사업이다. 삼성 미래전략실 김부경 전무는 “우리 사회에 아직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다’는 희망을 주자는 취지로 ‘교육 사다리’를 놓는 일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사다리는 ‘높은 곳이나 낮은 곳을 오르내릴 때 디딜 수 있도록 만든 기구’다. 현재 유행인 사다리 담론은 주로 ‘내려가는’ 것을 지양하고 ‘올라가는’ 것을 지향한다. 양극화와 계층구조가 심화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부와 권력의 세습이 심각하다. 이렇게 사다리는 말이 많이 쓰이는 것은 그만큼 모두가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사회’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뜻이다.
◆ 6월 선거 위한 홍보수단. 노림수는 서로 달라...
여야 대표와 안 의원 모두 ‘사다리’라는 화두를 전면적으로 꺼내든 것은 이런 바람를 타기 위한 것이다. 이는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전략이기도 하다.
민주당 김 대표는 사다리로 '보편적 복지'를 강조한다. 보편적 복지는 민주당의 전략인 동시에 박근혜 대통령을 공격할 무기이다. 김 대표는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국민의 절반이 스스로를 하류층으로 생각하고, 부의 분배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박 대통령이 복지 관련 대선 공약을 철회한 것을 계속 문제삼고 있다. 그는 “하루하루가 힘겨운 분들에게 희망의 사다리를 놓아드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황 대표는 경제 활성화 정책의 보완책으로써 사다리 정책을 약속했다. 황 대표는 “경제성장과 효율성을 갉아먹는 불균형을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일자리와 경제 활성화라는 당의 정책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사회 불평등은 불가피하게 생긴다. 황 대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사다리 정책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안 의원은 신당 창당에 필요한 정치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이 기존 정치와의 차별되는 새정치를 표방하는 만큼 새 인물 영입은 절실한 과제다. 또 젊은층의 넓은 지지를 확고히 다지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안희찬 새정치추진위원회 청년위원이 “안철수 의원이 청년들의 사다리가 되고 싶다는 말에 마음이 움직였다”고 했는데, 안 의원이 사다리론 펼치며 기대하는 바와 일맥상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