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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경쟁력포럼] 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 김영호 "국제플라스틱협약, 교토 의정서처럼 강제력 있어야"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4-06-12 14:4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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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경쟁력포럼] 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 김영호 "국제플라스틱협약, 교토 의정서처럼 강제력 있어야"
▲ 12일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이사장이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4 기후경쟁력 포럼'에 참석해 개회사를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 이사장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교토 기후협약처럼 강제성 있는 규약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12일 '국제플라스틱 협약이 온다, 순환경제를 준비하라’를 주제로 서울 여의도 FKI타워 다이아몬드홀에서 열린 비즈니스포스트, KoSIF 공동 주최 '2024 기후경쟁력포럼'에서 김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이같이 역설했다.

김 이사장은 “얼마 전에 마트에 가서 점심을 사 먹은 적이 있는데 밥은 밥대로, 고기는 고기대로, 야채는 야채대로 큰 포장 안에 7개로 나뉘어 포장된 식사를 하게 됐다”며 “그야말로 플라스틱을 지나치게 소비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1년에 소비하는 플라스틱 양만 142kg에 달해 세계적으로도 가장 높은 축에 든다”며 “이 플라스틱들은 처리하는 과정에서 상당 부분이 바다로 흘러가고, 바다 물고기 대부분이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된다”고 했다.

실제 바다로 흘러간 플라스틱은 거대 쓰레기 섬을 형성해 1997년 미국 해양 운동가들이 발견하기도 했다.

그는 “결국 플라스틱에 오염된 물고기들은 우리가 먹고 스스로 오염된다”며 “이 때문에 4~5년 전에 뉴욕타임스는 미국 사람의 87%가 미세 플라스틱에 오염돼 있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인류는 플라스틱을 규제하는 협약을 만들고자 하는데, 이해관계가 첨예해 강력한 규약을 향한 저항이 심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교토 의정서 사례처럼 강제력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교토 의정서는 19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에서 채택된 국제 규약이다. 교토 의정서에 서명한 국가들은 각자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분이 할당됐고 이를 지키지 않으면 관세 장벽 등 불이익을 받을 수 있었다.

2015년 체결된 파리협정이 온실가스 감축을 각국 정부 재량에 맡기는 것과는 대조된다.

그는 "파리협정은 아시다시피 각국이 자발적으로 감축 목표를 정해 고시하고 있어, 있으나 마나한 형태로 변질되기 쉽다"며 "앞으로 국제 플라스틱 협약 논의 과정에서 교토 의정서와 같은 규약 실천이 가능하다 믿는다"고 했다.

김 이사장은 유한대학 학장, 유엔(UN)생물다양성 협회 한국협회장, 산업자원부 장관 등을 역임했고, 산자부 장관 재임 시절 기후변화 대응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손영호 기자

<김영호 이사장의 개회사 전문>

플라스틱은 철이나 목재보다 가볍고 원하는 모양을 쉽게 가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인류의 유용한 발명품 중 하나입니다. 이런 이유로 화학산업이 발전하면서 플라스틱 생산량과 사용량은 급증했습니다. 플라스틱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플라스틱은 생산, 소비, 수거, 소각·매립, 통제되지 않는 폐기 등으로 생애주기 전반에 걸쳐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은 기후변화를 가속화 하고 있습니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로렌스버클리 국립연구소가 최근(2024.4.18.)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플라스틱 9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은 2019년 2.24기가톤으로 추산되었습니다.

석탄발전소 600개에 해당하는 양이며, 이는 2019년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5%를 차지합니다. 또 플라스틱 생산량이 매년 4%씩 증가하면 2050년에 온실가스 배출량은 6.78기가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는 석탄발전소 1700개에 해당됩니다. 이런 이유로 미국 환경단체 비욘드 플라스틱(Beyond Plastics)은 플라스틱을 ‘새로운 석탄’(new coal)이라고 명명할 정도입니다.

플라스틱 대량 생산과 대랑 소비는 폐기물의 대랑 증가로 이어집니다. 현재 매년 4억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이 발생하고 2050년에는 11억 톤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플라스틱 재활용은 9% 수준에 불과합니다.

플라스틱 폐기물은 단순한 쓰레기가 아니라 이제는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의 생물을 위협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고래의 내장에 29kg의 플라스틱과 비닐봉지 등이 들어있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해양으로 유입된 페트병이나 비닐봉지 등은 잘게 부서져 미세 플라스틱이 되고 그 미세 플라스틱은 생태계의 먹이사슬을 타고 식탁으로 올라와 결국 우리들의 건강에 잠재적인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의 온실가스 배출 뿐만 아니라 유해성 문제가 제기되자 2018년 영국에서 최초의 플라스틱 반대 캠페인인 플라스틱 어택(plastic attack)이 시작되었습니다. 유통업체가 플라스틱 일회용품을 남용하는 실태를 개선하고자 과대 포장된 플라스틱과 비닐을 분리하여 매장에 버리고 오는 운동입니다. 이 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운동으로 범위가 넓어졌습니다.

플라스틱 문제의 심각성에 인식과 개선 운동의 확산은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UNEA)에서 2024년까지 법적 구속력을 가진 국제협약을 마련하기로 결정하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G7과 G20 등에서 논의해 온 해양 플라스틱 문제를 포함하여 플라스틱 생산, 소비, 폐기물 처리까지 전 주기에 대한 의무사항 이행 및 모니터링 등 국제적 규제를 구축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플라스틱 문제를 이대로 방치하면 인류의 지속가능성도 보장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결과입니다.

국제 플라스틱 협약 논의는 현재 4차레 진행되었고, 올해 11월 우리나라 부산에서 협상 타결을 위한 마지막 ‘정부간 협상위원회’가 개최됩니다.

플라스틱 협약과 관련하여 세계 각국의 이해관계도 첨예합니다. 폐기단계에서 재활용 강화 등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지만, 원료생산, 제품설계에서는 플라스틱 생산국과 소비국의 입장차이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1차 플라스틱 폴리머 생산 감축, 우려 화학제품과 폴리머의 규제 대상 및 기준, 제품설계 단계에서의 순환이용성 강화, 폐기물 관리, 기술 이전 및 재원조달, 이행평가 등에 대한 이견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넘어야 할 산입니다. 핵심은 재활용된 물질 없이 원유나 천연가스를 사용하여 직접 생산되는, 그래서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이른바 ‘버진 플라스틱’ 생산의 단계적 폐지를 포함해, 플라스틱 생산 제한과 단계적 감축을 합의해 내는 것입니다. 아울러 정의롭고 포용적인 전환을 보장하면서 순환경제를 구축하는 일입니다.

국제적인 플라스틱 규제가 구축되면, 화학, 건설, 섬유, 자동차, 전기전자, 식음료 등 많은 업종들이 규제 영향권에 편입될 전망입니다. 어떤 자세로 이 규제에 대응하느냐가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정부는 단순한 협상 개최국 장소로서의 의미가 아닌 협상 타결의 실질적인 주도성을 확보해나가야 합니다. 그리고 순환경제의 기틀을 확고히 하고, 강한 규제와 전폭적 지원이라는 비례적 원칙 하에 협약에 영향을 받는 우리 기업들의 전환 등을 적극 지원해 나가야 합니다. 우리 기업들도 적극적인 R&D 투자와 기술개발 등을 통하여 탈 플라스틱 시대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오늘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하여, 포럼에 참석해 환영사와 축사를 해 주실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김상협 위원장님, 환경부 한화진 장관님, 국민의힘 김소희 의원님, 더불어민주당 박지혜 의원님, 조국혁신당 서왕진 의원님, 멀리서 영상 축사를 보내 주신 책임투자원칙(PRI) 데이빗 앳킨 CEO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또 플라스틱 협약 협상 주역으로서 발제를 맡아 주신 환경부 이형섭 국제협력단장님, 플라스틱 이슈를 투자자 관점에서 말씀해 주실 PRI 레베카 채프만 기후환경대표님, 그리고 좌장 및 모든 패널 분들과 이 자리에 참석해 주신 모든 분들,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플라스틱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오늘 포럼을 함께 해 주신 비즈니스포스트 강석운 대표님께도 고맙다는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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