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텔이 이스라엘에 신설하려던 대규모 반도체공장 설립 계획을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 이스라엘 사업장 건물. |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이스라엘에 250억 달러(약 34조4천억 원)를 들여 신설하려던 반도체 공장 건설 계획을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시설 투자 전략을 조정할 필요성도 부각되는 데 따른 결정으로 분석된다.
로이터는 11일 이스라엘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인텔이 반도체 공장 설립 계획을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자세한 배경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인텔은 계획 변동에 따라 반도체 장비 및 소재 협력사에 공급 주문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인텔은 로이터에 “반도체 산업에서 대형 프로젝트는 종종 일정이 변경되는 사례가 있다”며 “시장 상황과 재무 관리 등 측면을 고려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반도체 공장 투자 일정을 조정하고 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
인텔이 신설하기로 한 이스라엘 팹38 공장은 당초 2028년부터 가동이 예정되어 있었다. 총 투자 규모는 250억 달러로 이스라엘 정부가 약 32억 달러의 보조금 제공을 약속했다.
7나노 및 10나노 미세공정 반도체를 생산하는 팹28을 비롯해 이미 4곳의 인텔 반도체 공장 및 연구센터가 현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인텔이 이스라엘에 추가 투자 계획을 연기한 것은 지난해 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사이 전쟁이 시작되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갈등 상황이 장기화되고 있는 만큼 인텔이 공장 설립 및 가동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을 우려해 투자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을 공산이 크다.
현지언론 보도에 따르면 인텔 이스라엘 사업장에서 근무하던 일부 고위 임원이 미국 오하이오 공장으로 근무지를 옮긴 사례도 파악됐다.
인텔이 미국에 반도체 시설 투자를 늘리면서 이스라엘을 비롯한 다른 지역에 투자 속도 및 규모를 조절하는 ‘선택과 집중’에 나섰다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미국 정부는 최근 인텔에 대규모 정부 보조금 지원 계획을 확정하면서 미국 내 공장에서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확대를 주문하고 있다.
인텔이 이런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자금을 비롯한 투자 역량을 미국에 더욱 집중하는 일이 효과적이다.
하지만 인텔은 로이터를 통해 “이스라엘은 우리의 핵심 생산거점이자 연구기지”라며 “해당 지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